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2024 WBSC 프리미어12 출전을 위해 대만에서 맹훈련 중인 프로야구 KT 위즈 소속 선수들이 한화 이글스로 떠난 심우준, 엄상백과의 이별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6일 FA 시장 개장과 함께 ‘내부 FA’ 심우준, 엄상백, 우규민 잔류에 총력을 기울인 KT는 우규민을 2년 총액 7억 원에 잡는 데 그쳤다.
공교롭게도 심우준은 7일 4년 총액 50억 원, 엄상백은 이튿날 4년 총액 78억 원에 나란히 한화행을 택했다. KT 또한 이들에게 제법 후한 계약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신구장 시대를 맞아 도약을 외친 한화와의 머니게임을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KT는 그렇게 주전 유격수와 13승 선발투수를 대전으로 떠나보냈다.
정든 동료들과의 이별 소식을 접한 KT 국가대표 선수들은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9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만난 KT 에이스 고영표는 “오래 지낸 동료들을 떠나보내서 싱숭생숭하다. 같이 잘 지내던 동생들인데…”라며 “ (심)우준이는 입단 동기다. (엄)상백이도 투수파트에서 같이 훈련을 많이 했는데 아쉽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특히 엄상백의 경우 고영표가 그 누구보다 KT 잔류를 바랐던 선수다. 고영표는 지난 1월 5년 107억 원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뒤 수원의 상징인 화성 장안문에서 기념 촬영을 했는데 엄상백도 화성의 또 다른 문인 창룡문에서 FA 계약 ‘인증샷’을 찍기를 기원했다. “(엄)상백이는 창룡문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디 가지 않게 내가 잘 구워삶아야 할 것 같다”라는 인터뷰가 화제가 됐다.
고영표는 “KT에서도 FA 선수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 선수들이 수원 문화재인 화성의 문에서 사진 찍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만에서 엄상백과 전화 통화를 한 고영표는 “사실 잘 된 거다. 좋은 평가를 받고 간 거니 축하한다고 했다. 가서 잘하라고 했다”라며 “(엄)상백이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서 힘든 부분도 있을 거 같은데 잘 적응해서 잘하길 바라는 마음이다”라고 후배를 향한 진심을 표현했다.
심우준, 엄상백과 친하게 지냈던 소형준 또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소형준은 “프로 데뷔 후 (심)우준이 형이 유격수에 없을 때 던져본 적이 거의 없는 거 같은데 아쉽다. (엄)상백이 형도 의지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돌았는데 형이 떠나게 돼 아쉽다”라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그러면서 “좋은 대우를 받고 갔으니 축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가 가면 누군가가 나오는 게 좋은 팀이다. 그래야 강팀으로 갈 수 있다. 나도 빈자리를 채울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심우준은 한화 구단을 통해 “11년 동안 함께한 KT 구단 관계자분들과 선수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특히 이강철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항상 저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신 KT 팬분들께도 감사드리며, 팀은 옮기게 됐지만 팬 여러분의 그 마음을 잊지 않겠다. 죄송하고 감사하다”라고 끝인사를 남겼다.
엄상백은 “오늘 아침에 KT를 떠난다는 게 실감이 나면서 먹먹한 감정이 들었다. 좋은 계약을 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슬픈 일도 아니라 묘한 감정이었다. 그동안 키워주신 KT 구단, 많은 응원 보내주신 KT 팬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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