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광주,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시즌 막판 볼거리 중 하나는 3년 차 내야 유망주 윤도현(21)의 활약이었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2022년 2차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KIA에 입단한 윤도현은 고교 시절 같은 광주 지역 동성고 출신인 김도영(21)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할 만큼 타격 재능이 출중한 유망주였다.
입단 첫 해 시범경기에서 오른손 중수골 골절상을 입어 장기 재활하며 1~2군 모두 출장 없이 끝난 윤도현은 지난해에도 햄스트링 부상으로 퓨처스리그 11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올해도 스프링캠프 막판 옆구리를 다쳐 먼저 귀국했고, 4월 퓨처스리그에서 또 중수골이 부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부상 때문에 데뷔가 계속 미뤄졌지만 지난달 21일 1군 콜업 후 강렬한 신고를 했다. 6경기 타율 4할7리(27타수 11안타) 1홈런 8타점 1도루 OPS 1.000으로 짧은 기간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것이다. 김도영과 함께 1~2번 테이블 세터를 이루며 ‘도도 콤비’로 KIA팬들을 배 부르게 했다.
시즌 막판 6경기를 뛰고 한국시리즈(KS) 준비 기간도 함께 훈련하며 엔트리 합류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나 윤도현은 KIA의 30인 KS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내야 유틸리티로 백업 자리를 노렸지만 경험이 더 많고, 수비와 주루에서 활용성이 더 높은 김규성이 선택받았다.
KS에서 ‘도도 콤비’를 볼 수 없는 것이 김도영도 못내 아쉬웠다. 지난 21일 광주에서 열린 KS 1차전을 앞두고 김도영은 “도현이도 KS에서 같이 뛰었다면 좋았을 텐데”라면서도 “도현이는 아직 어리고,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다. 이번 K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운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크겠지만 짧은 기간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며 절친한 친구를 위로했다.
엔트리가 결정된 뒤에도 윤도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않았다. 김도영은 “그냥 경기장 와서 야구 볼 거냐고 물어본 게 전부”라며 상심했을 수 있는 친구 마음을 헤아렸다. 윤도현도 SNS를 통해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덕분에 더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내년에는 팬분들 앞에서 더 좋은 모습 많이 보여드리겠습니다”라며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이제 21살밖에 되지 않은 선수이고, 앞으로 또 기회는 충분히 있다.
친구의 몫까지 해야 할 김도영도 첫 KS를 앞두고 새로운 경험을 했다. 1차전 전날 밤 11시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11시에 딱 눈을 감았는데 그대로 3시간이 흘러서도 잠을 못 잤다. 아무렇지 않았는데 잠이 안 오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긴장한 것은 아닌데 큰 경기를 앞두고 가슴이 쿵쾅댔다. 그는 “떨리는 감정은 하나도 없다. 설레는 것밖에 없다”며 “작년에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서 뛰어봤지만 KS가 더 큰 경기라고 생각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경기가 아닐까 싶다. 잘하고 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1차전 3번 타자 3루수로 KS 데뷔에 나선 김도영은 삼성 선발 원태인을 맞아 1회 첫 타석에서 3루 땅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선 볼넷을 골라내며 1루에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득점을 내진 못했다. 3루 수비에선 2개의 땅볼 타구를 침착하게 잘 처리하며 안정감을 보였다.
삼성이 1-0으로 앞선 6회초 무사 1,2루에서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이 된 1차전은 22일도 그라운드 상태와 비 예보로 인해 하루 더 미뤄졌다. 23일 오후 4시 재개될 1차전 남은 4이닝에 김도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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