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월드시리즈에서 부상 투혼을 발휘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어깨 수술을 받았다. 내년 스프링 트레이닝에 정상 합류가 가능하지만 불안감이 든다. 4년 전 다저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 후 추락한 MVP 코디 벨린저(29·시카고 컵스)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저스 구단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가 왼쪽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가 수술을 집도했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지난해 9월 오타니의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맡기도 했다. 다저스 구단은 오타니가 내년 2월 스프링 트레이닝에 맞춰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27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7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왼쪽 어깨를 다쳤다. 벤트레그 슬라이딩으로 2루에 들어갔지만 왼손으로 땅을 짚는 과정에서 어깨에 충격이 왔다. 2루에서 아웃된 뒤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한 오타니는 왼팔과 어깨를 부여잡으며 통증을 호소한 뒤 교체됐다.
왼쪽 어깨 아탈구 상태로 드러나며 남은 월드시리즈 출장이 불투명했지만 오타니는 이동일 하루만 쉬고 뉴욕에서 이어진 3차전부터 5차전까지 정상 출장했다. 어깨 부상 여파로 3~5차전 3경기에서 11타수 1안타로 부진했지만 다저스가 양키스를 4승1패로 꺾으면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우승 후 “오타니가 한 팔로 뛰었다. 대부분 선수라면 아마 포기했겠지만 그는 경기에 뛰었다. 라인업에 들어가는 걸 거부하지 않았다”며 “오타니가 나오면 존재감 있다. 한 팔로 뛰면서 팀원들에게도 더 많은 존경을 받게 됐다”고 부상 투혼을 치켜세웠다. 우승으로 해피엔딩이 됐지만 오타니는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부상 투혼의 대가로 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됐고,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로버츠 감독은 처음 부상 당시 오타니의 어깨에 구조적 손상이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수술을 피하고 싶지만 의사와 상의를 할 것이라고 했고, 어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며 ‘이번 수술이 투타겸업 스타의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의미를 지닐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10월 내내 오타니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투수로 복귀하기 위해 몸을 만들어 가고 있었지만 타자를 세워두고 던질 정도로 나아가진 못했다. 이번 수술은 반대 팔이긴 하지만 오타니의 투수 복귀에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치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디애슬레틱은 과거 비슷한 사례로 2020년 거포 외야수 벨린저를 떠올렸다. 벨린저는 2020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7차전에서 3-3 동점으로 맞선 7회 결승 홈런을 터뜨렸다. 극적인 상황에서 터진 한 방에 크게 흥분한 벨린저는 홈에 들어오며 팀 동료 키케 에르난데스와 서로 팔뚝을 부딪치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너무 세게 부딪친 벨린저는 오른쪽 어깨가 탈구됐다.
그 상태로 벨린저는 월드시리즈까지 다 뛰었고, 우승 반지를 손에 넣었지만 시즌 후 수술을 받았다. 오타니와 같은 어깨 관절경 수술이었다. 오프시즌에 재활을 거쳐 2021년 4월 개막전부터 뛰었지만 좋을 때 폼을 찾지 못했다. 2022년까지 부진에 부진을 거듭한 벨린저는 논텐더 FA로 풀리며 다저스에서 사실상 방출됐다. 2017년 신인상, 2019년 MVP로 빠르게 성장하며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지만 어깨를 다친 뒤 급추락했다.
우승 후 어깨 부상과 수술. 오타니도 벨린저와 비슷한 상황이라 불안감이 없지 않다. 디애슬레틱은 ‘벨린저는 어깨가 탈구된 상태로 월드시리즈를 뛰었고, 그해 11월18일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개막전 라인업에 포함됐지만 어깨 힘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다음 시즌과 그 다음 시즌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디애슬레틱은 ‘오타니와 달리 벨린저는 스윙에 더 많은 힘을 가하는 쪽의 어깨를 다쳤다’고 설명했다. 오타니가 왼쪽 어깨를 다친 반면 벨린저는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좌타자는 스윙시 오른쪽 어깨에 더 많은 힘을 가한다. 타격시 앞으로 전달하는 힘이 오른쪽 어깨로 향한다. 오타니는 왼쪽 어깨라서 벨린저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한편 다저스를 떠난 벨린저는 2023년 컵스로 이적한 뒤 130경기 타율 3할7리(499타수 153안타) 26홈런 97타점 OPS .881로 반등했다. FA 자격을 얻은 뒤 3년 9000만 달러에 컵스와 재계약하며 매년 옵트 아웃 조건을 넣은 벨린저는 그러나 올해 130경기 타율 2할6푼6리(516타수 137안타) 18홈런 78타점 OPS .751로 다시 뒷걸음질쳤다. 옵트 아웃을 행사하지 않은 벨린저는 내년 2750만 달러 연봉을 받고 컵스에서 다시 FA 재수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