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타이베이(대만), 이후광 기자] 한일전을 앞두고 새로운 일본킬러의 탄생을 기대케 한 두산 좌완 최승용. 그러나 진짜 일본킬러는 LG에 있었다. 유영찬이 하루 휴식 후 37구 무실점 투혼을 펼치며 한일전 대등한 승부를 이끈 주역으로 거듭났다.
유영찬은 지난 15일 일본 타이베이 타이베이돔에서 펼쳐진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조별예선 일본과의 3차전에 구원 등판해 2⅔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2탈삼진 무실점 37구 역투를 선보였다.
유영찬은 1-2로 뒤진 2회말 2사 1, 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최승용이 2회 일본 하위타선에 고전하자 위기를 수습하고 초반 긴 이닝을 책임질 투수로 LG 클로저 유영찬을 낙점했다.
투수교체는 적중했다. 리드오프 구와하라를 루킹 삼진으로 잡고 혼란을 수습한 유영찬은 3회말 선두타자 코조노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가운데 타츠미, 모리시타를 내야땅볼, 구리하라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구리하라 상대 우중간으로 향하는 장타를 맞았으나 중견수 이주형의 담장 앞 멋진 호수비에 힘입어 이닝을 끝냈다.
4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영찬은 선두타자 마키를 헛스윙 삼진, 키요미야를 3루수 뜬공으로 손쉽게 처리했다. 구레바야시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사카쿠라를 투수 땅볼로 막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유영찬은 3-2로 앞선 5회말 선두타자 구와하라를 유격수 땅볼 처리한 뒤 곽도규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기분 좋게 경기를 마쳤다. 13일 대만전 1이닝 무실점 11구 이후 하루밖에 쉬지 못했지만, 강호 일본을 만나 아웃카운트 8개를 실점 없이 책임지는 안정감을 뽐냈다.
경기 후 만난 유영찬은 호투 비결을 묻자 “한일전이기도 했고, 조금 일찍 나갔기 때문에 길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욕심 부리지 않았다. 자신감을 갖고 좋은 투구를 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정상급 타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은 없었다. 그냥 한국 타자들 상대하는 것처럼 똑같이 던졌다. 1점차로 지고 있었기 때문에 추가점 없이 매 이닝 잘 막아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좋은 기회가 오겠지’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라고 덧붙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유영찬이 곽도규에게 바통을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이례적으로 버선발 마중을 나가 선수를 격려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유)영찬이가 너무 잘 던졌다. 팀의 마무리인데 여러 타자를 상대했고 볼도 37개 던졌다. 칭찬하고 싶다”라는 유영찬을 콕 집어 칭찬하기도 했다.
유영찬은 마중 나온 류중일 감독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질문에 “특별한 이야기는 안 했고, 정말 고생했고, 잘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라고 답했다.
다만 유영찬의 호투에도 류중일호는 조별예선 1승 2패를 기록하며 조 2위까지 향하는 슈퍼라운드 진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 18일 호주를 모두 꺾는다는 가정 아래 일본이 5전 전승을 거두고, 호주가 대만을 꺾어야만 동률 계산을 할 수 있다.
유영찬은 “일본전 결과가 아쉽지만, 아직 대회는 끝나지 않았다. 남은 경기 우리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 임할 계획이다”라고 남은 2경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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