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수원종합운동장, 고성환 기자] 인터뷰 내내 미소를 짓던 손준호(32, 수원FC)가 아이들 이야기에 금세 눈시울을 붉혔다.
수원FC는 5일 오후 7시 30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1 2024 21라운드에서 울산과 1-1로 비겼다.
이로써 수원FC는 울산을 상대로 10경기 만에 승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울산은 지난 2021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수원FC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수원FC는 10승 4무 7패(승점 34)로 5위, 울산은 11승 6무 4패(승점 39)로 2위 자리를 지켰다.
두 골 모두 후반에 나왔다. 후반 16분 울산 아타루가 박스 안까지 밀고 들어간 뒤 허를 찌르는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수원FC는 후반 28분 정승원의 크로스를 강상윤이 정확히 마무리하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손준호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돼 45분 이상을 소화했다. 그가 자랑하는 정확한 롱패스는 물론이고 수비력까지 돋보이는 활약이었다. 기대보다 훨씬 빨리 폼이 올라오는 모양새.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손준호도 밝은 표정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나타난 그는 "첫 경기보다 많은 팬분들이 찾아와 주셨다. 울산을 상대로 홈에서 승점을 챙길 수 있었다. 연승 중이었는데 흐름이 끊기기 않아 좋았다. 선수들이 지고 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강팀과 경기에서 비겼다는 점도 좋은 요소"라고 말했다.
손준호는 몸 상태에 대해선 "아직 전반부터 뛰질 않았다. 교체로 많이 뛰어보지 않아서 템포 따라가기가 힘들다. 후반에도 많이 힘들었지만, 고비를 잘 넘겨서 예전 좋았던 모습이 조금 나오지 않았나 싶다. 아직 리그가 많이 남았다. 부상 없이 경기를 뛰다 보면 몸이 빨리 올라오지 않을까 싶다. 김은중 감독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시고 경기장에 내보내 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라고 얘기했다.
이날 손준호는 공중볼 경합 상황에서 눈두덩이가 살짝 찢어졌다. 그는 "프로 데뷔하고 처음 찢어져 봤다. 지지 않아서 기분 좋다. 팀을 위해 희생하다가 다쳤다. 내일 잘 꿰매고 김천 원정에서 승점을 가져온다면 파이널 A에 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씩 웃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손준호의 아들과 딸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아빠"를 외치며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손준호도 그럴 때마다 "쉿"이라고 말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손준호는 아이들 앞에서 다시 축구 선수 아빠의 모습을 보여줘서 기쁠 것 같다는 말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다시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은 아빠가 이렇게 대단한 선수인지 아냐는 물음엔 "이제 아이들도 조금 알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어려서 잘 몰랐는데 이제는 6살, 5살이다. 또 유치원 가서 아빠가 축구 선수라고 자랑할 때마다 자부심과 동기부여를 느낀다. 책임감이 많이 생긴다"라고 답했다.
손준호가 폼을 되찾는다면 축구대표팀의 고민인 3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는 "아직 감독님도 정해지지 않았다. 일단 9월 A매치에 뽑히려면 내가 90분 뛸 체력이 돼야 한다.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또 팀이 잘 돼야만 내 플레이가 더 잘 보일 것이다. 잘 준비해서 10분을 뛰든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낯선 수원 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는 손준호다. 그는 "처음 와서 아직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전 운동 끝나면 (권)경원이 형이나 (이)용이 형, (지)동원이 형, (이)승우와 같이 맛집을 다니고 있다. 조금씩 알아가야 할 것 같다. 오늘 (김)민재가 와서 같이 밥을 먹었다. 승우가 아는 맛집으로 갔는데 맛있었다. 앞으로 승우에게 많이 물어보려 한다"라며 웃었다.
끝으로 손준호는 "경기를 많이 못 뛰면 개인 운동을 통해서 체력을 올리려 하고 있다. 아직은 90분 뛸 체력이 안 된다는 감독님 생각을 존중한다. 나는 일단 팀이 이기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물론 내가 외국인 선수는 아니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에 제일 도움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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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