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사실 아픈 데야 정말 많지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토종 에이스’ 원태인(24)은 지난 22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시리즈 1차전 우천 서스펜디드 게임과 2차전이 순연되자 4차전, 7차전 등판 의지를 보였다. 일정이 하루씩 밀리면서 1일의 추가 휴식을 얻게 되자 4일 쉬고 4차전, 3일 쉬고 7차전까지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원태인은 “4일 쉬고 좋은 컨디션으로 4차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7차전도 3일 쉬고 선발등판하라면 할 것이다. 사실 아픈 데야 많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우승 기회다.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모두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일각에선 몸 상태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그는 “우승을 한다면 뭐든 못 바치겠습니까”라며 “예전만큼 혹사는 안 하고 있다.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최대한 좋은 컨디션으로 오래오래 야구를 할 수 있게 스스로 관리 잘하고 있다. 솔직히 언제 다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안 다치고 오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원태인은 지난 26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 부상을 입었다. 이날 원태인은 2⅓이닝 6피안타 3볼넷 2탈삼진 6실점 무너졌는데 1차전 같은 날카로운 공이 아니었다. 오른쪽 어깨에 불편감을 느껴 3회초 1사 만루 위기 상황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정밀 검진 결과 부상으로 드러났다.
MRI(자기공영명상) 촬영 결과 오른 어깨 관절 와순 손상이었다. 관절 안에 약간의 출혈과 부기가 있는 상태로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까지 발견돼 4~6주 재활을 해야 한다는 소견이 나왔다. 남은 한국시리즈는 물론 11월 예정된 프리미어12 대표팀 합류도 불발됐다. 삼성뿐만 아니라 대표팀에도 원태인의 부상은 큰 악재다.
안타깝지만 터질 게 터진, 예견된 부상이다. 원태인은 19살 데뷔 첫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꿰차 112이닝을 던졌다. 2020년 140이닝에 이어 2021년 158⅔이닝, 2022년 165⅓이닝, 2023년 150이닝, 올해 159⅔이닝으로 최근 4년 연속 규정이닝을 넘겼다. 2019년부터 최근 6년간 160경기에서 총 885⅔이닝을 던지며 LG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989⅓이닝)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올랐다. 국내 투수 중 최고 이닝 이터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20대 초반 어린 투수들의 경우 투구수 100구 이하, 최소 5일 휴식 보장, 시즌 전체 이닝 제한 등 투수 보호 및 관리가 뉴노멀이 됐다. ‘투수 과보호’ 시대에 원태인은 철완이라고 불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2020년 10월21일 수원 KT전에서 개인 최다 123구를 던지는 등 100구 이상 투구가 70경기로 최근 6년간 리그에서 최다였고, 4일 휴식 선발등판은 22경기로 국내 투수 중 KIA 양현종(29경기) 다음이었다.
국가대표로도 많이 던졌다.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에 이어 지난해에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까지 나갔다. 시즌 전, 중간, 종료 후 1년에 3개 국제대회를 나간 최초의 투수가 됐다. 국제대회 6경기(19⅓이닝)까지 지난해 169⅓이닝을 소화했다. 단순 기록뿐만 아니라 남들보다 빨리 시즌을 준비하고 늦게 마치며 몸에 쌓였을 피로가 상당했다. 원태인도 APBC 기간 “1년 내내 야구 하고 있는 것 같다. 시즌이 정말 길기도 길고, 많이 힘들기도 하다. 휴식에 중점을 두고 내년 시즌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올해는 어느 정도 쉬어가는 안식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었다. 28경기 159⅔이닝을 던지며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으로 활약했다. 삼성이 2위로 기대 이상 성적을 내면서 원태인이 쉬어갈 여유가 없었다. 플레이오프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포스트시즌 3경기 14이닝을 추가로 던지며 올 한 해 모두 합쳐 173⅔이닝을 기록했다. 과거 기준으로는 혹사 축에도 들어가지 않지만 그동안 원태인에게 쌓였을 누적 투구를 보면 무리했다.
한국시리즈 큰 무대에서 부상으로 끝난 게 아쉽지만 원태인의 야구 인생 전체를 보면 나쁘게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투수의 팔과 어깨는 소모품이고, 언젠가 한 번 터질 부상이었다. 프리미어12에 나가지 않고 비시즌을 온전히 휴식과 회복에 전념하며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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