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저희 둘 다 이제 프로 3년 차잖아요. 이젠 고등학교보다 프로에서의 기억이 더 생생해요."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절친 문동주(21·한화 이글스)와 고교 시절 벌였던 문·김(문동주-김도영) 대전에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 전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KIA 타이거즈는 그야말로 역대급 고민에 빠졌다. 준수한 제구에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정통파 우완 문동주와 모처럼 나온 5툴 플레이어 김도영 두 명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이른바 '문·김 대전'이었다.
더욱이 그해를 끝으로 1차 지명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KIA의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도영을 선택했던 조계현 전 KIA 단장은 지명 직후 "다른 분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쉬움이 더 컸다. 우리 욕심 같아선 모처럼 광주에서 나온 뛰어난 유망주 둘을 다 잡고 싶었는데 한 선수는 보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고민이 길어졌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바 있다.
KIA의 고민은 지금 생각해도 그럴 만했다는 평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두 선수 모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먼저 두각을 드러낸 건 문동주였다.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문동주는 2년 차인 지난해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 118⅔이닝 95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한국의 에이스로서 각각 금메달과 준우승을 이끌었다. 퍼포먼스적으로도 뛰어나서 KBO 리그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돌파했고 시즌 종료 후 신인왕도 차지했다.
데뷔 시즌부터 부상에 시달린 김도영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차차 메이저리그(ML)도 노리던 재능임을 입증하더니 3년 차인 올해 만개했다. 시즌 성적 125경기 타율 0.347(481타수 167안타) 35홈런 98타점 125득점 36도루, 출루율 0.422, 장타율 0.651 OPS 1.073을 기록하며 MVP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퍼포먼스적으로는 이미 슈퍼스타였다. 지난 4월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하더니,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등 KBO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문동주는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 전 문·김 대전이 심심치 않게 소환됐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든 두 사람에게 문·김 대전은 옛말이었다. 지금은 그저 서로 원정을 가면 찾는 절친일 뿐이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만난 김도영은 "(문)동주랑은 친하다. 야구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문-김 대전이란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둘 다 프로 3년 차고 고등학교 시절보단 프로에서 기억이 더 생생하다. 이제 동주와 난 똑같은 프로 선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최근 대전 원정에서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풀었다. 김도영은 대전에 가면 문동주와 함께 선배 노시환(24)도 자주 만난다. 야구에 진심인 세 사람이 만나면 야구 이야기로 꽃이 피는데 종종 혼자 투수인 문동주가 외톨이가 될 때가 있다고. 문동주 입장에선 김도영, 노시환이니까 가능한 일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 투수로서는 황당했다는 후문이다.
김도영은 "나랑 (노)시환이 형이 이야기할 때 (문)동주가 막 끼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전혀 공감을 못 한다"고 농담하면서 "우리는 타자고 동주 혼자 투수다 보니까 약간 2대1 구도가 돼서 놀리기도 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서로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내게 있어 동주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항상 나도 그렇고 동주도 그렇고 서로 같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진심을 전했다.
절친 김도영의 응원이 전달된 것일까. 문동주는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피칭으로 한화의 5강 경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압도적인 투구로 약 한 달만에 시즌 7승(7패)째를 따냈다.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가운데 문동주도 한화와 함께 절친을 마주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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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동주(왼쪽)와 KIA 김도영. /사진=김진경 대기자 |
광주 동성고 시절 김도영(왼쪽)-광주 진흥고 시절 문동주. /사진=광주 동성고 야구부, OSEN 제공 |
KIA 타이거즈 김도영(21)이 절친 문동주(21·한화 이글스)와 고교 시절 벌였던 문·김(문동주-김도영) 대전에 더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3년 전 KBO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KIA 타이거즈는 그야말로 역대급 고민에 빠졌다. 준수한 제구에 최고 시속 154㎞의 빠른 공을 던지는 정통파 우완 문동주와 모처럼 나온 5툴 플레이어 김도영 두 명 중 한 명만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것. 이른바 '문·김 대전'이었다.
더욱이 그해를 끝으로 1차 지명 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에 KIA의 고민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당시 김도영을 선택했던 조계현 전 KIA 단장은 지명 직후 "다른 분들은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아쉬움이 더 컸다. 우리 욕심 같아선 모처럼 광주에서 나온 뛰어난 유망주 둘을 다 잡고 싶었는데 한 선수는 보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고민이 길어졌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바 있다.
KIA의 고민은 지금 생각해도 그럴 만했다는 평가다. 그로부터 3년이 흐른 현재, 두 선수 모두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와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먼저 두각을 드러낸 건 문동주였다. 2022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문동주는 2년 차인 지난해 23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72, 118⅔이닝 95탈삼진을 기록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는 한국의 에이스로서 각각 금메달과 준우승을 이끌었다. 퍼포먼스적으로도 뛰어나서 KBO 리그 국내 투수 최초로 시속 160㎞의 벽을 돌파했고 시즌 종료 후 신인왕도 차지했다.
KIA 김도영과 한화 문동주가 지난달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나 장난을 치고 있다. |
KIA 김도영과 한화 문동주가 지난달 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나 장난을 치고 있다. |
데뷔 시즌부터 부상에 시달린 김도영은 지난해 후반기부터 차차 메이저리그(ML)도 노리던 재능임을 입증하더니 3년 차인 올해 만개했다. 시즌 성적 125경기 타율 0.347(481타수 167안타) 35홈런 98타점 125득점 36도루, 출루율 0.422, 장타율 0.651 OPS 1.073을 기록하며 MVP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퍼포먼스적으로는 이미 슈퍼스타였다. 지난 4월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에 성공하더니, 최소 타석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최연소·최소 경기 30홈런-30도루 등 KBO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며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문동주는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3년 전 문·김 대전이 심심치 않게 소환됐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하든 두 사람에게 문·김 대전은 옛말이었다. 지금은 그저 서로 원정을 가면 찾는 절친일 뿐이었다. 지난달 광주에서 만난 김도영은 "(문)동주랑은 친하다. 야구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정말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문-김 대전이란 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둘 다 프로 3년 차고 고등학교 시절보단 프로에서 기억이 더 생생하다. 이제 동주와 난 똑같은 프로 선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최근 대전 원정에서 있었던 한 가지 에피소드를 풀었다. 김도영은 대전에 가면 문동주와 함께 선배 노시환(24)도 자주 만난다. 야구에 진심인 세 사람이 만나면 야구 이야기로 꽃이 피는데 종종 혼자 투수인 문동주가 외톨이가 될 때가 있다고. 문동주 입장에선 김도영, 노시환이니까 가능한 일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해 투수로서는 황당했다는 후문이다.
김도영은 "나랑 (노)시환이 형이 이야기할 때 (문)동주가 막 끼려고 할 때가 있다. 그런데 전혀 공감을 못 한다"고 농담하면서 "우리는 타자고 동주 혼자 투수다 보니까 약간 2대1 구도가 돼서 놀리기도 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서로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내게 있어 동주는 정말 재미있는 친구다. 항상 나도 그렇고 동주도 그렇고 서로 같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고 진심을 전했다.
절친 김도영의 응원이 전달된 것일까. 문동주는 긴 부진의 터널을 지나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피칭으로 한화의 5강 경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6이닝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1실점의 압도적인 투구로 약 한 달만에 시즌 7승(7패)째를 따냈다. KIA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적인 가운데 문동주도 한화와 함께 절친을 마주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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