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서정환 기자] 메달이 전부는 아니다.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들이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 폐막식을 끝으로 보름간의 열전을 모두 마쳤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당초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누구나 메달을 꿈꾸지만 따지 못하는 선수가 더 많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고 과정까지 무시할 수 없다. 정정당당하게 세계와 겨루는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큰 감동을 줬다.
대표적인 선수가 높이뛰기 우상혁(28, 용인특례시청)이었다. 올림픽 전부터 우상혁은 라이벌 바르심(카타르)와 금메달을 다툴 후보로 거론됐다. 파리 입성 후 갑자기 몸살에 걸려 우려를 자아냈다.
다행히 그는 예선에서 2.27m를 넘으며 몸은 가벼웠다. 우상혁은 결선에서 2.27m로 자신의 최고기록 2.35m을 한참 넘어서지 못했다. 3차 시기에서 2.31m를 시도한 우상혁은 끝내 실패하자 아쉬운 눈물을 쏟아냈다.
우상혁은 2016 리우에선 2.26m으로 예선탈락했다. 도쿄에서는 2.35m로 4위를 기록했다. 당연히 메달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당일 컨디션이 따라주지 못했다.
대회가 끝난 뒤 우상혁은 “지난 3년간 감독님이 힘드셨을 것이다. 내가 더 기쁘게 해드리지 못해 아쉽다. LA 올림픽에서 기쁘게 해드리겠다”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근대 5종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전웅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봤지만 최종 6위에 그쳤다. 전웅태는 11일 근대5종 남자부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 런(육상+사격) 합계 1526점으로 최종 6위를 차지했다.
실수가 있었기에 더 아쉬웠다. 마음이 급했던 전웅태는 승마와 사격에서 잇따라 실수를 하면서 부진했다.
경기 후 전웅태는 “오늘이 그 안 되는 날이었다. 무척 아쉽다. 그런 것도 참고 이겨내야 하는 게 선수인데, 연이어 실수가 나왔다”면서 울음이 터졌다. 최선을 다해본 선수들만 흘릴 수 있는 떳떳한 눈물이었다.
억울한 심판판정에 희생을 당한 선수들도 있었다. 역도의 김수현은 역도 여자 81㎏급에서 합계 250㎏을 들어 13명 중 6위에 올랐다. 김수현이 바벨을 들었지만 비디오판독 끝에 수차례 무효가 되면서 힘이 빠졌다.
김수현은 인상 1차 시기에서 110㎏을 들어 올렸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실패가 됐다. 3차 시기서도 113kg을 들었지만 역시 판독실패였다.
체력도 지치지만 정신적으로 힘이 빠졌다. 김수현은 용상 2차 시기서도 147kg를 들었지만 배심원이 비디오 판독 끝에 또 실패를 선언했다.
역도는 선수가 도핑테스트에 걸려 자격이 박탈되는 사례가 많다. 여기에 심판들까지 시도마다 다른 기준을 들이대면서 선수들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유도 여자 57㎏급의 허미미(21, 경북체육회)가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하지만 경기 내내 허미미가 더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음에도 석연 찮은 위장공격으로 반칙패를 당했다. 공격할 의사가 없는데 시간을 소진하기 위해 억지로 공격했다는 이유다.
허미미 뿐만 아니라 유도 전체가 규정의 문제로 ‘지루한 지도 싸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종주국 일본의 나가야마 류주 역시 남자 유도 60㎏급 8강전에서 심판의 오심으로 승리를 빼앗기는 희생양이 됐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