13점 차 역전보다 뼈아픈 '9실점' 네일 충격 부진...'4G 21실점' ERA 1위 슬럼프가 길어진다
입력 : 2024.06.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선두 KIA 타이거즈가 단 한 번의 무승부로 큰 내상을 입었다. 가장 뼈아픈 건 6월 내내 지속되는 '에이스' 제임스 네일(31)의 충격적인 부진이다.

네일은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1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9실점(4자책)으로 부진했다. KIA는 경기 초반 타선이 폭발해 4회 초까지 14-1로 앞서 손쉬운 승리를 거두는 듯했으나, 이후 마운드가 속절없이 무너져 14-15 역전을 허용했다. 13점 차 역전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울 뻔했던 8회 겨우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2회까지 가는 5시간의 혈투 끝에 무승부를 거뒀다.

네일은 KIA가 5-0으로 앞선 1회 말 마운드에 올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황성빈, 윤동희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고승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며 한숨을 돌렸으나 레이예스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1회부터 점수를 내줬다. 다행히 후속 타자 나승엽을 중견수 뜬공, 이정훈을 3루수 땅볼로 잡으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흔들리던 네일은 2회와 3회 안정을 찾았다. 2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손성빈에게 볼넷을 내줬을 뿐, 다른 여섯 타자를 모두 깔끔하게 막으며 무난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사이 KIA 타선이 2회 3점, 3회 1점, 4회 5점을 지원하면서 스코어는 14-1까지 벌어졌다. 네일은 5이닝만 채우면 시즌 8승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러나 4회 말부터 믿기 힘든 대반전이 시작됐다. 시종일관 밀리던 롯데가 선두타자 나승엽의 출루를 계기로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3루수 김도영의 송구 실수가 거대한 스노볼이 됐다. 이후 네일은 이정훈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무사 2, 3루에서 정훈의 1타점 2루 땅볼과 박승욱의 1타점 1루타로 2점을 내줬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네일은 손성빈을 삼진으로 잡으며 2사 1루를 만들었지만, 황성빈과 윤동희를 각각 2루타와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고승민에게 그랜드슬램을 허용해 4회 실점은 6점까지 늘어났다. 홈런 이후에도 레이예스에게 안타를 내줬고, 타선이 한 바퀴 돈 상황에서 나승엽을 삼진 처리하며 힘겹게 3아웃을 만들었다. 공식 기록은 6실점 1자책으로 남았다.



네일은 5회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이정훈에게 안타를 맞은 뒤, 정훈에게 2루타를 허용하며 4회처럼 무사 2, 3루로 이닝을 출발했다. 이후 박승욱의 2루 땅볼로 3루주자가 홈을 밟으며 또다시 비슷한 패턴으로 실점했다. 후속 타자 손성빈을 낫아웃 삼진 처리했지만 이번에도 황성빈의 벽을 넘지 못했다. 2사 3루에서 좌익수 앞 적시타로 황성빈에게만 3안타를 허용, 조기 강판된 롯데 선발 나균안(1⅔이닝 8실점)보다 많은 9점째를 내줬다.

네일은 5회 2사 1루에서 윤동희를 3루 땅볼 처리하며 104개의 공을 던진 끝에 간신히 5이닝을 채웠다. 그러나 14-1이 14-9가 된 시점에서 롯데의 상승세는 이미 거대한 쓰나미처럼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후 KIA는 불펜이 6회와 7회 연달아 3실점을 기록해 14-15 역전을 허용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8회 초 홍종표의 동점 적시타와 8회 말부터 마운드를 책임진 장현식(3이닝 무실점), 최지민(2이닝 무실점)의 호투로 15-15 무승부를 기록하며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무승부로 끝났지만 KIA 입장에선 1패 이상으로 속이 쓰린 경기였다. 특히 13점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주중 첫 경기부터 투수 7명을 투입하며 큰 출혈이 발생했다. 에이스 네일의 부진이 상상 이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월 총액 70만 달러에 KIA와 계약한 네일은 그동안 전반기 KBO 최고 투수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특급 활약을 선보였다. 첫 등판이었던 3월 27일 롯데전 6이닝 1실점을 시작으로 6월 1일 KT 위즈전까지 12경기 7승 1패 평균자책점 1.48의 경이로운 성적을 기록했다. 전 경기 5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퀄리티스타트(QS)를 9차례 달성하며 눈길을 끌었다.

잘나가던 네일은 최근 계속해서 부침을 겪고 있다. 6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양석환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는 등 6⅓이닝 5실점(4자책)으로 흔들렸고, 13일 SSG 랜더스전에는 3회 한유섬에게 스리런을 내주는 등 6이닝 5실점으로 시즌 2패를 떠안았다. 19일 LG 트윈스전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고도 7회 박동원에게 동점 투런포를 맞고 6⅓이닝 2실점, 또다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6월 5경기 네일의 평균자책점은 4.40으로 1점대 중반을 줄곧 유지했던 이전 경기력과 이질감이 크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2.51까지 치솟았다. 여전히 리그 1위 기록이지만 현재 흐름이 지속될 경우 타이틀도 장담할 수 없다. 앞선 12경기 단 2번만 기록했던 피홈런을 최근 4경기 연속 허용하는 등 실투가 잦아지면서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KIA는 올 시즌 마운드 운영에 애를 먹고 있다. 당초 핵심 선발로 분류됐던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나란히 장기 부상으로 시즌 아웃돼 어려움을 겪었다. 최근에는 양현종이 부상으로 로테이션을 걸렀고, 정해영이 어깨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지는 등 선발과 불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에이스의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또 다른 고민거리가 생겼다. 네일의 컨디션 회복이 전반기 선두 수성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OSEN,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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