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토크] <45 外典> 마틴 욜이 석현준에게 건넨 말
입력 : 2012.06.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국의 즐라탄’ 석현준(21, 흐로닝언)은 2010년 1월 동양인 최초로 네덜란드 에레데비지에 아약스 입단 후 1부리그 3경기 출전에 그쳤다. 2011년 6월 새 기회를 찾아 흐로닝언에 둥지를 튼 이후에야 출전 기회를 잡았다. 기대를 모은 것 치고는 아쉬운 부분이 더 많았다. 하지만 2년 6개월의 시간은 석현준에게 더 없이 소중했다. 그는 네덜란드 안팎에서 유명 축구인과 마주하며 자신만의 꿈을 키웠다.

마틴 욜
2009년 10월, 석현준이 무작정 아약스 훈련장에 찾아오면서 인연을 맺었다. 아약스 사령탑이던 욜 감독은 석현준의 용기에 감탄하며 기량을 테스트했고, “이런 한국 선수는 처음 봤다. 신장과 힘을 겸비한 대형 스트라이커”라는 극찬과 함께 2년 6개월 프로 계약을 선물했다. 하지만 2010년 12월 성적 부진으로 해임되면서 욜 감독의 기대 속에 에레데비지에 데뷔전과 UEFA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한 석현준은 이후 6개월 동안 2군에 머물렀다. 석현준은 “욜 감독이 나간 뒤 나는 눈에 가시였다”고 고백했다.

거스 히딩크
대표적인 지한파 감독 히딩크는 2010년 2월 아약스-페예노르트전을 앞두고 한국의 차세대 공격수 석현준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아약스 관계자가 둘의 만남을 주선한 자리에서 히딩크는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말을 남겼다. 둘이 마주한 장면이 ‘유투브’로 공개됐는데 석현준은 연예인을 만난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클라렌스 시도르프
가장 최근 인사를 나눈 유명스타. 석현준은 2011/2012 시즌을 마치고 수리남 태생 네덜란드 올스타와의 친선전에서 시도르프를 상대했다. 하지만 천하의 시도르프도 서른여섯의 나이에 예전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석현준은 “노장이 돼서 그런지 많이 움직이지 않더라. 꼭 아저씨가 뛰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석현준은 그런 시도르프가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3골을 넣었다고 수줍게 귀띔했다.

죠르지오 키엘리니
2010년 2월 유벤투스와의 UEFA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상대한 이탈리아 대표 장신 수비수. 1, 2차전 통틀어 후반 조커로 30분 출전에 그쳤으나 석현준은 이탈리아판 통곡의 벽 키엘리니와 상대할 기회를 얻었다. 그는 측면과 전방을 오가며 분주히 움직였고 적극적으로 몸싸움했다. 2차전 경기를 마치고 큰 소득이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키엘리니가 직접 다가와 “너, 굉장히 잘하더라”라며 악수를 청했다. 석현준은 그날을 떠올리며 “사실 프로가 된 지 한 달도 안되어서 아무것도 모른 채 뛰었다”며 웃었다.

루이스 수아레스
석현준의 앞길을 가로막은 아약스 주전 공격수. 2007~2011년 110경기 81골을 넣으며 네덜란드 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했다. 네임밸류나 실력에서 모두 뒤쳐진 석현준이 넘볼 상대가 아니었다. 석현준은 “우리 팀의 모든 공격 전술은 수아레스를 중심으로 짜여졌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를 바라보는 것뿐이었다”라고 했다. 수아레스가 2011년 1월 리버풀로 떠났지만, 석현준은 이미 2군에 내려간 상태였다.

니콜라스 로데이로
석현준의 또 다른 라이벌. 공교롭게도 로데이로 역시 우루과이 대표 선수로 석현준과 입단 동기다. 하지만 173cm 단신에 빠른 발, 뛰어난 축구 센스를 앞세운 로데이로는 석현준을 벤치에 앉혀두고 후반 조커로 꾸준한 출전을 보였다. 석현준은 “로데이로는 ‘알까기’를 잘했다. 그에게 당하지 않은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또 그 친구는 지칠 줄 모르고 뛰는데 아마 (박)지성이형만큼 뛰는 것 같다”고 전 포지션 경쟁자를 높이 평가했다.

얀 베르통헨
2007년부터 벨기에 대표팀과 아약스 뒷문을 지킨 수비수. 석현준이 주로 2군에 머문 탓에 깊은 인연을 쌓지 못했다. 그들은 2011/2012 시즌 적으로 만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선발 출전한 석현준은 후이스트라 감독의 주문에 따라 상대 수비 진영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포지션상 베르통헨과 종종 부딪혔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맞서던 베르통헨은 석현준이 강하게 몰아붙이자 꼬랑지를 뺐다. 석현준은 “처음에는 그렇게 강하게 나오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하는 걸 느꼈다. 베르통헨이 살살하라고 하더라. 내가 열심히 하면 세계적인 수비수도 이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사진=이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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