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이런 인생역전이 있었을까.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활약한 뒤 30대 중반에서야 풀타임 선발 투수로 전환, 2년 만에 사이영상 최종 후보까지 올랐다. 캔다스시티 로열스 세스 루고(35)가 뒤늦게 커리어를 만개시켰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양대리그 MVP, 사이영상, 신인상, 감독상 최종후보 3명 씩을 발표했다. 루고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후보 3인에 타릭 스쿠발(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엠마누엘 클라세(클리블랜드 가디언즈)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스쿠발은 올해 18승 228탈삼진 평균자책점 2.39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좌완 투수. 2011년 저스틴 벌랜더-클레이튼 커쇼 이후 13년 만에 투수 3관왕을 달성했다. 클라세는 클리블랜드 구단 최다 세이브인 47세이브를 기록하면서 0.61(74⅓이닝 5자책점)의 엽기적인 성적을 남겼다. 불펜투수의 사이영상 수상은 통산 9차례밖에 없고, 21년 전인 2003년 LA 다저스의 에릭 가니에였다.루고는 스쿠발, 클라세에 비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부족했다. 하지만 시즌 내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에이스 역할을 했다. 33경기 선발 등판해 16승 9패 평균자책점 3.00(206⅔이닝 69자책점) 181탈삼진, WHIP 1.09, 퀄리티스타트 22회의 성적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는 리그 1위, 다승과 이닝 2위, 평균자책점 6위 등 고른 활약을 펼쳤다.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됐고 또 투수 부문 골드글러브까지 수상했다. 아울러 7월 2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서는 9이닝 3피안타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데뷔 첫 완투승까지 완성한 바 있다. 3.00의 평균자책점은 2009년 잭 그레인키의 2.16 이후 캔자스시티 선발 투수의 가장 낮은 수치다. 그만큼 루고는 팀 내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에이스 역할을 했다. 특히 루고는 캔자스시티를 9년 만에 포스트시즌으로 인도했다.
이런 루고의 활약이 더 놀라운 이유는 루고의 선발 전환 시점 때문이다. 34세 시즌인 지난해 풀타임 선발 투수로 전환했고 불과 2년 만에 사이영상급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투수로 탈바꿈 했다.루고는 2011년 신인드래프트 34라운드 전체 1032순위로 뉴욕 메츠에 지명됐다. 하위 순번 지명 선수로 기대가 크지 않았다. 2016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뒤 커리어 대부분을 불펜 투수로 나섰다. 메츠에서 첫 7시즌 동안 275경기 등판했고 선발 투수 경험은 38경기 뿐이었다. 2017년 18경기 선발 등판을 했지만 선발 투수 커리어는 이 시즌이 전부였다.
그리고 2022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루고는 샌디에이고와 2년 1500만 달러에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샌디에이고는 루고를 선발 투수로 전환시켰다. 불펜 투수가 아닌 풀타임 선발 투수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쓰게 된 것. 루고도 선발 투수 자리를 원했던 상황.
34세 시즌에 뒤늦은 선발 전환. 루고는 증명했다. 26경기 등판해 8승7패 평균자책점 3.57(146⅓이닝 58자책점)으로 선발 투수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750만 달러(105억원) 잔여계약을 포기하고 옵트아웃을 선언, FA 시장에 다시 나온 뒤 캔자스시티와 3년 450만 달러(630억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그리고 캔자스시티의 투자가 하나도 아깝지 않을 활약을 선보이면서 커리어 최고의 시간들을 ㅇ만들었다.
한편, 캔자스시티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린 루고 외에도 아메리칸리그 MVP 후보에 프랜차이즈 스타 바비 위트 주니어, 감독상 후보에 맷 콰트라로 감독이 이름을 올리며 이변의 시즌 보상을 받게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