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돌고 돌아 토마스 투헬 감독이 다시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끝내 에릭 텐 하흐 감독과 결별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7일(이하 한국시간) "맨유는 텐 하흐 대체자로 투헬을 라인업했다. 투헬은 지난여름에도 텐 하흐를 대신할 후보였으며 맨유로부터 다시 검토를 받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맨유는 텐 하흐의 잠재적 대체자로 투헬 영입을 준비 중이다. 투헬은 맨유가 텐 하흐 경질을 고려하면서 관심을 끌었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을 떠난 뒤 아직도 휴식 중"이라고 덧붙였다.
맨유 보드진은 빠르게 텐 하흐 감독과 작별을 준비할 전망이다. 매체는 "투헬의 매력은 즉시 선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맨유의 고위 관계자들은 오는 화요일 런던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다. 텐 하흐는 앞으로 며칠 안에 구단과 논의를 나눌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맨유가 칼을 빼 들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맨유는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텐 하흐 감독 경질설이 뜨거웠다. 대신 투헬 감독을 비롯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그레이엄 포터, 토마스 프랭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키어런 맥케나 감독 등 여러 인물이 대체자 물망에 올랐다.
이유는 역시 성적 부진이었다. 맨유는 지난 시즌 내내 고개를 숙였다. 텐 하흐 감독은 2022-2023시즌 리그 4위와 리그컵 우승이라는 성과를 내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2년 차 들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는 조별리그 꼴찌를 기록하며 탈락했고, 리그에서도 8위까지 추락했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이었다. 맨유는 리그 38경기에서 57골을 넣는 동안 58골을 내주며 득점보다 실점이 많았다. 어디 하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 굴욕적인 기록도 여럿 세웠다. 맨유는 2023-2024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85골이나 허용했고, 무려 19번이나 패했다. 이는 1978-79시즌 이후 46년 만의 최다패 기록이다.
하지만 텐 하흐 감독은 마지막 순간 대반전을 썼다.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2023-2024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2-1로 꺾고 통산 13번째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 맨유는 단단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으로 맨시티를 괴롭혔고, 1년 전 FA컵 결승전 패배를 되갚아주며 정상에 올랐다.
그러자 FA컵 결과와 상관없이 경질을 고려하던 맨유 보드진도 텐 하흐 감독의 미래를 다시 평가하고 나섰다. 맨유는 다른 후보들과 접촉을 시작하면서도 텐 하흐 감독의 거취를 포함한 전체적인 시즌 검토를 실시했다.
어찌 됐던 트로피를 들어올린 텐 하흐 감독은 큰소리를 쳤다. 그는 "만약 맨유가 나를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면 난 다른 팀으로 가서 트로피를 들어 올릴 것이다. 그게 내가 해왔던 일"이라고 당당히 선언했고, 이적시장 실패에 대해서도 자기 책임은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결국 맨유도 다시 텐 하흐 감독을 붙잡기로 결정했다. 투헬 감독을 선임할 것이란 소문도 파다했지만, 무산됐다. 맨유 보드진은 스페인 이비자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텐 하흐 감독에게 연락해 계약을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BBC'는 "투헬은 맨유의 공동 구단주인 짐 랫클리프 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나 스스로 가능성을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맨유는 텐 하흐가 힘든 시즌 동안 보여준 헌신과 품위, 전문성에 감탄하고 있다. 또한 그가 알레한드로 가르나초와 코비 마이누의 발전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걸 인정한다"라고 전했다.
맨유는 이적시장에서 텐 하흐 감독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슈아 지르크지, 레니 요로, 마테이스 더 리흐트, 누사이르 마즈라위, 마누엘 우가르테를 영입하며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단을 보강햇다. 이번 여름에만 쓴 이적료만 1억 9000만 파운드(약 3345억 원)다. 2022년 텐 하흐 감독이 부임한 이후 쓴 이적료는 무려 6억 파운드(약 1조 564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맨유는 이번에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안방에서 리버풀에 0-3으로 패하며 고개를 숙였고, 지난주에는 토트넘을 만나서도 0-3으로 대패했다. 개막 후 리그 6경기에서 2승 1무 3패에 그치며 역대 최악의 출발을 기록한 맨유다.
그러자 맨유 구단에서도 텐 하흐 감독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포르투와 UEFA 유로파리그 맞대결, 아스톤 빌라와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고 그의 미래를 결정하겠단 것. BBC는 "다가오는 한 주는 텐 하흐가 맨유에 부임한 이후로 가장 결정적인 일주일이 될 것"이라며 "텐 하흐가 적임자로 판단된 뒤 처음 있는 큰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결과는 2경기 연속 무승부였다. 맨유는 포르투 원정에서 2-0으로 앞서 나가다가 3골을 내리 허용하며 역전당했다. 여기에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쳤지만, 해리 매과이어의 극장골로 간신히 비겼다. 빌라 원정에서도 조심스러운 경기 운영 끝에 0-0 무승부를 거뒀다. 리그 첫 7경기에서 승점 8점에 그친 것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이다.
결국 맨유 보드진도 텐 하흐 감독에 대한 신뢰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오마르 베라다 맨유 CEO는 지난달 "텐 하흐는 우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매우 긴밀히 협력해 왔다. 우리는 그가 팀에서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계속해서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텐 하흐가 우리에게 적합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계속된 부진은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맨유는 올 시즌 11경기 중 단 3경기만 이겼다. 또한 프리어리그 14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텐 하흐의 입지는 불확실하다. 맨유는 리그 7경기에서 5골에 그치며 두 번째로 적은 득점을 기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텐 하흐 감독은 빌라전 무승부 이후에도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는 거취를 묻는 말에 "그게 달라졌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변화가 있다면) 그들이 말을 해줬어야 한다"라며 "우리는 매우 열려 있고, 투명하게 소통한다. 매일 대화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맨유 측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맨유가 텐 하흐 감독을 경질하고 투헬 감독을 선임한다면 투헬 감독으로선 약 2년 만의 프리미어리그 복귀다. 그는 지난 2022년 9월 첼시에서 해고됐고, 지난 시즌엔 바이에른 뮌헨에서 무관에 그치며 상호 합의로 팀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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