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광주일고 좌완 김태현(19)의 막판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국제대회에서 프로 형들을 제치고 '난적' 대만 상대 선발 투수로 낙점되더니 구위와 제구를 모두 입증했다.
김태현은 6일 중국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3세 이하(U-23) 야구 월드컵 B조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선발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69구) 5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김태현의 호투를 발판 삼아 역전에 성공, 대만에 3-1 승리를 거뒀다. 김태현의 뒤를 이은 최현석(SSG)이 1이닝 동안 삼진 하나를 솎아내며 퍼펙트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WBSC 세계랭킹 6위의 한국은 B조에서 가장 높은 순위인 대만(3위)을 꺾으면서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위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가 오는 11일 열리는 가운데 현재 대만에서 열리는 제13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와 함께 이번 대회는 드래프트 전 유망주들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여겨진다. 더욱이 동 나이대 세계 선수들과 기량을 견줘 볼 수 있어 KBO 대다수 구단이 대만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할 만큼 관심이 지대하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평가는 어느 정도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신인드래프트가 가까워질수록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선수들의 평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배찬승(대구고), 김태형(덕수고), 김태현(광주일고)의 평가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김태현의 대만전 선발 등판과 호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태현은 최태원 감독이 이끄는 이번 U-23 대표팀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다. 단순히 뽑힌 것을 넘어 프로, 대학교 형들을 제치고 대만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아마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현이 낙점된 이유는 뛰어난 구위였다.
구위는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기준 키 185㎝, 몸무게 87㎏ 체격의 김태현은 준수한 직구 수직 무브먼트에 디셉션(숨김 동작)이 좋아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평가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 직구 구속이 시속 137㎞에서 머물렀음에도 2라운드 상위 순번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 겨울 일본 도쿄의 한 아카데미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비약적인 구속 상승을 이뤄냈고 평균 시속 143㎞, 최고 147㎞의 빠른 공을 던지게 되면서 청룡기부터 평가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김태현을 정현우(18·덕수고), 배찬승(18·대구고)과 함께 가장 완성도 높은 좌완 톱3으로 꼽은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만나 "김태현이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투구폼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바뀌었을 뿐 스피드는 안 올라왔는데 차츰 구속이 올라오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메커니즘이 크게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투구 시 중심 이동을 하는 동작에서 힘을 모으는 과정이 확실히 바뀌었다. 키킹하고 힘을 모아서 디딤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까지 동작을 확실하게 정립해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톱3(정우주-정현우-김태형 혹은 배찬승)을 위협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아쉽다고 지적받던 부분도 이번 대만전 호투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했다.
타점이 높은 선수들이 으레 그렇듯이 김태현도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않아 제구가 흔들릴 때가 있었다. 이 약점을 뛰어난 구위와 디셉션을 통해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며 보완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무사사구와 5개의 탈삼진으로 입증했다.
6일 스타뉴스와 만난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타점이 높은 선수들의 최대 단점이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태현이도 '정말 좋다'까진 아니다.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태현이의 공에 타자들이 헛스윙하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프로에서는 타자들이 참아내고 걷어내다 보면 초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타점이 높아 궤적에서 이점이 있다. 커브와 스플리터가 나쁘지 않아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디셉션이 워낙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타석에서 보면 '이제는 팔이 보여야 하는 타이밍인데' 할 때까지도 팔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삼진과 범타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태미나 문제도 완벽 보완했다. 지난해만 해도 공이 50개가 넘어가면 구위가 떨어져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있었다. 하지만 2년 연속 50이닝 돌파에 3학년 시즌을 17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1.47, 54⅔이닝 20사사구(16볼넷 4몸에 맞는 볼) 88탈삼진으로 마무리하면서 의구심을 해소했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B는 "김태현은 올해 상위 지명 후보 중 정우주, 정현우, 배찬승, 김태형, 김서준과 함께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확인해 줬다.
조윤채 감독 역시 "공 50개가 넘으면 구위가 떨어지는 게 (김)태현이의 가장 큰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3학년이 돼서 보완됐다. 스카우트들의 말을 들어도 6⅓이닝(103구)을 소화한 마산용마고전(7월 14일 경기)에서 평가가 크게 올랐다고 들었다. 그 경기뿐 아니라 이제는 50구가 지나도 구위나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존의 탈삼진 능력이 더욱 돋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또 한 번 눈부신 피칭을 보여주면서 3순위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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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
김태현은 6일 중국 사오싱 야구 스포츠 문화센터에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3세 이하(U-23) 야구 월드컵 B조 오프닝 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만을 상대로 선발 투수로 등판해 3⅔이닝(69구) 5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김태현의 호투를 발판 삼아 역전에 성공, 대만에 3-1 승리를 거뒀다. 김태현의 뒤를 이은 최현석(SSG)이 1이닝 동안 삼진 하나를 솎아내며 퍼펙트 피칭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WBSC 세계랭킹 6위의 한국은 B조에서 가장 높은 순위인 대만(3위)을 꺾으면서 두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을 위한 기분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가 오는 11일 열리는 가운데 현재 대만에서 열리는 제13회 아시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18세 이하)와 함께 이번 대회는 드래프트 전 유망주들의 기량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여겨진다. 더욱이 동 나이대 세계 선수들과 기량을 견줘 볼 수 있어 KBO 대다수 구단이 대만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할 만큼 관심이 지대하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대부분의 선수가 평가는 어느 정도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신인드래프트가 가까워질수록 한 경기, 한 경기 결과에 선수들의 평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배찬승(대구고), 김태형(덕수고), 김태현(광주일고)의 평가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김태현의 대만전 선발 등판과 호투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김태현은 최태원 감독이 이끄는 이번 U-23 대표팀에서 유일한 고등학생이었다. 단순히 뽑힌 것을 넘어 프로, 대학교 형들을 제치고 대만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아마야구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태현이 낙점된 이유는 뛰어난 구위였다.
광주일고 김태현(가운데)이 6일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23세 이하(U-23) 야구 월드컵 B조 오프닝 라운드에서 한국의 첫 승을 이끈 송재영(왼쪽), 정안석과 함께 미소 짓고 있다. /사진=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제공 |
구위는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등록 기준 키 185㎝, 몸무게 87㎏ 체격의 김태현은 준수한 직구 수직 무브먼트에 디셉션(숨김 동작)이 좋아 타자들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평가받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고 직구 구속이 시속 137㎞에서 머물렀음에도 2라운드 상위 순번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였다.
여기에 지난 겨울 일본 도쿄의 한 아카데미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비약적인 구속 상승을 이뤄냈고 평균 시속 143㎞, 최고 147㎞의 빠른 공을 던지게 되면서 청룡기부터 평가가 수직으로 상승했다.
김태현을 정현우(18·덕수고), 배찬승(18·대구고)과 함께 가장 완성도 높은 좌완 톱3으로 꼽은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스타뉴스와 만나 "김태현이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만 해도 (투구폼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바뀌었을 뿐 스피드는 안 올라왔는데 차츰 구속이 올라오더라"고 떠올렸다. 이어 "메커니즘이 크게 달라졌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투구 시 중심 이동을 하는 동작에서 힘을 모으는 과정이 확실히 바뀌었다. 키킹하고 힘을 모아서 디딤발을 땅에 내딛는 순간까지 동작을 확실하게 정립해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톱3(정우주-정현우-김태형 혹은 배찬승)을 위협한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아쉽다고 지적받던 부분도 이번 대만전 호투를 통해 어느 정도 상쇄했다.
타점이 높은 선수들이 으레 그렇듯이 김태현도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않아 제구가 흔들릴 때가 있었다. 이 약점을 뛰어난 구위와 디셉션을 통해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내며 보완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무사사구와 5개의 탈삼진으로 입증했다.
광주일고 김태현. |
6일 스타뉴스와 만난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은 "타점이 높은 선수들의 최대 단점이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태현이도 '정말 좋다'까진 아니다.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태현이의 공에 타자들이 헛스윙하면서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프로에서는 타자들이 참아내고 걷어내다 보면 초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대로 타점이 높아 궤적에서 이점이 있다. 커브와 스플리터가 나쁘지 않아 좌·우 타자를 가리지 않고 디셉션이 워낙 좋아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힘들다. 타석에서 보면 '이제는 팔이 보여야 하는 타이밍인데' 할 때까지도 팔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많은 삼진과 범타를 끌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태미나 문제도 완벽 보완했다. 지난해만 해도 공이 50개가 넘어가면 구위가 떨어져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에 의문 부호가 있었다. 하지만 2년 연속 50이닝 돌파에 3학년 시즌을 17경기 6승 2패 평균자책점 1.47, 54⅔이닝 20사사구(16볼넷 4몸에 맞는 볼) 88탈삼진으로 마무리하면서 의구심을 해소했다. 또 다른 KBO 구단 스카우트 B는 "김태현은 올해 상위 지명 후보 중 정우주, 정현우, 배찬승, 김태형, 김서준과 함께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이 있는 선수"라고 확인해 줬다.
조윤채 감독 역시 "공 50개가 넘으면 구위가 떨어지는 게 (김)태현이의 가장 큰 약점이라 생각했는데 그 부분이 3학년이 돼서 보완됐다. 스카우트들의 말을 들어도 6⅓이닝(103구)을 소화한 마산용마고전(7월 14일 경기)에서 평가가 크게 올랐다고 들었다. 그 경기뿐 아니라 이제는 50구가 지나도 구위나 구속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 기존의 탈삼진 능력이 더욱 돋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태현이 신인드래프트를 앞두고 또 한 번 눈부신 피칭을 보여주면서 3순위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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