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실력이죠. 제가 못한 거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신인 내야수 황영묵(25)은 지난 19일 청주 키움전에서 한 이닝에만 실책 2개를 범했다. 2루수로 나선 이날 4회 선두타자 김건희의 땅볼 타구를 잡았다 흘리면서 포구 실책을 저질렀다. 이어 박수종의 정면 땅볼 타구에도 병살을 노리다 급한 나머지 공을 놓쳤다. 두 타자 연속 실책으로 주자가 나간 뒤 이주형의 스리런 홈런이 나오면서 황영묵의 내상이 클 것으로 보였다.
이튿날 황영묵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김경문 한화 감독은 “지쳤다. 지친 게 눈에 보인다.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어본 적이 없다. 한 주에 6경기 다 뛰는 게 진짜 만만치 않다”며 “그런 실책은 야구 잘하는 선수들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고 격려했다. 지난 23일 광주 KIA전 더블헤더 2경기도 모두 교체로만 뛰면서 체력 관리를 받았다.
24일 월요일 휴식까지 푹 쉬고 25일 대전 두산전부터 2루수로 선발 복귀한 황영묵은 확실히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경쾌한 몸놀림으로 아웃카운트 4개를 처리한 황영묵은 26일 두산전에도 3회 이유찬의 탄도 낮은 직선타를 뒤로 물러서며 침착하게 잡은 뒤 5회 박준영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막았다. 몸을 내던져 원바운드 캐치한 뒤 빠르게 1루 송구까지 연결하며 대전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25일 겨익 후 황영묵은 “3일간 잘 쉬었지만 사실 야구장에 있을 때는 (체력적인 어려움을) 잘 모른다”며 청주에서의 연속 실책에 대해 체력 저하 핑계를 대지 않았다. “실력이다. 내가 못한 것이다”고 잘라 말한 황영묵은 “실책했지만 나한테 제발 다시 공이 오길 바랐다. 실수한 건 내가 만회해야 한다. 나한테 많이 실망했지만 계속 안 좋은 생각만 하고 있으면 될 것도 안 된다”고 돌아봤다.
견고한 수비력으로 유격수 자리에서 기회를 받은 뒤 2루수로 주전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황영묵에게 두 타자 연속 실책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시즌 중이지만 경기 전 김우석 수비코치와 함께 연습량을 대폭 늘렸다. “캠프 때 수비코치님과 한 연습을 다시 천천히 했다. 코치님께 어려운 타구를 더 많이 쳐달라고 했다. 처음으로 돌아가 기본적인 것부터 많이 했다.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내가 안일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신 (김경문)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비에선 자기 반성을 했지만 타격에는 자기 확신이 있었다. 올 시즌 59경기 타율 3할1푼4리(175타수 55안타) 2홈런 23타점 13볼넷 22삼진 출루율 .366 장타율 .400 OPS .766으로 신인답지 않은 높은 기여도를 보이고 있다. 빼어난 컨택 능력으로 4월(.354), 5월(.298), 6월(.300) 모두 3할 안팎의 타율로 꾸준함을 유지 중이다. 인플레이 타구 안타 비율인 BABIP(.351)가 높아 시간이 갈수록 타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여전히 3할1푼 이상으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PTS 기준 평균 타구 속도가 시속 124km로 하위 10% 수준인 황영묵은 하드 히트 비율도 9.3%로 낮다. 빠르고 강한 타구가 적다 보니 행운의 안타가 많다는 평가도 있지만 황영묵은 결코 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좋은 공을 치기 위해 노력한다. 안 좋은 공은 철저하게 안 치려고 한다”면서 “운 좋은 안타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내 장점이고, 무기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스킬이고, 증명하고 싶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정위치에서 오른 다리를 직각으로 높게 드는 특유의 레그킥도 황영묵만의 트레이드마크. 그는 “1군 개막전 엔트리 들었다가 2군에 내려간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2군에 계셨던 지금 1군 강동우 타격코치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코치님이 좌타자이기도 하셨고, 필요한 부분을 딱 짚어주셨다. 2군에서 연습하며 경기 때 적용해보니 나한테 잘 맞아서 레그킥을 더 크게 하게 됐다”며 “레그킥은 힘을 모으는 동작이지만 난 컨택을 위해 그렇게 친다. 야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에 내가 야구장에서 하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타격에 있어선 자기 확신을 나타냈다.
지난 25일 두산전에 3타수 2안타 1볼넷으로 3출루 활약한 황영묵은 26일 경기에서도 4회말 두산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 상대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3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시속 149km 직구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25m, 시즌 2호 홈런. 날카로운 타구 질로 자신만의 타격 기술을 증명해 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