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안세영(22, 삼성생명)의 폭탄발언이 배드민턴계를 넘어 한국 스포츠계를 뒤흔들고 있다. 과연 후폭풍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2024 파리 올림픽은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11일 성승민이 근대 5종 여자부에서 동메달을, 박혜정이 역도 여자 81kg 이상급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혜정의 은메달이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마지막 메달이었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에 버금가는 성과를 거뒀다. 48년 만에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면서 우려가 컸다. 대한체육회도 금메달 5~6개를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한국은 '소수 정예'로 대박을 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면서 총 메달 32개를 수확했다. 이는 2008 베이징 대회와 함께 역대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금메달 13개 역시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에서 작성한 역대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타이 기록이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 5일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9위 허빙자오(중국)를 2-0(21-13 21-16)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안세영을 위한 대관식이었다. 그는 스스로 '마지막 퍼즐'이라고 밝힌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대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아시아선수권대회 우승 단 하나만 남겨둔 안세영이다.
머릿속으로만 그리던 올림픽 우승이 현실이 된 순간. 안세영은 그대로 코트에 쓰러져 기뻐했고, 김학균 감독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눈물을 훔쳤다. 우승을 축하해주는 허빙자오와 포옹을 나누며 스포츠맨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로써 안세영은 생애 첫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배드민턴에 28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가 올림픽 단식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였다. 안세영은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내려오자마자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대한배드민턴협회 운영을 저격하면서 대표팀 은퇴까지 시사하는 말을 꺼냈다.
안세영은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쉽게 나을 수 없었다.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라며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하고는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협회 운영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파장은 일파만파 커졌고, 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자 안세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수관리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본의 아니게 떠넘기는 협회나 감독님의 기사들에 또 한번 상처를 받게 된다"라며 "누군가와 전쟁하듯 이야기 드리는 부분이 아니라 선수들의 보호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은퇴라는 표현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라고 심경을 전했다.
이후 안세영과 협회는 진실공방을 이어갔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 불참부터 부상 방치와 국제대회 참가 강요 등을 두고 양 측이 상반된 주장을 내놨다. 협회는 10여장이 넘는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국제대회에 참가시키지 않았다"라고 선을 그으며 "오히려 2023 덴마크, 프랑스오픈에 불참하는 과정에서 구비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라고 항변했다.
이제 올림픽은 끝났지만, 여전히 후폭풍이 거세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일단 대화로 풀겠다고 밝혔다. 그는 귀국한 뒤 안세영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며 "편안한 상태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겠다. 제도를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하고, 오해한 부분은 진솔한 대화를 통해 풀겠다"라고 말했다.
'대선배' 방수현 MBC 해설위원도 의견을 내놨다. 그는 선수들 보호를 위해 협회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안세영의 발언 타이밍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금메달은 혼자 일궈낸 성과가 아니라고 지적한 것.
방수현 위원은 '일요신문'을 통해 다시 한번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대표팀을 누가 등 떠밀어서 들어간 게 아니지 않나"라며 "안세영으로선 금메달 획득 후 자기 말에 힘이 실렸을 때 협회의 부조리나 대표팀의 선수 보호 문제를 터트리려고 했겠지만, 그 발언으로 안세영을 도운 연습 파트너들, 감독, 코치들, 트레이너들의 수고가 간과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상황을 세밀하게 살펴볼수록 협회가 안세영을 얼마나 특별케어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안세영은 올림픽이 다 끝난 뒤 생각과 입장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개인 스폰서 문제 등을 언급하긴 했지만, 핵심이었던 협회와 진실공방에 대해선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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