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호날두와 테림, 5년 만의 재회
입력 : 2013.03.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상남자'라는 말이 인기다.

국어 사전에는 안 나오지만 포털사이트 어학사전엔 등장한다. 굳이 뜻풀이를 하자면 '진짜 남자' 또는 '남자 중의 남자'를 의미한다.

성격 화끈하고, 리더십과 카리스마가 있으며 "잘 되면 동료 덕분, 안 되면 내 탓"을 외치는 멋진 '싸나이'들을 의미하는 말일 게다.

축구계의 '상남자'는 누굴까.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파티흐 테림 갈라타사라이 감독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시간을 거슬러 2008년 6월 7일 스위스 제네바의 스타드 제네바로 가보자. 당시 이곳에서는 포르투갈과 터키의 유로 2008 A조 조별리그 두번째 경기가 열렸다. 결과는 2-0으로 포르투갈의 완승. 경기 시작 전부터 포르투갈의 우세가 점쳐지던 경기였고, 결과도 그대로 나왔다.

눈길을 끈 건 경기 후 인터뷰에서였다.

호날두는 터키에 대해 "정말 훌륭한 축구를 했다. 비록 우리가 이겼지만 그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페어플레이를 보였다"면서 "남은 경기에서 선전해 꼭 8강에 갔으면 좋겠다"고 평가했다.

잠시 후 터키 감독이 인터뷰를 했다. 그는 "역시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우리는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그들이 더 우수했다. 호날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빈다"고 칭찬했다. 그 감독이 바로 테림이었다.

이 둘은 유로 2008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다. 어차피 호날두야 당대 최고의 스타였으니 그러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테림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유로 2008을 통해 스타 감독으로 떠올랐다. 터키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응원하고 박수 치고, 넘어진 상대팀 선수를 일으켜주면서 등을 토닥여 줬다. 그는 터키 선수들의 승리에 환호했지만 패한 상대팀 선수들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포르투갈과 터키는 조 1,2위로 8강에 올랐다. 그런데 두 팀 모두 독일에게 패해 떨어졌다. 포르투갈은 8강전에서, 터키는 준결승에서였다.

테림은 포르투갈이 독일에 진 경기를 본 후 언론에 "세계 최고의 선수를 더 못 보게 돼서 정말 안타깝다"면서도 "호날두에게는 메이저대회에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이 말을 들은 호날두는 "테림 감독은 멋진 사람"이라며 "그의 앞길에도 성공이 있길 빈다"고 말했다. 호날두의 바람대로 터키는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대역전극을 일궈내며 4강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차 군단 독일에 역전패했다.

호날두와 테림은 뚝심이 있는 축구인들이다. 테림은 선 굵은 축구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투쟁심을 지녔다. 강한 도전 정신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호날두도 마찬가지. 그는 최근 셀타 비고전에서 피로 누적으로 혈당이 떨어져 쓰러질 뻔한 가운데서도 끝까지 경기에 출전하는 놀라운 투지를 보인 바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여우처럼 영리한 '축구 IQ'로 판을 확 뒤집어버리는 재치도 선보인다.

테림 감독의 남자답고 선 굵고 호탕한 모습에 호감을 보인 호날두. 그리고 그에 대해 항상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칭찬해 왔던 테림.

축구계의 멋진 '상남자'들이 5년 만에 경기장에서 만나 한판 승부를 벌인다. 바로 다음달 3일과 10일 열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 vs 갈라타사라이의 8강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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