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문동주(21)는 올 시즌 두 번이나 2군에 내려가며 극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지난해 신인왕을 차지한 문동주는 세대 교체된 국가대표팀에서도 연이어 에이스로 호투했다. 그를 바라보는 기대치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에이스급 활약을 기대받았지만 야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즌 전 빌드업 과정에서부터 우려가 있었는데 4월말까지 평균자책점 8점대(8.78)를 찍고 2군에 내려갔다. 3주간 재조정을 거쳐 1군 복귀한 뒤 3경기 연속 호투로 반등하는가 싶었지만 이후 4경기 연속 패전투수가 됐다.
다시 또 2군행.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고, 언론이나 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스타 선수의 숙명이지만 이제 21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선수에겐 견디기 어려운 무게였다.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누구보다 실망한 건 문동주 자신이었고, 자신도 모르게 풀이 죽었다.
두 번째 1군 복귀전이 된 지난 12일 대전 LG전에서도 문동주는 승리투수가 됐지만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이날 7이닝 8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LG 타선을 잠재우며 한화의 6-0 완승을 견인, 시즌 4승째를 수확한 문동주이지만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도 기쁜 내색을 표하지 않았다.
그는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처음 느껴보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다”며 “(스트레스) 극복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기대치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오는 게 사실이다. 경기 결과를 보면서 나 스스로를 옥죄인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게 있다. 나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보니 그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쌓일수록 자신감은 떨어졌다. 그런 문동주에게 새로 힘을 불어넣어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양상문 신임 투수코치였다. 후반기부터 한화 투수진을 이끌고 있는 양상문 코치는 투수들에게 개인적으로 편지를 써서 전달했다. 양 코치의 편지가 문동주에겐 상당한 힘이 된 모양이다.
문동주는 “양상문 코치님께서 좋은 말을 많이 해주신다. (고척 키움전) 원정 갔을 때 선수들에게 편지를 다 써주셨다. 마운드에서 편지 내용을 생각한 게 도움이 됐다. 자신감 있게 던질 수 있었다”며 편지 내용 대해선 “‘문동주에게’라고 해서 써주셨는데 힘이 많이 됐다. 선수들 한 명씩 다 생각해서 직접 써주신 것이다. 고민을 하시면서 적어주셨을 마음이 감사했고, 내게도 (진심이) 전달이 됐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16일 만의 1군 복귀전 승리는 자신감을 찾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60km, 평균 156km 직구(59개) 위주로 커브(28개), 슬라이더(13개), 체인지업(1개)을 구사했다. 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 많지 않았다. 직구 스피드와 구위가 건재했고, 변화구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슬라이더와 커브로 헛스윙을 뺏어내며 잡은 삼진도 각각 2개와 1개.
문동주는 “(재정비 기간) 솔직히 크게 손봤던 것은 없다. 잘 먹고 잘 쉬었다. (4월말) 처음 엔트리 빠졌을 때는 밸런스를 잡는 데 오래 걸렸지만 이번에는 밸런스가 나쁘지 않았는데 결과들이 안 좋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감을 잡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며 “내가 가장 좋아져야 할 부분이 직구 구위인데 1회부터 스피드가 잘 나와서 직구를 많이 던졌다. 올해 들어서 직구가 가장 좋았던 날이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문동주는 “운도 가장 좋은 날이었다”고 말했다. 7이닝 무실점의 결과는 만족할 만하지만 LG 타선이 병살타 3개에 더블 플레이 2개로 병살만 5개를 친 도움을 받았다. 5개의 병살 모두 문동주가 힘 있는 직구로 이끌어냈지만 잘 맞은 타구들이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등 수비 도움과 운이 따른 부분이 있었다.
문동주도 “내가 잘했다기보다 수비 도움이 많았고, 운이 좋았다. 오늘 같은 (운이 좋은) 날은 야구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듯하다. 이런 경기를 매번 바랄 순 없다. 오늘 경기에 큰 의미 부여하는 것보다 앞으로 꾸준하게 잘하고 싶다. 이제는 사람 같이 던지고 싶다. 후반기 시작을 잘 끊었으니 앞으로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