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프로야구 KT 위즈와 FA 계약한 내야수 허경민(34)이 기존 계약보다 두 배 많은 규모의 계약으로 대박을 쳤다.
허경민은 8일 KT와 4년 최대 40억원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6억원, 연봉 총액 18억원, 옵션 6억원으로 40억원 조건을 딱 맞췄다. KT는 전날(7일) 한화와 4년 최대 50억원에 계약한 유격수 심우준이 떠났지만 허경민을 데려와 내야 전력 약화를 막았다. 오히려 공격적인 면에선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허경민에겐 두 번째 FA 계약이다.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두산에서 첫 FA 자격을 얻어 4+3년 85억원에 잔류했다. 4년 65억원 계약이 끝나는 2024년 시즌 후 3년 20억원 계약 실행 여부를 선수가 갖는 플레이어 옵션을 넣었다.
허경민은 FA 계약 후 4년간 두산에서 502경기를 뛰며 타율 2할8푼6리(1746타수 499안타) 27홈런 228타점 233득점 143볼넷 126삼진 출루율 .352 장타율 .391 OPS .743 기록했다. 3루에서 빼어난 수비력을 보여주며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지만, 고액 FA 선수로는 타격 생산력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올 시즌 허경민은 115경기 타율 3할9리(417타수 129안타) 7홈런 61타점 69득점 36볼넷 25삼진 출루율 .384 장타율 .427 OPS .811로 타격 반등에 성공했다. 공수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준 허경민은 3년 20억원 보장된 조건을 과감하게 포기하며 FA 시장에 나왔다.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다. 각 팀마다 주전 3루수들이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어 허경민에 대한 수요가 있을지 확실치 않았다. 하지만 물밑에서 FA 시장 반응을 체크했다. 주전 유격수 심우준의 유출 가능성이 있는 KT 쪽에서 내야 보강에 나설 움직임을 포착했다.
KT는 A플랜은 심우준과의 재계약이었다. 29세 젊은 나이의 주전 유격수를 쉽게 놓칠 수 없었다. 예상보다 훨씬 좋은 조건을 제시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영입 요청을 받은 한화가 심우준에게 거액을 베팅했다. 심우준은 7일 오전 한화와 4년 최대 50억원 조건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그러자 KT가 준비해놓은 플랜B를 발 빠르게 가동하며 허경민 영입에 나섰다. 3루수라서 황재균과 포지션이 겹치지만 공존이 가능하다고 봤다. 황재균을 1루수나 옮기거나 지명타자로 쓰면서 허경민이 틈틈이 유격수로 김상수와 플레이 타임을 나눠가질 수 있다. 2루수로도 뛸 수 있는 만큼 내야 전체에서 활용도가 높다.
또한 올 시즌 137경기 타율 2할6푼(493타수 128안타) 13홈런 58타점 OPS .692로 부진했던 황재균이 내년 시즌을 끝으로 두 번째 FA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봐도 KT로선 3루수 허경민 카드가 구미에 당겼다.
결국 4년 40억원을 써서 허경민을 잡았다. 허경민은 B등급 FA로 KT는 25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과 전년도 연봉의 100% 보상금 또는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200% 보상금을 원소속팀 두산에 보상해야 한다. 허경민의 올해 연봉은 6억원이다. 두산이 보상선수를 택하면 KT는 계약 총액과 합쳐 46억원을 허경민에게 투자하게 된다. 심우준을 잡기 위해 책정한 금액과 같다.
허경민 개인적으로는 옵트 아웃이 신의 한 수가 됐다. 두산에 남았을 때보다 두 배 더 많은 계약을 따냈다. 두 번의 FA 계약으로 총액 105억원을 벌었다. 금전적으로 큰 이득을 봤지만 2009년 입단 후 16년을 몸담은 두산을 떠나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허경민은 계약 후 KT 구단을 통해 “10년 이상 몸담았던 팀을 떠난다는 것은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 그동안 응원해주신 두산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프로 선수로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허경민은 “제 가치를 인정해준 KT 구단에 깊이 감사드린다. KBO리그 강팀으로 자리 잡은 KT에서 두 번째 우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나도현 KT 단장은 “베테랑 내야수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허경민은 뛰어난 컨택 능력과 정상급 수비력을 바탕으로 내야진에 안정감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다. 평소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실함이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길 기대한다”며 허경민을 반겼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