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오른발’ 구자철의 당당한 자기 PR법
입력 : 2012.02.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윤진만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 입성 13개월 만에 데뷔골을 터뜨린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은 축구 용어로 공을 ‘예쁘게’ 차는 스타일이다. 동시에 승부사다. 아름다움에 투쟁심까지 갖춰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부상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저만의 성공 스토리를 직접 써나가는 중이다.

어린 왕자? 거침 없는 해결사!
홍명보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과 함께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에서 8강 신화를 쓴 구자철이 성인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명단 탈락의 아픔을 잊고 남다른 득점력을 뽐냈다. 그는 우즈베키스탄과의 3·4위전까지 다섯 골을 터뜨리며 득점상을 차지했다. 지루한 경기의 흐름을 끊는 건 그의 몫이었다. 구자철은 아시안컵 활약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유럽 각 구단에서 손을 내밀었고 구자철은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를 택했다. '유럽파'로 변신한 구자철은 작년 6월 가나와의 친선경기에서 2-1 역전결승골을 터뜨리고 1-2 충격패한 레바논전에서도 만회골을 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어린 왕자’보다는 ‘해결사’라는 별명이 더 어울릴 법한 활약의 연속이다.

위기 때마다 터지는 ‘오른발’
위기 때마다 빛난 것은 날카로운 오른발이다. 2007년 제주에 입단해 5월 5일 울산전 데뷔골부터 2009년까지 터뜨린 세 골은 모두 왼발로 기록했다. 그러나 2010년 제주의 K리그 준우승을 이끌면서 터뜨린 다섯 골은 오른 발등에 얹혔다. A매치 데뷔골을 쏜 잠비아전부터 동아시아대회, 아시안컵, 친선경기를 통틀어 기록한 9골(25경기)도 모두 오른발에서 나왔다. 오른발이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그리고 볼프스부르크에서 주전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지난 겨울 이적시장에서 강등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 이적한 구자철이 독일 무대에 처음으로 새긴 득점 기록도 오른발로 작성했다. 그는 19일 강호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감아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13개월 만에 득점 신고식을 했다. 인내심과 꾸준한 훈련이 준 선물이었다.

獨 언론 찬사일색…구자철도 “기분 좋다”
레버쿠젠전 1-4 대패에도 구자철의 마수걸이 득점은 독일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독일 대표 일간지 ‘빌트’는 “아름답게 감아 찬 골”이라고 극찬하며 팀 내 최고 평점인 3점을 매겼다. 독일은 잉글랜드 등 다른 리그와는 달리 평가가 좋을수록 점수가 낮다. 독일 축구 전문지 ‘키커’도 일방적인 경기에서도 유일하게 빛난 구자철의 골에 주목했다. 누구보다 구자철 본인이 기뻤다. 임대 후 세 경기만에, 그것도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해 기록한 골이었기 때문이다. 구자철 에이전트 ‘월스포츠’ 최월규 대표는 20일 전화통화에서 “경기 후 구자철과 통화를 했는데 기분이 좋다고 하더라. 미드필더로서 골 보다는 팀 기여로 주목 받아야 하지만, 이번 골로 자신감을 찾게 된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만족스러워했다.

마수걸이 골이 남긴 의미
그러면서 최 대표는 크게 두 가지를 효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먼저, 레버쿠젠과 같은 막강한 구단을 상대로 득점을 올려 자기 PR(홍보) 효과를 봤다는 점이다. 그는 “드러나진 않지만 독일의 많은 구단이 이런 활약을 다 지켜보고 있다. 남은 2~3개월 동안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면 볼프스부르크 외에 다른 곳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또, 측면 미드필더로 출격해 멀티 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키우고 있는 점도 주목했다. 제주 시절부터 ‘중원 사령관’ 역할에 익숙한 구자철이 선배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은 멀티 플레이어로서 거듭나면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최 대표는 “후루카이 감독이 중앙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그곳에 뛰게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팀 사정상 측면 자원이 없다. 구자철도 이를 잘 받아 들여 경기에 나서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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