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구, 손찬익 기자] 땅볼 유도 능력을 바탕으로 계투진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효과는 미비하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투수 송은범이 만루 홈런 한 방에 무너졌다.
지난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은 0-3으로 뒤진 3회초 수비 때 1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선발 원태인 대신 송은범이 마운드에 올랐다. 다소 의외였다.
송은범은 첫 타자 변우혁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유도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김태군과 볼카운트 1B-0S에서 2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다가 좌월 만루 홈런을 얻어맞았다. 곧이어 박찬호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한 송은범은 좌완 이승민과 교체됐다. 이승민은 첫 타자 김선빈을 중견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송은범이 만루 홈런을 허용하는 바람에 3회에만 6점을 내준 삼성은 결국 2-9로 고개를 떨궜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이닝 2피안타 1탈삼진 1실점으로 주춤한 데 이어 이날 만루 홈런까지 허용한 송은범의 한국시리즈 평균자책점은 7.71로 상승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680경기에 나서 88승 95패 27세이브 57홀드(평균자책점 4.57)를 올린 송은범은 지난해 11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은 뒤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위해 개인 훈련을 하며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려왔다. JTBC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 지원하기도 했다. 입단 테스트를 거쳐 삼성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9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1.08을 기록했다.
송은범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구단에서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처음 1군에 왔을 때부터 어떻게든 팀에 민폐가 안 되려고 준비해 왔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열심히 노력했고 잘 준비했는데 결과는 하늘의 뜻이다. 잘 준비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잘 알려진 대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타자 친화적 구장이다. 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 삼아 땅볼을 유도하는 송은범은 “코스가 좋아 안타가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무조건 땅볼로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상대 타자들도 제가 투심 투수라는 걸 다 알고 들어온다. 하늘의 뜻인 거 같다. 어느 쪽에 운이 더 주어지느냐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을 무대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현재로선 만족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구위 저하를 이유로 가을 무대에 초대받지 못한 오승환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