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척, 이후광 기자] 프로 16년차에 감격의 첫 태극마크를 새겼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크다. 아직 대만으로 향할 최종 엔트리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전 포수 박동원은 2024 WBSC 프리미어12 예비엔트리 35명에 포함되며 프로 16년차에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에 승선하는 영예를 안았다. 박동원은 2009년 히어로즈 2차 3라운드 19순위로 뽑힌 포수 기대주였지만, 아마추어 시절에도 청소년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표팀 2일차 훈련에서 만난 박동원은 태극마크를 새긴 소감을 묻자 “아직 된 게 아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일단 지금 이 옷을 입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확실히 최종 엔트리에 들어야 한다”라고 겸손하게 대답했다.
유니폼을 입은 소감에 대해서는 “옛날 같았으면 사진이라도 찍었을 텐데 지금 그런 건 조금 없어졌다. LG와 처음 계약했을 때 집에 와서 사진을 찍었고, KIA 갔을 때도 사진을 찍고 아내에게 잘 어울리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찍지 않았다. 아직 최종 엔트리가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1990년생인 박동원은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선수다.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20대 초중반의 어린 선수들을 대거 선발하면서 34살의 박동원이 최고참이 됐다. 첫 국가대표에서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야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박동원은 “대표팀에 안 친한 선수가 너무 많다”라고 웃으며 “인사는 서로 하는데 내가 낯을 가리는 편이라 말을 많이 못 한다. 과거 새로운 팀으로 옮겼을 때는 선수들과 빨리 친해져야하니까 먼저 말을 걸었는데 여기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제한적이다. 어색한 선수들이 너무 많다”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일단 선수들과 빨리 친해져야하는 게 첫 번째다. 어린 선수들을 많이 뽑았지만, 너무 잘하는 선수들이다. 내가 이들을 끌고 가는 것보다 이 선수들이 원래 하던 것처럼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좋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게 중요하다. 이게 내가 해야할 일이다”라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덧붙였다.
박동원이 대표팀 합류를 반기는 또 다른 이유는 국내 정상급 투수들의 공을 모두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동원은 이날 고영표, 곽빈, 이영하, 김서현, 소형준 등 소속팀에서 토종 에이스 혹은 필승조로 불리는 투수들과 불펜에서 배터리호흡을 이뤘다.
박동원은 “이것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의 공을 잡아보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거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동원은 류중일호의 4번타자로도 거론되고 있다. 마땅한 장타자가 없는 가운데 일발 장타력이 있는 박동원이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것. 박동원은 1일차 타격 훈련에서 잇따라 고척돔 담장을 넘기며 류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동원은 “조금 쉬다가 나와서 어제 컨디션이 정말 좋았다. 치면 다 넘어갔다. 그래서 감독님이 속으신 거 같다”라고 웃으며 “나는 확실히 쉬고 왔을 때 컨디션이 좋다. 그런데 또 오늘은 감독님 생각이 바뀌셨을 수도 있다. 만일 첫 국가대표팀에서 4번타자를 맡는다면 그 또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거듭 언급했듯 박동원의 남은 훈련 기간 최대 목표는 최종 엔트리 28인에 드는 것이다. 포수 엔트리는 박동원, 김형준, 한준수 등 3명뿐이라 최고참이자 가장 경험이 많은 박동원의 무난한 승선이 예상되지만, 선수는 마음을 놓지 않았다.
박동원은 “대표팀 훈련 나오면서 ‘훈련만 참가하고 집에 가라고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들었다. 아내에게 진짜 그러면 민망해서 앞으로 어떻게 야구를 하냐고 했다”라고 껄껄 웃으며 “국가대표는 인맥으로 뽑는 게 아니지 않나. 열심히 해서 꼭 최종 엔트리에 들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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