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 인터뷰] ‘부산 캡틴박’ 박용호, “서울은 무조건 이기겠다”
입력 : 2013.11.0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부산 아이파크의 그룹A 진출은 기적과도 같은 시나리오였다. 막바지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성남을 골득실 차 단 1골로 제쳤다. 25라운드 제주전에서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그룹A행 티켓을 놓칠 뻔 했던 부산은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인 26라운드에서 포항을 상대로 짜릿한 막판 역전승으로 기적을 만들어 냈다.

이 기적의 중심에는 부산의 ‘캡틴박’ 박용호가 있었다.

올 시즌 부산의 주장 완장을 찬 그는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간 사나이다. 제주전 경기 종료 직전에 찾아온 완벽한 동점골 기회를 잡지 못한 그는 다음 포항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역전골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부산의 그룹A 진출을 결정지은 ‘인생골’이다.

올 시즌 아주 중요한 팀의 목표를 결정지은 그는 여전히 훈련장에서 땀 흘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32세로 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발전을 위해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하는 그의 모습은 솔선수범 그 자체였다. 선수로서는 물론, 인터뷰 내내 소문난 아내사랑을 보여주던 그는 자상한 가장으로서도 완벽했다.

- 올 시즌 부산이 상당히 다이내믹한 시즌을 보내고 있어요.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는 시즌인 것 같아요. 올 시즌 초에는 관심을 많이 받으면서 불안한 마음도 컸었던 건 사실이었어요. 초반에 1~2 경기 결과가 안 좋아서 급하게 갈 뻔도 했지만 슬기롭게 잘 넘겼던 것 같고요. 결과적으로는 만족하진 못하지만 절반 이상은 찾아낸 것 같아요. 물론 목표를 다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네요.

- 목표요? 시즌 초반 목표가 어떤 것이었나요?
팀의 목표는 그룹A 진출과 FA컵에서의 결과였어요. FA컵 우승. 많은 노력을 했죠. FA컵을 놓친 것이 많이 아쉬워요.

- FA컵 말고도 리그에서 충분히 ‘질식수비로 이름을 떨친 부산인데요?
팀 자체가 위에서부터 수비를 굉장히 많이 해줘요. 미드필드진에 활동량이 굉장하죠. (박)종우, (김)익현, (정)석화 등 위에서 어린 선수들이 수비를 잘 도와주니 수비부담이 덜 한 것 같아요. 또 골키퍼도 상당히 강하죠. (이)범영이도 잘하고, 그리고 3명 다 실력이 뛰어나요. 누가 경기에 들어가던 타 팀 이상을 해주죠. 공격수부터 골키퍼까지 촘촘하게 잘 어우러져있어요. 서로 희생하며 경기하니까 실점도 잘 안하고 많이 버티고요. 수비까지 열심히 내려와주면서 희생적인 플레이가 많죠.



- 그래도 본인의 수비력도 한몫을 하고 있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쭉 수비수를 해온 건가요?
사실 전 시작부터 수비수는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그땐 그냥 공격수로 시작해서 재미를 좀 봤죠. 그랬다가 바로 수비수로 전향했어요. 6학년 때 수비수로 전향해서 중, 고등학생 시절 수비만 전문적으로 맡았죠. 감독님의 지시도 있었고 제 성향도 수비수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 본인이 생각하는 수비에서의 강점,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실 처음에 지도자 분들께서 절 보면 별로 좋아하지 않으셔요. 피지컬이나 스피드가 수비수로서는 떨어진다고 판단하시는 거죠. 하지만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면서 시간을 오래 두고 보시면 인식이 많이 달라지더라고요. 제 단점은 제가 확실히 알고 있어요.
제 장점은 집중력과 침착함이에요. 말도 많이 하면서 위치도 잡아주고, 다른 선수들보다 침착하게 하려고 하죠. 그래서 상대의 특성마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침착하게 플레이 하려 하죠. 이게 제 강점이고 노하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앞서 말한 것들이 부족한 면이 있죠. 그래서 아직 노력하고 공부하고 있어요. 축구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 박용호 하면 10년 넘게 있었던 FC서울을 빼 놓을 수 없죠. 아직 팬들은 여전히 ‘우리 용호’라면서 아껴주는 모습이에요.
참 감사하죠. 저도 팀에 대한 애정은 컸어요. 처음에 안양 LG(서울 전신)에서 저희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스카우트를 해줬고 많은 투자도 하고 신경을 많이 쓰면서 키웠는데요. 그런 것들을 제가 아니까, 열심히 하려고, 팀에 보탬이 되려고 더 노력했어요. 선배들로부터 팀 정신에 대해 많이 배웠고요. 또 어릴 적부터 팀 문화를 배우니까 애착도 굉장히 컸고요.

- 서울에서 프로무대 첫 주장완장을 찼었잖아요?
팀 성적이 좋으면 모르겠는데 제가 있을 초창기엔 상당히 좋지 못했어요. 우승도 못하고. 그렇게 힘든 시절을 보내다가 제대를 하고. 그러고 있었는데 주장 완장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더 많은 노력을 했죠.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잘 될까 생각도 많이 했고요.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며 같이 무언가를 해내려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팀원들끼리 잘 융화가 됐고 생각을 많이 하니 운도 잘 따라줬어요. 팀원들과 많은 노력을 했고 또 코칭스태프와도 잘 맞다 보니 2관왕이라는 결과를 이뤘죠. 노력한 만큼 큰 결과를 이뤄내니 더 좋았고 애착도 더 강해졌어요.

- 서울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겠어요. ‘서울 킬러’ 윤성효 감독님과의 만남이 참 기묘해요?
제가 안양 2군에 있을 시절 감독님께서는 수원 블루윙즈 2군에 계셨어요.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때 저를 많이 안 좋아하셨을 것 같은데요(웃음). 경기장에서는 자주 뵙지 못했고 올해 초에 부산으로 오셨을 때 실질적으로 처음 뵌 거에요. 감독님은 전형적인 옛날 한국사람 같은 분이세요. 믿음이 강하시고요. 표현을 많이 하시진 않지만 한마디 한마디 던지시는 것이 깊게 마음을 울려요.

- 서울전을 앞두게 되면 특별한 이야기가 오고 갈 것만 같아요.
감독님께서는 서울을 상대하는 비법이 있으시잖아요. 정신적인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세요. 그리고 데얀이나 몰리나같은 키 플레이어들의 성향을 잘 알고 계셔서 그 선수들을 더 강하게, 터프하게 대하도록 주문하시죠. 또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다가 막판에 승부를 내시는 그런 비법이 있으세요.
개인적으로도 서울에는 무조건 이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친정팀을 상대하다 보면 확실히 힘도 많이 들어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되죠. 이기고픈 마음도 간절해지고요. 애정은 있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니까요. 또 열심히 해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서울 서포터스) 수호신에 보여주는 게 예의인 것 같아요.

- 그룹A에 올라오니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선수단 분위기 라던지?
분위기는 많이 편안해졌죠. 강등에 대한 걱정이 없어졌으니까요. 선수들이 많이 편안해진 것은 사실인데 한편으로는 경기에 대한 부담도 많이 생겼어요. 다 강팀이니까. 작년에도 그룹A에서 1승밖에 못 거뒀어요. 그래서 선수들에게 작년 생각해보자. 1승 창피하지 않았냐, 올해는 그러지 말고 더 잘해보자. 그래야 내년엔 더 좋은 걸 기대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해줘요.
확실히 정규리그보다 그룹A에서 경기하는 게 쉽진 않아요. 더 준비가 되어 있고 집중력도 많이 생겼죠. 저희도 한계는 분명히 있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작년의 경험이 있으니 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더 노력 중이에요.

- 사실 그룹A에서 동기부여를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
전 선수들에게 솔직히 이야기해줘요.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니까. 초반에 아무리 빤짝해도 막바지가 시들하면 연봉 협상할 때 명함 못 내민다. 막판 임팩트가 중요하니 몸조리 잘해야 한다. 또 강팀들 상대하고 있으니 좋은 모습 보이고 포인트 쌓으면 분명 연봉 협상 때 유리한 상황이 되고 나중에 더 좋은 곳으로도 갈 수 있다. 너네 몸값은 너네 스스로가 올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줘요.

- 어려움을 잘 헤쳐온 팀원들에게 격려해주셔야죠?
아직 우리의 목표가 사라지진 않았으니까.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더라도 끝까지 다같이 한가지 한 뜻으로 갔으면 좋겠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좀 더 노력하고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네요. 시즌이 얼마 안 남았는데 끝까지 부상 없이 갔으면 좋겠고 제 스스로도 팀에 큰 도움을 많이 주기 위해 노력할 테니 다같이 파이팅 해서 시즌 후에 시원하게 맥주한잔 하자고 하고 싶어요.


인터뷰=왕찬욱 기자
사진=김재호 기자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