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없이지만' 분통한 삼성... '애초에 안했으면, 원태인 계속 던졌다면' 결과는 달랐을까 [KS1·2 현장]
입력 : 2024.10.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광주=안호근 기자]
삼성 구자욱(맨 앞)을 필두로 한 삼성 선수들이 23일 KS 1차전에서 패한 뒤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삼성 구자욱(맨 앞)을 필두로 한 삼성 선수들이 23일 KS 1차전에서 패한 뒤 팬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역대 최초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 그만큼 이례적이었고 삼성 라이온즈는 아쉬운 판정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야구에 만약은 없다(야만없)'는 격언과 같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어지지 않았어야 할 일이 벌어진 터라 삼성 입장에선 자꾸만 가정법을 활용해보게 된다.

삼성은 23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오후 4시부터 재개된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1차전 서스펜디드 게임에서 1-5로 역전패를 당했다.

지난 21일 시작했던 1차전에서 삼성은 원태인의 5이닝 무실점 완벽투와 6회초 김헌곤의 홈런, 이어진 연속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 완벽한 승리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돌연 굵어진 비로 인해 경기가 중단됐고 다시 열리지 못해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22일에도 많은 비로 1,2차전이 모두 미뤄졌고 결국 이틀이나 지난 23일 멈췄던 1차전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선 추가점이 필요했다. 1차전 66구만 던지며 KIA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던 원태인이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인해 강제 강판된 꼴이 됐고 가뜩이나 약점으로 꼽혔던 삼성의 불펜에게 4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건 다소 버겁게 느껴지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야만없이지만' 분통한 삼성... '애초에 안했으면, 원태인 계속 던졌다면' 결과는 달랐을까 [KS1·2 현장]
무사 1,2루 김영웅 타석 1볼 상황을 두고 양 팀은 이틀 동안 최선의 수를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KIA는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믿을 만한 카드인 셋업맨 전상현을 등판시켰다. 이에 맞선 삼성의 선택은 보내기 번트였으나 결과는 최악의 상황을 낳았다. 김영웅의 번트 타구가 포수 바로 앞에 떨어졌고 3루에서 선행 주자가 포스 아웃됐다.

이후 박병호가 삼진, 윤정빈의 볼넷에도 이재현이 투수 땅볼로 물러나 흐름이 묘해졌다. 여전히 한 점 차로 앞서 있음에도 분위기는 KIA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고 6회말 좌완 이승현이 등판해 KKK로 상대 중심 타선을 삭제했음에도 결국 7회말 아쉬운 수비와 임창민의 연속 폭투 등이 겹쳐 4실점하며 무너졌다.

포털 사이트 중계 자료에 따르면 6회 무사 1,2루 삼성의 승리 확률은 73.1%를 찍었으나 무득점으로 이닝을 마친 뒤엔 57.9%까지 낮아졌고 7회말을 마친 뒤엔 8.7%로 사실상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갔다.

결국 1-5로 패한 삼성은 2차전 선발 매치업의 불균형 속에 이변 없이 3-8로 졌다. 원정에서 2연패를 당하며 우승 확률이 10%까지 곤두박질쳤다. 역대 KS 1,2차전에서 연승을 달린 20개 팀 중 우승을 하지 못한 팀은 단 2차례 뿐이었다.

'야만없이지만' 분통한 삼성... '애초에 안했으면, 원태인 계속 던졌다면' 결과는 달랐을까 [KS1·2 현장]
이겼으면 모든 게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다. 비로 이틀이나 밀린 경기로 인해 원태인은 결국 나흘 쉬고 4차전 등판이 가능해졌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었다. 3차전 선발 데니 레예스도 닷새 휴식 후 더 힘 있는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게 됐다. PO부터 치고 올라온 삼성으로선 하루의 뜻하지 않은 휴식 발생도 반가운 일이었다.

다만 1차전 승리가 밑바탕이 됐을 때 따져볼 수 있는 이야기다. 3,4차전 원태인과 레예스가 등판한다고는 하지만 이 2경기를 모두 잡는 것 외에는 삼성으로서 기대를 걸만한 부분이 사라졌다. 올 가을야구 최고의 투구를 펼치고 있는 둘이지만 그만큼 부담도 더 커져 이전 같은 투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서스펜디드 게임 선언 이후 박진만 감독은 "애초에 경기에 들어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경기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고 그렇기에 지금껏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서스펜디드 게임이었을 터. '1차전을 정상적으로 치렀다면', 그로 인해 '원태인이 충분한 이닝을 소화했다면', 혹은 '애초에 우천 취소돼 서스펜디드 게임이 되지 않았더라면' 등 갖가지 상황을 자꾸 대입해보게 된다.

앞선 서스펜디드 게임 결정에 분통이 터지지만 더 이상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다. 경기 후 박진만 감독은 "두 경기를 다 져서 아쉽다. 솔직히 광주 1승 1패가 목표였는데 -1이라고 생각하고 대구 가서 하루 쉬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반격 의지를 나타냈다.




광주=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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