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조형래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무안타의 침묵을 끝내고 멀티히트까지 완성했다. 하지만 9회초 만루 기회를 결과적으로 놓치면서 한풀이에 실패했다. KIA 구성원 모두가 통탄해할 수밖에 없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는 25일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4로 패했다. 이로써 시리즈 2승을 선점한 뒤 1패를 하면서 기세가 꺾였다.
이날 KIA 타선의 큰 변화라고는 1루수로 서건창이 나선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1,2차전에서 8타석 6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던 박찬호가 3경기 연속 리드오프로 선발 출장했다.
사실 박찬호는 한국시리즈에서 공수 모두 부침을 겪고 있었다. 무안타 침묵은 물론 수비에서도 실책 2개를 범했다. 내야 사령관이 흔들렸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에게 리드오프 중책을 맡겼다. 박찬호는 올해 레예스를 상대로 7타수 3안타(.429)를 기록하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아울러 라팍에서 올해 7경기에 출전해 30타수 9안타 1홈런 7타점을 기록했다. 3점홈런을 터트리는 등 라팍에서 좋은 기억이 있었다.
일단 첫 두 타석 모두 3루수 땅볼을 때리며 물러났다. 1회 첫 타석은 3볼 1스트라이크의 절대적인 유리한 카운트에서 아쉬운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0-2로 끌려가던 6회, 마침내 한국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했다. 이후 소크라테스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고 김도영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과정에서 2루를 훔쳤다. 타이밍상 아웃이었지만 포수 강민호의 송구를 2루수 류지혁이 잡지 못했다. 공식 기록은 박찬호의 도루 실패에 2루수 포구 실책. 어쨌든 2사 2루의 기회가 이어졌고 최형우가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 1-2의 추격점을 만들었다. 박찬호부터 추격이 시작됐다.
하지만 7회말 김헌곤과 박병호에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면서 KIA는 다시 1-4로 끌려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3점차. 가시권이었다. 8회초 KIA는 다시 힘을 냈다. 박찬호부터 시작이었다. 박찬호가 1사 후 유격수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기회가 만들어졌다. 소크라테스가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이후 김도영 타석 때 폭투가 나오면서 박찬호는 2루를 밟았고 2사 2루 기회에서 김도영의 좌전 적시타로 박찬호는 홈을 밟았다. 이날 KIA의 2득점이 모두 박찬호에게서 나왔다.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박찬호의 기지개를 반가워 하면서 “큰 경기에 대해서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판가름 된다. 박찬호가 2경기 안타가 안 나왔지만 안타가 나오면서 반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9회초 마지막 기회, 박찬호의 타석에서 나온 타구 하나는 모두를 통탄에 빠지게 했다. KIA는 9회초 1사 후 김선빈의 좌전안타가 나왔다. 대타 한준수가 삼진을 당해 2아웃이 됐지만 이어진 대타 이우성이 볼넷을 얻어내 2사 1,2루 기회가 이어졌고 최원준이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공 까지 얻어내 2사 만루 기회가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박찬호 앞에 2사 만루 역전 기회가 만들어졌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상황. 2아웃이었고 KIA도 1루 대주자 박정우를 썼기에 장타 하나면 싹쓸이 역전까지 가능했다. 그리고 박찬호는 그런 타구를 만들어냈다.
삼성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초구 142km 패스트볼에 과감하게 배트를 돌렸다. 타구는 3루를 넘어서 좌측 파울 라인 쪽으로 향했다. 모두의 시선이 이 타구로 향했다. 그런데 라인 바깥쪽에 떨어지며 파울이 됐다. 경쾌한 타구음이 들리자마자 KIA 벤치는 환호했고 주자들은 모두 스타트를 했다. 박찬호도 자신감 있게 배트를 던지고 뛰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박찬호는 파울이 되자 1루로 향하다 펄쩍 뛰었다.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만큼 간절했다. KIA는 장탄식을, 삼성은 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이후 2구째 힘 없는 3루수 땅볼을 치면서 아웃됐다. KIA의 2-4 패배가 확정됐다. 박찬호의 타구 하나가 시리즈의 운명을 바꿀 수 있었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이 타구에 대해 “박찬호의 초구 타구가 아찔했다. 만약에 페어가 됐으면 역전타가 될 수 있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만큼 이 타구 하나가 중요했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이범호 감독 역시 이 타구에 감정을 실었다. 이 감독은 “마지막 기회가 왔을 때 (박찬호의 타구가)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훨씬 좋은 상황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파울이 되면서 아쉬웠다. 우리에게 조금 운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되돌아봤다.
KIA 입장에서는 박찬호의 부활이라는 소득이 있었지만 한국시리즈 전체적으로는 아쉬움을 곱씹을만한 타구에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시리즈 2승을 선점하면서 한국시리즈 우승의 7부 능선을 넘는 듯 했던 KIA. 하지만 승운은 쉽게 KIA 쪽으로 넘어오지 않았고 앞으로 더 험난한 시리즈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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