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프로의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료도 없다. 돈이 곧 능력이고 그 가치를 더 알아주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게 너무도 일상적인 세계다. 그렇기에 허경민(34·두산 베어스)의 때 이른 잔류 선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허경민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 맹활약하며 팀에 7-4 승리를 안겼다.
'20승 투수' 출신 라울 알칸타라가 팀을 떠났고 브랜든 와델도 부상으로 새로운 2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팀에 합류했지만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승 7패로 침체를 겪었고 이 여파로 코칭 스태프와 외국인 타자가 교체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던 때 허경민은 연이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전날 승리에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 주변엔 트럭 한 대가 배회하고 있었다. 일부 팬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단에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한 '트럭시위'였다. 기대를 밑도는 성적은 물론이고 감독의 투수 운영 등 경기 운영 미흡, 선수들의 사라진 허슬 정신, 고액 몸값 선수들의 부진, 나아가 구단주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까지 트럭 내 전광판을 장식했다.
허경민도 출근길에 이를 목격했다. 특정 선수들을 겨냥한 메시지도 있어고 그 중엔 허경민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스탯관리 85억 돈미새'라는 원색적 비난을 했다. 자유계약선수(FA) 시즌을 앞둔 허경민이 몸값을 올리기 위해 개인 성적에만 집중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허경민은 2020시즌을 마치고 4+3년 최대 85억원 계약을 맺었다. 4년 65억원에 자신이 원할 경우 3년 동안 20억원을 더 받는 조건이었다. 올 시즌은 첫 4년의 마지막 해다. 2020년 타율 0.332로 날아올랐던 허경민은 FA 계약 후 3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FA를 앞두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그리며 비상하고 있다. FA 시즌을 앞두고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수두룩하다. 'FA로이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보다 팀퍼스트를 강조하고 주장까지 맡았던 선수임에도 FA 시즌을 앞두고 반등하는 성적에 그를 비판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허경민은 더욱 경기에 집중했고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자신을 향한 팬들이 비판에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나서고도 홈 최종전에서 이승엽 감독은 야유를 들어야 했다. 성적보다도 부족한 경기 운영과 두산 특유의 색깔이 사라졌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올 시즌에도 이러한 비판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후반기 부진이 이어지자 일부 팬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물론 트럭시위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팀에 대한 불만을 가진 팬들이 적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들 중에서도 그 메시지나 방향성 등에 대해서는 야구 커뮤니티 등에서 다양한 이견이 나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 선수들을 향한 공격적 메시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이었다.
두산 원클럽맨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플레이해왔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허경민이기에 더욱 서운한 마음이 컸다. 승리 후에도 표정은 밝지 않았던 이유다.
단상 인터뷰에도 어두운 표정으로 올라선 허경민은 "어제 오늘 이겼지만 다 잊고 내일마저 이기겠다"며 팬들께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돌연 "저는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잔류 선언을 했다.
허경민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일부 팬들은 FA 계약 후 아쉬움을 남기던 허경민이 올 시즌 반등하며 몸값을 키운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데 옵트아웃 여부를 떠나 팀에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올 시즌 성적이 매우 뛰어나지만 옵션을 행사하거나 혹은 옵트아웃을 행사하더라도 구단과 연봉협상을 두고 긴 줄다리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허경민의 발언에 관중석에선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그만큼 속상한 마음이 컸다. 허경민은 "노력해서 야구를 잘한다고 나름 생각했는데 자꾸 좋지 않은 이야기가 나왔다. 머리로는 괜찮지만 솔직히 마음은 아팠다"며 "사실 오늘 출근할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선수들이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굳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렇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돌발 선언이 나왔다. 허경민은 "집에서도 항상 얘기하는데 저나 저희 가족이나 가장 행복한 건 이곳에서 마지막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사실 (팬들이) 저를 정말 좋아해 줬다고 생각을 하는데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머리는 괜찮지만 마음으로는 많이 슬펐다. 이 또한 그분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율 0.343,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허경민 없는 두산 타선은 생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허경민은 "FA 때문에 잘하는 게 아니라 겨울 동안 정말 노력을 하고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밖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내일 경기도,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을 바라본다. 허경민은 "가을야구라는 건 정말 행복한 것이다. 1년을 잘해서 초대받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팀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을야구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잘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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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경민이 24일 키움전 승리 후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프로의 세계에선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료도 없다. 돈이 곧 능력이고 그 가치를 더 알아주는 곳을 찾아 떠나는 게 너무도 일상적인 세계다. 그렇기에 허경민(34·두산 베어스)의 때 이른 잔류 선언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허경민은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2볼넷 1타점 2득점 맹활약하며 팀에 7-4 승리를 안겼다.
'20승 투수' 출신 라울 알칸타라가 팀을 떠났고 브랜든 와델도 부상으로 새로운 2명의 외국인 투수들이 팀에 합류했지만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후반기 시작과 함께 3승 7패로 침체를 겪었고 이 여파로 코칭 스태프와 외국인 타자가 교체되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형성되던 때 허경민은 연이틀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전날 승리에도 이날 경기를 앞두고 잠실구장 주변엔 트럭 한 대가 배회하고 있었다. 일부 팬들의 자발적 참여로 구단에 항의의 뜻을 표하기 위한 '트럭시위'였다. 기대를 밑도는 성적은 물론이고 감독의 투수 운영 등 경기 운영 미흡, 선수들의 사라진 허슬 정신, 고액 몸값 선수들의 부진, 나아가 구단주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까지 트럭 내 전광판을 장식했다.
안타를 날리고 기뻐하는 허경민(왼쪽). /사진=김진경 대기자 |
허경민은 2020시즌을 마치고 4+3년 최대 85억원 계약을 맺었다. 4년 65억원에 자신이 원할 경우 3년 동안 20억원을 더 받는 조건이었다. 올 시즌은 첫 4년의 마지막 해다. 2020년 타율 0.332로 날아올랐던 허경민은 FA 계약 후 3년 동안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FA를 앞두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그리며 비상하고 있다. FA 시즌을 앞두고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들은 수두룩하다. 'FA로이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누구보다 팀퍼스트를 강조하고 주장까지 맡았던 선수임에도 FA 시즌을 앞두고 반등하는 성적에 그를 비판하는 여론도 형성됐다.
허경민은 더욱 경기에 집중했고 전 타석 출루에 성공하며 자신을 향한 팬들이 비판에 무력시위를 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 나서고도 홈 최종전에서 이승엽 감독은 야유를 들어야 했다. 성적보다도 부족한 경기 운영과 두산 특유의 색깔이 사라졌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올 시즌에도 이러한 비판 의식이 기저에 깔려 있는 상황에서 후반기 부진이 이어지자 일부 팬들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2루타를 날리는 허경민(왼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 원클럽맨으로 몸을 아끼지 않고 플레이해왔고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던 허경민이기에 더욱 서운한 마음이 컸다. 승리 후에도 표정은 밝지 않았던 이유다.
단상 인터뷰에도 어두운 표정으로 올라선 허경민은 "어제 오늘 이겼지만 다 잊고 내일마저 이기겠다"며 팬들께 한마디를 남겨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돌연 "저는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잔류 선언을 했다.
허경민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답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는 발언이다. 일부 팬들은 FA 계약 후 아쉬움을 남기던 허경민이 올 시즌 반등하며 몸값을 키운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데 옵트아웃 여부를 떠나 팀에 남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올 시즌 성적이 매우 뛰어나지만 옵션을 행사하거나 혹은 옵트아웃을 행사하더라도 구단과 연봉협상을 두고 긴 줄다리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는 부분이다. 허경민의 발언에 관중석에선 뜨거운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2루로 파고드는 허경민(오른쪽).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그렇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돌발 선언이 나왔다. 허경민은 "집에서도 항상 얘기하는데 저나 저희 가족이나 가장 행복한 건 이곳에서 마지막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사실 (팬들이) 저를 정말 좋아해 줬다고 생각을 하는데 조금 다르게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더라. 그래서 머리는 괜찮지만 마음으로는 많이 슬펐다. 이 또한 그분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고 내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율 0.343, OPS(출루율+장타율) 0.879를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전체 6위에 올라 있다. 올 시즌 허경민 없는 두산 타선은 생각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허경민은 "FA 때문에 잘하는 게 아니라 겨울 동안 정말 노력을 하고 코치님들도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밖에서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내일 경기도,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결국 팀이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을 바라본다. 허경민은 "가을야구라는 건 정말 행복한 것이다. 1년을 잘해서 초대받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 팀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을야구는 하늘이 정해준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서 잘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타를 친 후에도 표정이 밝지 않은 허경민. /사진=김진경 대기자 |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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