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2, 토트넘 홋스퍼)이 선수 보호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영국 'BBC'는 25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은 선수들이 뛰어야 하는 경기 수를 보며 '관리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선수들이 나서서 무언가 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라고 보도했다.
최근 축구계에선 많은 경기 수가 뜨거운 이슈가 됐다. 선수들이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을 오가며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
이미 지난 시즌부터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특히 경기 수가 더 많은 프리미어리그(PL)를 중심으로 항의가 많았다. 맨체스터 시티 핵심 미드필더 로드리는 파업을 언급하기까지 했다. 그는 결국 지난 23일 아스날전에서 무릎 인대를 다치면서 시즌 아웃 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경기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최근 국제축구연맹(FIFA)은 클럽 월드컵을 32개팀이 참가하는 대형 대회로 변경했다. 클럽 월드컵은 원래라면 선수들이 휴식하며 회복해야 할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열린다. 클럽월드컵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고작 2~3주만 쉬고 새로운 시즌을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유럽축구연맹(UEFA)도 이 같은 추세를 거들고 있다. UEFA는 올 시즌부터 UEFA 챔피언스리그(UCL) 참가팀을 36개로 확대하면서 경기 수를 늘렸다. BBC에 따르면 상위 팀에서 뛰는 몇몇 국가대표 선수들은 최대 85경기까지 소화할 수 있게 됐다.
손흥민도 선수 보호 문제에 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토트넘 팬 포럼에 참석해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는 UEFA 유로에 참가해 단 2주만 휴가를 보내고, 시즌을 시작하고자 프리시즌에 복귀한다. 이건 선수들을 돌보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흥민은 "힘든 일이다. 우리는 확실히 몇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양질의 경기다. 최대한 많은 경기가 아니다. 경기 수가 지금처럼 많으면 선수들이 부상당하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이건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흥민은 "우리는 분명히 뭔가 바꿔야 한다. 선수들이 나서서 뭔가 말해야 한다"라며 다른 선수들에게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합쳐 무려 5377분을 뛰었다. 데클란 라이스(아스날)도 5324분을 소화했고, 로드리의 출전 시간도 5275분이나 된다. 이 외에도 윌리엄 살리바(아스날)과 필 포든(맨시티) 역시 각각 5250분, 5194분을 뛰었다.
손흥민 역시 '혹사'하면 빠지지 않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발표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8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무려 78경기를 소화했고, A매치 일정을 위해 11만 600km를 비행했다.
당시 손흥민은 78경기 중 72%에 달하는 56경기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5일 휴식도 보장받지 못했다. 심지어 그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출전시간과 이동거리를 기록한 선수 1위에 올랐다.
손흥민은 이후로도 한국 대표팀에서 주장이자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강행군을 소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A매치 기간에도 2주간 영국과 한국, 오만을 오가며 4경기를 뛰어야 했다.
한편 다니엘 레비 회장 역시 팬 포럼에서 손흥민을 언급하며 선수 보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잉글랜드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컵대회가 더 많다는 점"이라며 "특히 손흥민과 같이 조국을 위해 멀리 여행해야 하는 사람에겐 A매치 친선 경기가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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