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인천, 이후광 기자] '단기 외국인선수' 시라카와 케이쇼(23·SSG 랜더스)가 고별전이 될지도 모르는 운명의 등판에서 5⅓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시라카와는 2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9차전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9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5실점(3자책)으로 부진했다.
계약 만료를 일주일 앞두고 부담이 컸을까. 선두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우전안타로 1회초를 출발하더니 후속타자 강백호 상대 선제 투런포를 헌납했다. 3B-1S 불리한 카운트에서 던진 5구째 직구(145km)가 가운데로 몰리며 비거리 115m 좌월 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3번째 피홈런이었다.
이후 오재일, 황재균 상대로 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가 이어졌지만, 오윤석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간신히 1회를 마쳤다. 1회 투구수는 28개.
2-2로 맞선 2회초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상수를 3루수 내야안타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후 정준영의 희생번트로 계속된 1사 2루에서 로하스 상대 뜬공 타구를 유도했는데 타구가 빗맞으면서 좌익수와 유격수 사이 애매한 곳에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좌익수 길레르모 에레디아의 3루 송구 실책까지 나오며 김상수에게 홈을 내줬다. 다만 이어진 1사 2루 위기는 강백호와 장성우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극복했다.
시라카와는 오재일, 배정대, 황재균을 만난 3회초 공 8개를 이용해 첫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이어 4회말 선두타자 오윤석과 김상수 상대로 연달아 안타를 허용했지만, 정준영을 병살타, 로하스를 1루수 땅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시라카와는 4-3으로 리드한 5회초 선두타자 강백호와 장성우를 연속 삼진, 오재일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승리투수 요건까지 갖췄다. 5회까지 투구수는 76개.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시라카와는 선두타자 배정대 상대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후 황재균을 1루수 땅볼 처리한 뒤 오윤석에게도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3루수 최정의 포구 실책이 발생하며 1사 1, 2루 위기에 처했다.
시라카와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5-3으로 앞선 6회초 1사 1, 2루에서 베테랑 고효준과 교체되며 경기를 마쳤다. SSG 홈팬들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시라카와를 향해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한편 고효준이 김상수의 내야안타로 처한 1사 만루에서 대타 문상철 상대로 2타점 동점 적시타를 맞으며 시라카와의 승계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시라카와의 시즌 3번째 승리 요건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SSG는 지난 5월 22일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를 총액 180만 엔(약 1500만 원)에 영입했다. 한국프로야구 임시 외국인 제도 도입 후 첫 이적 사례로, 일본 독립리그에서 3차례의 개막전 선발투수를 비롯해 최고 154km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KBO리그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SG는 기존 외국인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가 좌측 내복사근 부상으로 6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2024시즌부터 외국인선수가 시즌 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 제도’를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시라카와는 데뷔전이었던 6월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단기 외국인선수 성공신화의 서막을 썼다. 7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 악몽을 겪기도 했지만,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에서 5이닝 1실점, 21일 인천 NC 다이노스전에서 6⅓이닝 2실점으로 연달아 승리를 챙기며 엘리아스 공백을 훌륭히 메웠다. 17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탈삼진 22개를 잡아냈다.
문제는 시라카와의 계약 기간 만료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오는 7월 초가 당초 계약에서 합의한 만료일로, SSG 구단은 올스타 휴식기 전에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 때마침 기존 외인 엘리아스가 26일 퓨처스리그 상무전에 등판해 4이닝 1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면서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됐다.
SSG 이숭용 감독은 “오늘 던지고 프런트와 (시라카와 거취에 대해) 토론을 할 생각이다. 내 생각과 프런트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어떤 게 우리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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