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재미로 외야에 나가서 수비 연습을 한 게 지금 와서 빛을 보게 된 것 같아요."
4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가 전격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부족했던 우타자가 하나 더 줄었고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하던 이유찬(26)이 데뷔 첫 외야수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유찬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말 리드오프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의 6-3 승리를 도왔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두산이다. 후반기 3승 7패로 최악의 흐름을 보였고 휴식일이었던 22일 1군과 2군의 코치 3명씩 자리를 바꿨다. 나아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방출하고 제러드 영을 영입했다.
코치진을 통해 선수단에 남다른 마음가짐을 당부한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예상을 뒤엎는 라인업을 공개했다. 2017년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프로 6년 차 내야수 이유찬이 리드오프와 함께 외야수로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것. 올 시즌 대수비로 외야 수비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우익수 출전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뭔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외야수가 다 좌타다. 외야에 우타가 아무도 없어서 오늘은 (이)유찬이가 외야로 나선다.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는 갈 수 없다. 뭐라도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파격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경기 초반부터 이승엽 감독의 승부수가 제대로 적중했다. 1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이유찬은 볼카운트 1-0에서 2구 시속 147㎞ 싱커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타구 속도는 166.4㎞에 달했고 125m를 비행한 대형 홈런이었다. 64경기 만에 나온 2번째 홈런이 마침 외야로 처음 나선 경기에서 나왔다.
이유찬의 1회 선두 타자 홈런은 KBO 시즌 7번째이자 통산 363번째, 개인으로는 데뷔 첫 기록이었다. 두산에 리드를 안기는 기분 좋은 대포이자 이승엽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타석에서는 1회 이유찬의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유찬은 "홈런도 기쁘지만 팀이 승리해서 더 기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손맛이 짜릿했다"며 "유리한 카운트였고 헤이수스 선수가 빠른 공을 많이 던지기 때문에 어떻게 안으로 (배트를) 안 늦게 잘 넣을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잘 맞아서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3회말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날카로운 좌익수 방면 타구를 날린 이유찬은 4회 내야 안타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6회까지 우익수 수비를 소화했다. 뜬공 타구는 없었지만 4회초 펜스에 맞고 나오는 이주형의 2루타와 김혜성의 우전 안타 타구를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7회부터 2루로 자리를 옮긴 이유찬은 9회초엔 1사 1루에서 고영우의 병살타를 깔끔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우익수는 프로 처음, 외야수 선발도 처음이었지만 이유찬은 "외야수로 나간다는 게 아무래도 새로워서 재밌고 즐거웠다. 전혀 부담 갖지는 않았고 팀에서 생각을 해서 라인업을 짜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맞춰서 잘 준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이유가 있었다. 미리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뒀기 때문이다. 이유찬은 "(외야수 훈련을 한 건) 한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 너무 외야수에 빠져 있기보다는 장난스럽게 재미로 외야에 나가서 수비 연습을 한 게 지금 와서 빛을 보게 된 것 같다"며 "중학교 때까지 외야수를 봤고 잘했어서 괜찮았다. 아마추어 야구가 프로야구와 다르긴 하겠지만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야는 항상 연습하던 것이고 외야도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경기를 하다가 외야를 나가거나 내야수로 들어오거나 할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야구하는 건 다 똑같다"며 "외야에 있으면 외야수에 집중하고 내야에 있으면 내야수에 집중하면 된다. 한 가지에 집중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제가 멀티가 잘 되기 때문에 딱히 어려움은 없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신감의 또 다른 비결도 있었다. "외야 수비 위치를 잡는데 조금 애를 먹었는데 조성환 코치님이나 김동한 코치님이 잘 잡아주셨다"는 그는 "(정)수빈이 형이 '어려운 볼은 내가 잡을테니 편하게 하라'고 말해주셨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야수든 외야수든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새 외인 타자 제러드 영은 아직 귀국도 하지 않았고 비자 문제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경기에 뛰려면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의 합류 후에도 우타자가 필요할 땐 이유찬의 외야 기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 또 다른 기회가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유찬은 "경기를 나가면 항상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경기를 뛰는데 한 경기에 너무 얽매다 보면 안 좋은 것에 깊게 파고들어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며 "'이게 기회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 스타일상 너무 쫓기다 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104경기에 나섰는데 타율 0.243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시즌 초중반에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유격수 주전 자리 꿰차지 못했다. 이유찬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에 어떻게든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도, 기회를 못 잡은 것도 사실인데 '이 기회를 잡자'는 것에 너무 부담도 되고 많이 쫓겼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 그렇게 했던 게 약이 돼 올해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멀티에 강한 성향은 프로 6번째 시즌을 맞은 이유찬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줬다. 이제 기회를 잡는 일만 남았다. 다만 결과를 쫓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겠다는 각오로 남은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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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유찬이 23일 키움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47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두산 베어스가 전격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교체했다. 부족했던 우타자가 하나 더 줄었고 유틸리티 내야수로 활약하던 이유찬(26)이 데뷔 첫 외야수로 선발 기회를 잡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유찬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1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1회말 리드오프 홈런 포함 5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의 6-3 승리를 도왔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두산이다. 후반기 3승 7패로 최악의 흐름을 보였고 휴식일이었던 22일 1군과 2군의 코치 3명씩 자리를 바꿨다. 나아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방출하고 제러드 영을 영입했다.
코치진을 통해 선수단에 남다른 마음가짐을 당부한 이승엽 감독은 경기 전 예상을 뒤엎는 라인업을 공개했다. 2017년 2차 5라운드 전체 50순위로 두산의 지명을 받은 프로 6년 차 내야수 이유찬이 리드오프와 함께 외야수로는 처음으로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것. 올 시즌 대수비로 외야 수비 경험이 있기는 했지만 우익수 출전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이승엽 감독은 "우리 입장에서는 뭔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려면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 외야수가 다 좌타다. 외야에 우타가 아무도 없어서 오늘은 (이)유찬이가 외야로 나선다. 항상 똑같은 패턴으로는 갈 수 없다. 뭐라도 한 번 해보려고 한다"고 파격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이유찬(왼쪽)이 23일 키움전 1회말 선두 타자 홈런을 날리고 허경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이유찬의 1회 선두 타자 홈런은 KBO 시즌 7번째이자 통산 363번째, 개인으로는 데뷔 첫 기록이었다. 두산에 리드를 안기는 기분 좋은 대포이자 이승엽 감독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이승엽 감독은 "타석에서는 1회 이유찬의 홈런이 나오면서 경기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이유찬은 "홈런도 기쁘지만 팀이 승리해서 더 기다. 1회 선두타자 홈런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는데,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손맛이 짜릿했다"며 "유리한 카운트였고 헤이수스 선수가 빠른 공을 많이 던지기 때문에 어떻게 안으로 (배트를) 안 늦게 잘 넣을까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앞에서 잘 맞아서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3회말에도 선두 타자로 나서 날카로운 좌익수 방면 타구를 날린 이유찬은 4회 내야 안타로 멀티히트 경기를 완성했다.
6회까지 우익수 수비를 소화했다. 뜬공 타구는 없었지만 4회초 펜스에 맞고 나오는 이주형의 2루타와 김혜성의 우전 안타 타구를 불안감 없이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7회부터 2루로 자리를 옮긴 이유찬은 9회초엔 1사 1루에서 고영우의 병살타를 깔끔하게 처리하기도 했다.
우익수는 프로 처음, 외야수 선발도 처음이었지만 이유찬은 "외야수로 나간다는 게 아무래도 새로워서 재밌고 즐거웠다. 전혀 부담 갖지는 않았고 팀에서 생각을 해서 라인업을 짜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거기에 맞춰서 잘 준비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감의 이유가 있었다. 미리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뒀기 때문이다. 이유찬은 "(외야수 훈련을 한 건) 한 두 달 정도 된 것 같다. 너무 외야수에 빠져 있기보다는 장난스럽게 재미로 외야에 나가서 수비 연습을 한 게 지금 와서 빛을 보게 된 것 같다"며 "중학교 때까지 외야수를 봤고 잘했어서 괜찮았다. 아마추어 야구가 프로야구와 다르긴 하겠지만 그렇게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유찬이 1회말 홈런을 날리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자신감의 또 다른 비결도 있었다. "외야 수비 위치를 잡는데 조금 애를 먹었는데 조성환 코치님이나 김동한 코치님이 잘 잡아주셨다"는 그는 "(정)수빈이 형이 '어려운 볼은 내가 잡을테니 편하게 하라'고 말해주셨다.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내야수든 외야수든 팀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전했다.
새 외인 타자 제러드 영은 아직 귀국도 하지 않았고 비자 문제 등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경기에 뛰려면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의 합류 후에도 우타자가 필요할 땐 이유찬의 외야 기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본 경기였다. 또 다른 기회가 잡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유찬은 "경기를 나가면 항상 기회라고 생각을 하고 경기를 뛰는데 한 경기에 너무 얽매다 보면 안 좋은 것에 깊게 파고들어 그런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며 "'이게 기회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 스타일상 너무 쫓기다 보면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편안하게 경기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지난 시즌 데뷔 후 가장 많은 104경기에 나섰는데 타율 0.243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시즌 초중반에 많은 기회를 얻었지만 유격수 주전 자리 꿰차지 못했다. 이유찬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쫓기는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작년에 어떻게든 기회가 많이 주어진 것도, 기회를 못 잡은 것도 사실인데 '이 기회를 잡자'는 것에 너무 부담도 되고 많이 쫓겼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 그렇게 했던 게 약이 돼 올해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고 다짐했다.
멀티에 강한 성향은 프로 6번째 시즌을 맞은 이유찬의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을 열어줬다. 이제 기회를 잡는 일만 남았다. 다만 결과를 쫓기보다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겠다는 각오로 남은 시즌을 치를 계획이다.
우익수 수비를 펼치고 있는 이유찬.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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