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손흥민(32)이 자신을 잊지 않고 챙겨준 페드로 포로(25, 이상 토트넘 홋스퍼)의 센스에 하트를 남겼다.
토트넘 홋스퍼는 30일 오전 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6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3-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승점 10(3승 1무 2패)으로 리그 8위로 올라섰다.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예상치 못한 퇴장으로 10명이서 싸운 맨유는 승점 7(2승 1무 3패)에 머무르며 12위까지 떨어졌다.
토트넘은 4-3-3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티모 베르너-도미닉 솔란케-브레넌 존슨이 최전방에 자리했고 제임스 매디슨-로드리고 벤탄쿠르-데얀 쿨루셉스크기가 중원에 섰다. 데스티니 우도기-미키 반 더 벤-크리스티안 로메로-페드로 포로가 포백을 꾸렸고 골문은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지켰다.
맨유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조슈아 지르크지가 득점을 노렸고 마커스 래시포드-브루노 페르난데스-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공격 2선에 섰다. 중원엔 마누엘 우가르테-코비 마이누가 자리했고 디오고 달롯-리산드로 마르티네스-마테이스 더 리흐트-누사이르 마즈라위가 포백을 꾸렸다. 안드레 오나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이날 손흥민은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27일 카라바흐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에서 허벅지 뒤쪽에 불편함을 호소하며 주저앉았고, 후반 26분 교체됐다. 손흥민은 직전 경기였던 브렌트포드전을 마친 뒤에도 같은 부위에 문제를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손흥민의 맨유전 출격 여부를 두고 많은 예상이 오갔지만, 결국 그는 벤치에도 앉지 못했다. 토트넘 내부 소식에 밝은 폴 오키프는 손흥민은 처음부터 뛸 수 없었다며 애초에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블러핑'이었다고 주장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전 "(손흥민은) 이번 경기에 나설 컨디션이 아니었다"라며 "우리는 그 없이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베르너는 이 포지션에서 가장 능숙한 선수 중 하나로, 그를 영입한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빠졌지만, 토트넘 승리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토트넘은 전반 3분 만에 반 더 벤의 폭발적인 질주에 이은 존슨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고, 전반 막판 브루노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안았다. 여기에 후반 3분 쿨루셉스키의 추가골과 후반 32분 솔란케의 쐐기골까지 묶어 맨유를 무너뜨렸다.
포로는 승리의 기쁨을 손흥민과 함께 나눴다. 그는 솔란케의 득점 당시 솔란케 옆에 자리를 잡더니 손흥민의 트레이드마크인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그런 뒤 양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키며 활짝 웃었다. 경기장 밖에서 보고 있을 캡틴에게 바치는 세레머니였다.
영국 'BBC'는 "포로가 손흥민의 세리머니를 했다"라고 전했다. '스포츠 바이블' 역시 "솔란케는 만화 '주술회전'에 나오는 고조 사토루의 세리머니를 펼쳤고, 포로는 손흥민의 아이콘 같은 세리머니를 하며 부상당한 동료에게 응원을 보냈다"라고 주목했다.
포로는 지난 시즌에도 매디슨이 부상으로 빠지자 매디슨의 '다트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이번에도 홀로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따라 하며 동료를 챙긴 것. 포로는 지난해 2월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뒤로 경기장 안팎에서 팀원들과 잘 어울리고 있다.
손흥민도 포로의 세레머니 사진을 소셜 미디어로 공유하며 "디스 이즈 마이 가이!(이게 내 남자야!)"라고 화답했다. 축구공 이모지의 흰색 하트 이모지도 덧붙였다. 자신을 잊지 않고 챙겨준 동생에 대한 고마움이 묻어났다.
한편 손흥민의 부상은 그리 심각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맨유전을 마친 뒤 "손흥민의 상태는 두고 봐야 한다. 지금쯤 그는 라운지에서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농담하며 "런던으로 돌아가면 일단 그의 상황을 확인해야 한다.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란다"라고 가볍게 말했다.
손흥민은 홍명보 감독이 발표한 10월 A매치 명단에도 포함됐다. 홍명보 감독은 "내가 직접 소통했다. (손흥민) 본인이 느끼기에는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지금 당장 출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들었다. 앞으로도 (클럽팀) 경기가 남아있다. 출전 여부를 지켜보겠다"라고 밝혔다.
물론 추후 발탁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은 "손흥민은 그동안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 굉장히 힘든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중요한 건 앞으로의 컨디션과 체력"이라며 "손흥민 본인은 경기에 나가고 싶어 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를 무리시켜서 어려움을 겪게 하고 싶진 않다. 손흥민이 뛸 수 없을 상황에 대비한 플랜B는 준비해놨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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