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록바와 스네이데르, 무리뉴 상대로 청출어람 할까
입력 : 2013.03.1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정지훈 기자 = 청출어람(靑出於藍).

순자(荀子)의 권학편(勸學篇)에 나오는 말로 '쪽에서 뽑아낸 푸른 물감이 쪽보다 더 푸르다'는 뜻이다. 의역하면 '제자나 후배가 스승이나 선배보다 더 낫다'는 의미다.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와 갈라타사라이의 8강전에서 청출어람이 나올 지도 모른다. 레알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갈라타사라이의 두 슈퍼스타 디디에 드록바, 웨슬리 스네이데르와 '사제 관계'로 얽혀있다.

드록바는 첼시 시절 무리뉴의 지도를 받으며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로 성장했고, 현재도 무리뉴와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하는 사이다. 스네이데르는 무리뉴가 인테르 밀란을 지도하던 시절 그의 밑에서 2009/2010시즌 트레블(세리에A, 챔피언스리그, 코파 이탈리아)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스네이데르는 그때의 여세를 몰아 2010 남아공 월드컵 때도 펄펄 날았다.

사실 이들 사제지간 3명은 어느 정도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다. 무리뉴는 첼시를 EPL정상으로 이끌었지만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맞서다 스스로 물러났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지난 시즌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지만 올 시즌 초반 부진했던 탓에 언론의 온갖 비판을 들어야 했다. 최근에 챔스와 코파 델 레이 선전으로 다소 잠담해졌지만 상처를 받았다.

드록바는 첼시와의 의견 차이로 나온 뒤 낭인처럼 중국 프로리그까지 진출했다가 우여곡절 끝에 터키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했다. 그리고 스네이데르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다가 플로렌티노 페레스 구단주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샤비 알론소를 영입하면서 그를 내쳤다. 그때의 상처가 아직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셈이다.

비슷한 아픔을 공유하고 있지만 사제지간에 양보는 있을 수 없다. '열혈 감독' 무리뉴는 드록바, 스네이데르의 플레이 스타일, 장단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에 딱 들어맞는 맞춤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그러면 제자들은 가만 있을 것인가. 천만에. 이들 역시 무리뉴의 전술 운용을 몸소 체험했기에 레알 수비진의 움직임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히려 그 스타일을 역이용한다면 쉽게 수비를 뚫을 수도 있다.

과연 스승이 제자에게 다시 한번 한수 가르쳐줄 것인가. 아니면 제자들이 청출어람을 할 것인가. 정말 흥미진진한 대진이 짜여진 셈이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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