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이 26일 KIA 타이거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패배한 뒤 홈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패패승패. 1패만 더하면 9년 만의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는 여기서 마무리된다. 3승을 더해야 정상에 오르게 되는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은 11년 전 기억을 다시 떠올려본다.

삼성은 28일 오후 6시 30분부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5차전을 치른다.

첫 2경기를 내리 내준 뒤 1승을 챙겨오며 분위기를 되살린 삼성이지만 4차전에서 에이스 원태인의 부상 속에 대패를 당하며 벼랑 끝까지 몰렸다. 우승을 위해 3연승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대 41차례 열린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3패를 당한 팀이 우승을 거둔 건 딱 한 번 있었다. 그만큼 위기에 몰린 팀이 3승을 따내며 우승을 차지한다는 게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

다만 단 한 번 3연승과 함께 7차전 혈투에서 미소를 지은 팀이 삼성이었다는 점은 공교롭다. 2013년 삼성은 두산에 패패승패로 몰리고도 5,6,7차전을 내리 따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이뤄냈다.

2013년 한국시리즈 7차전 끝에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단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결코 삼성이 우승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분위기를 살려 'AGAIN 2013'을 노래하며 극적인 드라마를 재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다만 당시와 크나 큰 차이가 있다. 우선 11년 전 삼성은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긴 휴식기를 가진 뒤 4차전까지 타선이 7득점에 그쳤다. 그러나 5차전부터 확실히 타선이 살아났고 7-5, 6-2, 7-3으로 3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현재 삼성은 플레이오프(PO)부터 8경기를 치르고 있다. PO를 4경기에서 마쳤음에도 연이은 비로 경기가 취소돼 KS 진출을 확정짓고도 당초 예정대로 사흘이 아닌 하루 휴식 후 곧바로 KIA를 만났다.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타선이 PO 1,2차전에서 20득점을 할 만큼 강한 파괴력을 보였으나 이후 4경기에서 5득점에 그쳤다. KS 3차전에서 홈런 4방을 터뜨리며 4점을 냈지만 4차전 다시 2득점에 그쳤다.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는 5,6,7차전 중 2경기를 홈에서 치렀던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3경기 모두 원정에서만 경기가 계획돼 있다는 점이다. 당시엔 1,2차전과 6,7차전이 1위팀, 3,4,5차전이 원정팀 홈구장에서 열렸는데 이젠 1위팀 구장에서 1,2,5,6,7차전을 모두 치르게 됐고 KIA가 그 이점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특히 이번 가을야구에서 홈과 원정의 타선 차이가 극심했던 삼성이기에 원정에서 열리는 5,6,7차전이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투수력이다. 당시 삼성은 투수의 팀이었다. 5차전엔 윤성환, 6차전엔 릭 밴덴헐크, 7차전엔 장원삼이 등판했다. 윤성환과 장원삼은 나란히 13승, 밴덴헐크는 7승 밖에 챙기지 못했지만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며 삼성의 왕조 시절의 핵심으로 활약한 투수 중 하나였다.

4차전에서 어깨 부상 여파로 3회초 강판되며 아쉬워하는 원태인. /사진=김진경 대기자

더 무서운 건 불펜이었다. 오승환을 앞세워 안지만, 심창민, 권혁, 신용운 등이 굳게 뒷문을 지키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5,6차전에선 윤성환과 밴덴헐크가 2⅓이닝, 1이닝만 투구를 하고도 이후 긴 이닝을 불펜으로 틀어막고 내리 승리를 따냈다. 7차전엔 선발 장원삼(5⅔이닝 1자책)의 호투를 시작으로 안지만-차우찬-오승환이 3⅓이닝을 1실점으로 틀어막고 경기를 끝냈다.

지금의 삼성으로선 상상도 하기 힘든 전력이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 (데니) 레예스 정도만 확실한 선발"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선발진이 얇아진 상황이다. 코너 시볼드가 부상으로 KS에 합류하지 못했고 백정현은 가을야구를 앞두고 청백전 도중 타구에 손가락 미세 골절 부상을 입어 낙마했다. 불펜에서도 필승조 최지광이 수술대에 오르며, 오승환은 구위 저하로 빠졌다. 설상가상 4차전 선발 등판한 에이스 원태인마저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과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까지 겹치며 더 이상 등판이 어려워졌다.

5차전 선발로 좌완 이승현을 내세운 삼성은 6차전에 갈 경우 사흘 쉰 레예스가 등판한다고 하더라도 7차전엔 마땅한 카드가 없다. 이미 5차전을 '불펜 데이'로 선언한 만큼 매 경기 투수를 총동원하면서 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결국엔 타선에 미래가 있다. 삼성은 올 시즌 185홈런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구자욱이 PO 2차전에서 부상을 당해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충분한 힘을 갖추고 있다.

KIA는 5차전 선발로 양현종을 내세웠다. 6차전엔 윤영철 혹은 황동하, 7차전엔 에릭 라우어를 비롯해 제임스 네일 등으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 비해 훨씬 탄탄한 투수진을 갖춘 KIA다.

한국시리즈에서 홈런 하나를 날렸지만 그게 전부인 박병호(타율 0.067), PO 4차전에서 결승 솔로 홈런을 날린 강민호(KS 타율 0.154), 4차전에서 드디어 대포를 날리며 부활을 예고한 이재현(타율 0.182)이 함께 살아나야 한다. 기적을 위해선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류지혁(타율 0.417)과 르윈 디아즈(타율 0.313), 김지찬(0.308) 외에도 기회가 적었던 김현준(타율 0.400), 이성규(타율 0.333), 올 시즌 맹활약했던 윤정빈(4타수 무안타)까지 팀 타율 0.238인 삼성 타선이 전반적으로 고른 활약을 펼쳐야만 한다.

박병호(오른쪽)가 25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홈런을 터뜨리고 박찬도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