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류중일호의 프리미어12 최종 모의고사를 뜨겁게 달군 ‘아파트 세리머니’의 창시자가 공개됐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꾸려진 류중일호는 대만에서 점차 ‘원팀’이 되어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0일 대만 타이베이 티엔무야구장에서 펼쳐진 대만프로팀 웨이치안 드래곤즈와의 2024 WBSC 프리미어12 대비 최종 평가전에서 5-1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2회말 선두타자 윤동희의 선제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뽑은 뒤 4회말 사구 2개와 볼넷 1개로 맞이한 1사 만루에서 김형준의 3타점 싹쓸이 2루타로 승기를 가져왔다. 이후 승부치기 상황을 가정한 9회말 2사 2, 3루에서 박동원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최종 모의고사 승리를 자축했다.
마운드는 선발 임찬규(2이닝 무실점)를 시작으로 최승용(1이닝 무실점)-김서현(⅔이닝 무실점)-유영찬(⅓이닝 무실점)-정해영(⅓이닝 1실점)-최지민(⅔이닝 무실점)-곽도규(⅓이닝 무실점)-이영하(⅔이닝 무실점)-조병현(⅔이닝 무실점)-소형준(⅔이닝 무실점)-김택연(⅔이닝 무실점)-박영현(1이닝 무실점) 순으로 뒤를 지켰다. 투수 12명이 출격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날 승리와 더불어 눈길을 끈 건 류중일호의 ‘아파트 세리머니’였다. 쿠바, 상무와의 국내 평가전과 달리 선수들은 안타를 칠 때마다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두 손을 허공에 교차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결속력을 다졌다. 최근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APT.) 댄스에서 영감을 얻은 세리머니였다.
알고 보니 아파트 세리머니를 처음 제안한 선수는 윤동희였다. 윤동희는 전날 결승홈런을 친 뒤 취재진과 만나 “한국에서 훈련할 때부터 다들 세리머니를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파트 세리머니는 내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프리미어12 첫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다들 세리머니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경기 전 미팅을 했다. 주장 (송)성문이 형과 이야기를 해보고 생각을 해봤는데 형이 여러 후보 가운데 아파트 세리머니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게 됐다”라고 뒷이야기를 덧붙였다.
윤동희는 프리미어12 첫 경기를 이틀 앞둔 류중일호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다. 쿠바와의 고척 평가전에서도 홈런을 날렸던 윤동희는 이날도 처음 보는 낯선 투수 상대로 아치를 그리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지금 윤동희 컨디션이 제일 좋다. 어떤 공이든 잘 맞히는 궤적을 갖고 있어서 처음 보는 투수라도 잘 칠 거 같다”라고 칭찬했다.
윤동희에게 “나한테 유리한 카운트였고, 그래서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고 과감하게 돌렸는데 잘 맞아서 넘어갔다”라며 “평가전을 거듭하면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무엇이 잘 안 되는지 파악이 가능하며, 이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비결을 밝혔다.
윤동희는 프로 2년차였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국제용 선수의 탄생을 알렸다. 이의리(KIA 타이거즈)의 대체선수로 극적 승선해 6경기 타율 4할3푼5리(23타수 10안타) 1홈런 6타점 6득점 OPS 1.196 맹타를 휘두르며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에 힘입어 2023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표팀에도 승선, 한국 외야를 책임질 기대주로 주목받았다.
윤동희에게 태극마크만 달면 펄펄 나는 이유를 묻자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라고 머쓱해하며 “시즌을 치를 때 보면 압박감이 크고 중요한 상황일 때 내 결과가 좋았던 거 같다. 아무래도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라 그런 상황이 더 많지 않나. 그래서 결과가 좋은 거 같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모든 모의고사를 마친 류중일호는 12일 마지막 현지 훈련을 거쳐 13일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운명의 프리미어12 첫 경기를 치른다.
대표팀의 해결사가 된 윤동희는 “우리가 본선에 몇 승 몇 패를 해서 올라가겠다는 말도 좋지만, 일단은 매 경기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마음으로 하다보면 본선에 갈 수 있고, 또 올라가서 1, 2, 3위를 노릴 수 있는 거니 일단 매 경기 집중해서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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