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팬 ''이별도 예의가 있다'' 극대노... '홍명보 감독 멋지게 보내주자' 했다가→팬들 분노만 키웠다
입력 : 2024.07.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박재호 기자]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광국 울산 HD 대표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좋게 보내주자'고 당부했다가 팬들의 화만 키웠다.

김광국 대표는 9일 울산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명보 감독 관련,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을 해드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해 입장을 밝힌다"고 글을 올렸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8일 대한민국 A대표팀 차기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9일 이임생 축구협회 총괄기술이사는 관련 브리핑을 통해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2027년 1월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2년 6개월이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홍명보 감독은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실패 후 10년 만에 A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하게 됐다.

하지만 울산은 갑자기 수장을 잃게 됐다. 지난 2021년 울산에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K리그1 우승을 이끌었다. 올 시즌도 리그 20라운드까지 승점 39(11승6무4패) 2위로 1위 김천 상무(승점 40)과 치열한 선두 경쟁 중이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시즌 도중 지휘봉을 내려놓고 A대표팀으로 떠난다.

더욱이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A대표팀 사령탑 제안을 지속적으로 거절하는 발언을 해왔기에 울산 팬들의 실망은 더욱 크다.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먼저 김광국 대표는 "홍명보 감독이 팀을 떠나 많은 팬이 속상해하고 있다. 약속을 어겼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는 팬들의 감정을 충분히 존중한다"고 전했다.

이어 "홍명보 감독은 울산 구단이 보내주는 것이다. 홍명보 감독에게 혹시나 국가대표 감독 요청이 온다면 도와주라는 말도 전했다"면서 "이는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울산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홍명보 감독이)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명보 감독은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울산 문수축구장에서 열린 광주FC와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울산과 대한축구협회는 협의를 통해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 부임 날짜를 확정할 예정이다.

김광국 대표는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다"라며 "홍명보 감독은 울산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이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 멋지게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홍명보 감독과 웃으면서 이별하자고 전했다.

후임 감독 체제에서 3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김광국 대표는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을 선임해서 행복하게 잘 살 것이다.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 달라.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할 것이다. 2025년 클럽월드컵도 잘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광국 대표는 "홍명보 감독과의 이별을 멋지게 해주길 부탁한다. 설영우, 마틴 아담을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울산 구단의 존재 이유다. 팬들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극복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을 향한 울산 팬들의 아쉬움 섞인 분노는 여전하다. 울산 팬들은 댓글을 통해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포장하지 마라', '구단이 뭐라고 팬들 감정을 마음대로 재단하고 멋지게 보내줘라, 마라 하나. 불난 집에 기름 붓지 마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한 울산 팬은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 구단은 쉽게 보내는지는 몰라도 떠나는 홍명보 감독이 떠난 자리에서 울산 팬들한테 어떤 말을 전할 지는 몰라도 지금의 상황은 이해가 안 된다. 이렇게 협회가 빼가고 구단이 쉽게 보내주는 선례는 다른 팀들을 위해서라도 전혀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도 지난 8일 "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홍명보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음은 김광국 울산 대표이사 입장문 전문


울산 HD 팬 여러분, 홍명보 감독 관련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홍명보 감독이 떠납니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합니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우리 팬분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를 떠나간다고? 거짓말쟁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한테 약속했잖아, 저 딴 애보다 내가 훨씬 멋있다고 했잖아" 이런 감정 말입니다.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되었습니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구단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입니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요?

사랑하던 사람과의 헤어짐에는 일방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다고 했을 때,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둘의 맹세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

홍 감독이 꽃길만 걸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멋진 날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겁니다. 처음에 홍감독에 대해서도 일부 미흡한 마음을 느끼셨던 분들도 있는 것처럼, 처음엔 미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감독도 강력한 구단과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합니다.

내년도 클럽월드컵에서도 멋지고 치열한 경기력으로 세계 최고의 클럽팀들 사이에서도 팬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빛나는 시간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박재호 기자 pjhwak@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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