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천, 이후광 기자]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최초 업셋 충격은 모두 잊었다. 마무리캠프를 위해 이천에 모인 이승엽호의 목표는 오직 반등 그리고 또 반등이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은 지난달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0-1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패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두산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정규시즌 4위에 올라 1승 어드밴티지를 얻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했지만, 5위 결정전을 통해 올라온 KT에 2경기를 모두 내주며 2경기 만에 허무하게 가을야구가 끝났다. 2015년부터 시작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팀의 1차전 패배는 두 차례 있었지만, 4위팀이 5위팀에 2경기를 모두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승엽호가 첫 번째 불명예 주인공이 됐다.
타선 침묵이 치명적이었다. ‘152억 포수’ 양의지가 쇄골을 다쳐 제러드 영-김재환-양석환이 중심타선을 맡았지만, KT 외국인 듀오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을 상대로 연이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맥없는 스윙과 득점권 빈타로 18이닝 무득점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까지 초래했다.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섰던 에이스 곽빈의 1이닝 4실점 조기 강판 또한 충격 업셋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6일 마무리캠프가 한창인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취재진과 만나 “핑계는 없다. 변명할 여지도 없다. 4위로 올라가서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로 5위로 시즌을 끝낸 게 우리 팀이다”라고 자책하며 “시즌 끝나고 한 달은 1년과도 같았다. 이제 정리가 됐고, 11월 1일부터 이천에 모여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많은 희망이 생겼다. 2년 동안 두산을 맡으면서 우리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임 후 세 번째 마무리캠프의 테마는 리빌딩에 따른 신구조화 및 뎁스 강화다. 이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젊은 선수들을 향해 베테랑들을 이기라고 했다. 베테랑을 이겨야만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다”라며 “생각보다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다. 베테랑들이 안심하면 안 될 거 같다. 어린 선수들이 1군에서 활약을 해줘야 두산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들이 선배들을 꼭 넘었으면 좋겠고, 자율 훈련 중인 선배들을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선수가 눈에 띄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야수 중에는 전다민, 여동건, 오명진 등 세 선수가 눈에 띈다. 박준영도 굉장히 좋아졌다. 1군에서 많이 보지 않은 선수들인데 이번 캠프에서 보니 굉장히 빠르다. 팀 내 베테랑들이 많아 빠른 야구를 하지 않았는데 이들의 굉장히 빠른 움직임을 보니 팀에 활력소가 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허경민, 정수빈, 박건우, 민병헌 등이 두산 허슬두에 걸맞은 플레이를 했다. 젊은 야수들이 잘해줘야 두산 야구가 달라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투수진에서는 박지호, 윤태호, 김무빈 등이 미래 기대주로 언급됐다.
내년 시즌 전망이 밝은 또 다른 이유는 오재원 수면제 대리처방으로 사실상 2023시즌을 통째로 쉰 8인이 모두 그라운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인태, 김민혁, 장승현, 박계범, 제환유, 박지훈, 이승진이 정상적으로 마무리캠프를 소화 중이며, 안승한은 은퇴와 함께 프런트 수업을 받고 있다.
이 감독은 “8명이 팀에 정말 필요한 전력이었다. 그 선수들이 거의 100경기 이상 빠지면서 팀 전력이 많이 손실됐던 게 사실이다”라며 “이제 이 선수들이 돌아왔고, 사회봉사 80시간만 이수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 이들이 내년 시즌 팀에 좋은 효과를 내줬으면 좋겠다. 모든 게 끝났으니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고 올해 하지 못했던 야구를 마음껏 했으면 좋겠다”라고 8인의 복귀를 진심으로 반겼다.
훈련에 앞서 8명을 만나 나눈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내가 그 입장이 돼보지 않았지만,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었겠나. 보는 우리도 힘들었는데 본인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다. 가정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선수들도 있었다”라며 “이제 조금 더 잘해야 하며, 그 동안 고생 많았다는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들이 올해를 날렸다고 캠프 경쟁에서 특혜를 주는 건 없다. 이 감독은 “기회는 평등하다. 그들이 1년 고생했다고 기회를 더 주는 건 없다”라고 선을 그으며 “그 선수들이 100경기 이상 뛰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선수들 스스로 100경기 미출전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줄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끝으로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에 실망한 두산 팬들을 향해 “우리 팀이 더 강한 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할 것이고, 지금도 노력 중이다. 앞으로 내년 2월까지 4개월 정도를 굉장히 노력할 것이다”라며 “내년에는 과거 두산 왕조 시절의 허슬두, 절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열심히 해보겠다. 완전체 두산을 보여드리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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