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 이후광 기자] 지금으로부터 3년 전 트레이드 성공신화를 쓴 박시영(35·KT 위즈)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777일 만에 감격의 홀드를 수확했다.
박시영은 지난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6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첫 홀드를 올렸다. 팀의 6-4 승리 및 4연패 탈출을 이끈 값진 구원이었다.
박시영은 6-4로 앞선 7회초 선발 엄상백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투구는 깔끔했다. 선두타자로 최근 28경기 연속 안타 중인 손호영을 만나 슬라이더를 이용해 헛스윙 삼진을 잡았고, 윤동희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박승욱 상대 헛스윙 삼진을 추가했다. 3B-0S 불리한 카운트에서 직구 2개를 던져 풀카운트를 만든 뒤 결정구 슬라이더로 이닝을 끝냈다. 투구수는 16개.
박시영은 여전히 6-4로 리드한 8회초 김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수술 전이었던 2022년 5월 3일 수원 롯데전 이후 777일 만에 홀드를 신고한 순간이었다.
제물포고를 나와 2008년 신인드래프트서 롯데 2차 4라운드 31순위로 입단한 박시영은 늦게 핀 꽃이다. 롯데 시절 10년이 넘도록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했고, 191경기 6승 8패 11홀드 평균자책점 6.18의 아쉬운 성적과 함께 2020년 12월 KT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트레이드 당시 박시영보다 함께 이적한 신본기에 더 관심이 집중된 게 사실이었다.
박시영은 ‘투수 조련사’ 이강철 감독을 만나 우승 필승조로 재탄생했다. 2021년 5월 7경기 1승 평균자책점 2.57로 새 둥지 분위기를 익힌 그는 재정비를 거쳐 후반기 32경기 2승 3패 8홀드 평균자책점 3.21로 팀의 극적인 창단 첫 정규시즌 1위에 기여했다.
박시영은 롯데 시절 꿈도 못 꿨던 한국시리즈에도 한 차례 등판해 ⅔이닝 무실점 홀드를 수확했고, 당당히 생애 첫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만년 유망주, 5선발, 패전조, 추격조라는 타이틀이 익숙했던 그가 통합우승팀 필승조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박시영은 기세를 이어 2022년 주권, 김재윤과 함께 필승조에 편성됐지만 5월 12일 KIA전에서 투구 도중 우측 팔꿈치 인대와 뼈를 다치며 수술대에 올랐다. 박시영은 그렇게 17경기 2패 5홀드 평균자책점 4.60을 남기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박시영의 당초 예상 복귀 시점은 작년 8월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당시 손동현, 박영현, 김재윤에 박시영이 더해진 불펜왕국을 꿈꿨고, 박영현이 9월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차출됐을 때 박시영으로 공백을 메우는 플랜을 구상했다. 그러나 재활이 예상보다 더디게 흘러가며 KT는 박시영 없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박시영은 재활의 긴 터널을 통과해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이후 정규시즌에 돌입해 4월 평균자책점 10.38로 부침을 겪었지만, 5월 중순부터 서서히 본래의 구위를 되찾더니 전날 마침내 2021년의 향기를 풍기며 향후 필승 요원으로서의 활약을 기대케 했다.
박시영은 경기 후 “슬라이더, 직구 구속, 공의 힘이 좋아진 걸 느낄 수 있었다. 컨디션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2사 후 마지막 타자 상대로 3볼이 나와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았다. 덕분에 앞으로 자신감 있게 내 공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올 시즌 상반기가 거의 마무리되고 있는데 좋았던 경기 폼을 체크하면서 감을 유지하고 싶다. 더 좋은 투구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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