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4번타자 노시환(24)이 올해를 끝으로 문닫는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기록에 남을 홈런을 쳤다. 중앙 장외로 넘어가는 비거리 145m 초대형 홈런으로 괴력을 과시하고, 부활을 알렸다.
노시환은 지난 26일 대전 두산전에 4회말 무사 1,2루에서 추격의 스리런 홈런을 폭발했다. 두산 선발투수 라울 알칸타라의 초구 시속 152km 몸쪽 낮게 들어온 직구를 제대로 걷어올렸다. 실투가 아니었지만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케 하는 타구음과 함께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중앙 전광판 왼쪽을 지나 장외로 넘어갔다. 두산 중견수 정수빈도 몇 걸음 가다 멈춰서 타구를 넋놓고 지켜봤다.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보기 드문 중월 장외 홈런으로 비거리는 무려 145m에 달했다. 올 시즌 리그 최장거리 홈런으로 NC 맷 데이비슨이 바로 다음날인 27일 고척 키움전 5회 비거리 145m 중월 솔로포로 타이 기록을 맞췄다.
노시환의 개인 커리어를 통틀어서도 가장 멀리 날아간 홈런이었다. 종전에는 2021년 5월26일 잠실 두산전 8회 중월 솔로포(상대 투수 윤명준), 지난해 8월9일 수원 KT전 3회 좌중월 스리런포(상대 투수 엄상백)가 각각 135m로 측정된 바 있다.
KBO리그 사상 최장거리 홈런은 150m로 1982년 MBC 백인천, 1997년 삼성 양준혁, 2000년 두산 김동주, 2007년 롯데 이대호 등 4명의 선수가 1개씩 기록했다. 최장거리는 아니지만 145m 홈런도 얼마 없다. 지난 2001년부터 145m 홈런은 이날 노시환 포함 8명의 선수가 총 11개를 쳤다. 박병호(삼성)가 2014·2018년 넥센 시절 3개의 145m 홈런을 쳤고, 두산 타이론 우즈가 2001년에만 2개의 145m 장거리포를 터뜨렸다. 이어 2001년 롯데 펠릭스 호세, 2004년 현대 심정수, 2010년 롯데 이대호, 2016년 롯데 황재균(KT), 올해 한화 노시환, NC 데이비슨이 뒤따랐다.
황재균이 롯데 시절인 2016년 6월25일 대전 한화전에서 2회 파비오 카스티요 상대로 중앙 전광판 상단 위 구조물을 맞고 떨어지는 145m 솔로 홈런을 폭발한 바 있다. 그로부터 8년 만에 노시환이 대전 최장거리 타이 기록이 되는 홈런을 쳤다. 2001년 이후 한화 타자 중 최장거리 홈런은 2016년 6월7일 대전 KIA전 6회 윌린 로사리오의 140m 중월 솔로포였는데 노시환이 이를 넘어섰다. 그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준 한 방이었다.
노시환은 “알칸타라 선수 볼이 워낙 빠르기 때문에 (2회) 첫 타석부터 직구에 최대한 늦지 않으려고 했다. 변화구가 와서 헛스윙을 하더라도 직구에는 절대 늦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잘 맞아서 결과가 나왔다”며 “연습 때 아무리 세게 쳐도 그 정도까지 날아간 적이 없다. 알칸타라 선수 볼이 빠르니까 반발력에 의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NC전 이후 18일, 15경기 만에 맛본 홈런 손맛이 145m 장거리포로 노시환의 답답한 체증을 내려가게 했다. 이날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노시환은 27일 두산전에도 1회부터 비거리 130m 우중월 투런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5타점 1볼넷 맹타로 한화의 8-3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78경기 타율 2할7푼(315타수 85안타) 18홈런 60타점 OPS .822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노시환이지만 스스로 “시즌을 시작하고 나서 계속 안 좋았다. 결과가 나오지 않다 보니 생각이 너무 많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홈런왕에 오르면서 자신을 향한 기대치가 커진 것을 잘 알고 있다.
이어 그는 “타구 질이 안 좋고, 삼진이 많아지다 보니 공을 끝까지 확인해서 치게 되고, 히팅 포인트도 뒤로 가서 타이밍도 늦어졌다. 안 좋은 악순환이 계속됐다”며 “초반에는 ABS존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선에 걸치거나 조금 물린 공에 삼진이 나오다 보니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다운된 적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돌아봤다. 루킹 삼진 비율이 지난해 18.6%에서 올해 28.4%로 눈에 띄게 늘어난 이유다.
힘겨운 시기가 이어졌지만 노시환은 도망가거나 피해가지 않았다. 올 시즌 팀의 78경기 모두 선발 출장한 그는 계속 타석에 들어서서 맞섰다. 이제는 ABS에도 충분히 적응이 됐고, 타석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만 집중한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선수가 자기 생각보다 안 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노시환은 그런 표시를 내지 않는다. 묵묵하게 이겨내고 있다. 어제(26일) 그 시원한 홈런으로 본인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을 것이다. 한화의 4번타자라고 하면 이전에 김태균을 많이 생각했겠지만 앞으로는 노시환이다”고 힘을 실어줬다. 노시환도 “안 좋은 와중에도 감독님께서 믿어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셨다. 부담감보다 책임감을 갖고 있다. 팀의 4번타자로서 한 경기, 한 경기 책임감 있게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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