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유럽판 좀비축구다. 잉글랜드가 이번에도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잉글랜드는 7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뒤셀도르프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8강전에서 스위스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잉글랜드는 부진한 경기력을 딛고 2개 대회 연속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스위스는 16강에서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왔으나 지난 대회 준우승팀 잉글랜드를 넘어서진 못했다.
잉글랜드는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필 포든, 키어런 트리피어-데클란 라이스-코비 마이누-부카요 사카, 에즈리 콘사-존 스톤스-카일 워커, 조던 픽포드가 먼저 출격했다.
스위스도 3-4-2-1 포메이션을 택했다. 브렐 엠볼로, 루벤 바르가스-파비안 리더, 미셸 에비셔-그라니트 자카-레모 프로일러-단 은도예, 리카르도 로드리게스-마누엘 아칸지-파비안 셰어, 얀 조머가 선발로 나섰다.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 내내 수많은 비판을 받았다. 초호화 스쿼드를 갖고도 단 한 번도 시원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 조별리그에서도 1승 2무를 거두긴 했지만, 3경기 2골에 그쳤다. 우승 후보라는 명성에 걸맞은 경기력은 아니었다.
토너먼트에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16강전에서 슬로바키아를 상대로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다 종료 직전 나온 벨링엄의 극장 동점골로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연장전에서 터진 케인의 역전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120분 동안 잉글랜드가 기록한 유효 슈팅은 단 2개뿐이었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감독. 그는 스위스를 상대로 스리백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날도 잉글랜드가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전혀 볼 수 없었다.
잉글랜드는 전반부터 스위스의 활동량에 밀려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점유율에선 근소하게 앞섰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양 팀은 전반 45분 동안 유효 슈팅을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 기대 득점(xG)도 잉글랜드가 0.28, 스위스가 0.08에 불과했다.
후반 들어 오히려 스위스가 슈팅 숫자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선제골도 스위스가 터트렸다. 후반 30분 은도이가 골문 앞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엠볼로가 발을 갖다 대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위기에 빠진 잉글랜드. 이번엔 사카가 영웅으로 떠올랐다. 후반 35분 사카는 우측에서 꺾어 들어온 뒤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반대편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양 팀은 정규시간을 1-1로 마치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 120분 승부가 끝나도록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다. 연장 전반엔 잉글랜드, 연장 후반엔 스위스가 힘을 냈으나 결승골이 나오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번번이 조머의 선방에 막혔고, 스위스는 제르단 샤키리의 코너킥이 골대를 때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운명의 승부차기에선 잉글랜드가 웃었다. 첫 번째 키커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잉글랜드는 콜 파머가 침착하게 골망을 흔든 뒤 픽포드가 아칸지의 슈팅을 막아내며 리드를 잡았다. 상대 페널티킥 습관을 적어둔 픽포드의 '물병 컨닝 페이퍼'가 이번에도 적중했다.
잉글랜드는 이후 벨링엄과 사카, 아이번 토니,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까지 모두 득점에 성공하며 5-3 승리를 완성했다. 준결승에 오른 잉글랜드의 상대는 튀르키예를 누르고 올라온 네덜란드다. 두 팀은 오는 11일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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