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조형래 기자] 한국시리즈 3,4차전이 열리는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의 주요 관심사는 홈런이었다.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 ‘라팍’은 좌중간과 우중간이 다른 구장에 비해 거리가 육도 짧은 편이다. 이 짧은 좌중간과 우중간 때문에 많은 홈런이 양산된다. 삼성은 이런 홈구장의 특성의 이점을 제대로 활용했다. 정규시즌 185홈런으로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그리고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9개의 홈런으로 제대로 된 홈런 군단의 위용을 선보였다. 특히 1,2차전이 열린 라팍에서만 8개의 홈런을 집중시켰다.
일단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는 삼성의 홈런포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1차전 김헌곤의 선제 솔로 홈런 말고는 삼성의 대포는 침묵했다. KIA 역시 2차전 김도영의 솔로 홈런을 제외하고는 홈런은 없었다.
그러나 라팍으로 자리를 옮긴 3,4차전은 다시 홈런이 화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상대팀인 KIA 이범호 감독은 삼성의 홈런을 다시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단, 이범호 감독은 솔로 홈런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3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이범호 감독은 “솔로 홈런 맞는 것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이기는 하지만 주자를 모아 놓고 홈런만 안 맞으면 된다”라면서 “투수들에게 솔로 홈런 맞는 것은 문제없다고 얘기했다. 그런 것은 신경쓰지 마라고 했다. 주자 깔려 있을 때 맞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도 홈런 많이 쳤다. 장타가 무조건 나오는 것은 아니기에 상황 되면 짧게 쳐서 점수를 내고 중요한 상황이든 아니든 언제든지 홈런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KIA도 올해 라팍 7경기에서 13개의 홈런을 때려낸 만큼 홈런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날 KIA 선발 에릭 라우어는 최고 151km의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삼성 타선을 제압해 나갔다. 그런데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이성규에게 선제 좌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하나 정도는 괜찮을 수 있었다. 그리고 5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김영웅에게 우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2개까지도 괜찮을 수 있었다. 여전히 격차는 2점 차였다.
KIA도 이어진 6회초 1점을 만회했다. 선두타자 박찬호가 9타수 무안타 침묵을 깨는 한국시리즈 첫 안타에 첫 도루까지 성공시켜 2사 2루의 기회를 만들었고 최형우의 우전 적시타로 1-2로 추격했다. 이제는 1점 차.
KIA는 선발 에릭 라우어가 5이닝 5피안타(2피홈런) 무4사구 8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 내려간 뒤 불펜진을 가동했다. 1점 차였기에 필승조들을 투입했다. 그런데 다시 솔로 홈런이 문제였다. 연달아 얻어 맞았다. 7회말에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1⅔이닝 2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경기 MVP를 수상했던 전상현이 올라왔다.
그런데 선두타자 김헌곤, 그리고 후속 박병호에게 백투백 홈런을 얻어 맞았다. 두 선두 모두에게 초구를 던지다 얻어 맞았다. 공 2개 만에 강판됐다. 2022년 플레이오프 3차전 고척 키움전에서 LG 이정용에 이어 포스트시즌 역대 두 번째 불명예를 안았다.
2개 까지는 괜찮을 수 있었던 솔로 홈런이 4개로 불어났다. 격차가 순식간에 1-4로 벌어졌다. 경기 후반, 필승조가 내준 홈런의 파급력을 생각하면 KIA에 데미지가 컸다.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8회초 김도영의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지만 더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2-4로 패했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그래도 "1점 씩 4점 준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까지 두려워하면 안된다. 볼넷 줘서 연타 내주는 것보다는 솔로포 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솔로포 준 게 패인이 아니고 레예스 공략 못한 게 패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KIA에 솔로 홈런은 괜찮지 않았다. 이범호 감독의 단언은 틀렸다. 솔로포는 괜찮다고 했지만, 이 솔로 홈런을 4방이나 허용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솔로포로 야금야금 경기 분위기를 헌납하면서 1,2차전 승리의 분위기를 잇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90%를 거머쥐고도 이제 불안한 4차전을 맞이하게 됐다. 판은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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