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눈] 정성룡의 진짜 문제는 '실수'가 아니다
입력 : 2013.1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한 차례의 실수가 경기 흐름을 바꿨다. 그러나 그것은 정성룡에게 당면한 진짜 문제가 아니다. 가려진, 하지만 감출 수는 없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정성룡(수원 블루윙즈)을 흔들고 있다.

정성룡은 19일 밤 11시(한국시간) UAE 두바이 자빌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재기를 꿈궜다. 그러나 2실점을 하며 1-2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성룡은 이날 경기를 통해 대표팀 골키퍼 경쟁에서 반등의 기회를 잡으려 했다. K리그 클래식 경기에서 범한 결정적 실수와 맞물려 ‘후배’ 김승규의 경기력은 쑥쑥 성장하고 있기에 이날 경기는 절실했다.

그러나 정성룡의 당찬 계획은 실패했다. 주된 원인으로 '치명적 실수'를 꼽을 수 있다. 김신욱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전반 11분 정성룡의 실책성 플레이로 동점골을 헌납했기에 그렇다.

당시 러시아의 로만 시로코프가 페널티 측면 오른쪽에서 낮은 크로스를 올렸는데 그것이 정성룡의 손을 맞고 다리 뒤로 빠져 실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이것을 근처에 있던 스몰로프가 가볍게 밀어 넣었다.

정성룡의 판단 미스였다.

정성룡이 실점 장면에서 다이빙을 선택한 것이 화근이었다. 당시 정성룡은 안쪽 골문으로 향하는 슈팅과 공중 크로스를 대비해 몸의 중심을 안쪽에 놓거나, 땅볼 크로스가 올 경우에는 빠른 처리를 위해 발 수비를 준비해야 했다.

정성룡은 깊게 생각한 후 선택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다이빙이었다. 정성룡은 크로스가 그리 빠르지 않아 다이빙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화근이었다. 준비 동작 없이 바로 다이빙 자세에 들어가다 보니 안정된 수비로 이어지지 못했다. 판단이 늦다보니 자연스레 완벽한 핸들링도 나올 수 없었다. 완벽한 다이빙이 이뤄지지 않아 핸들링 할 반경을 미리 예측하기 어려웠다.

정성룡 또한 이를 인정했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첫 번째 골은 크로스를 쳐내거나 잡기 쉽지 않았다. 그걸 쳐냈는데 길게 나가지 않았다. 내가 부족했다"고 판단 미스로 인해 핸들링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자책했다.

실수는 경기의 일부다. 때문에 이 한장면에 기인한 가혹한 비난은 삼가야 한다. 그러나 이후 정성룡이 보인 자신감이 결여된 플레이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정성룡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발밑이 좋다는 것이다. 즉 공격 전개나 수비수와의 패스 플레이가 좋다는 뜻인데, 이날 정성룡은 실점 후 이전과 달리 소심한 플레이를 보였다.

정성룡은 경기 내내 수비수가 후방으로 패스할 시에는 급급하게 전방으로 롱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 풀백으로 간결하게 연결하며 전열을 가다듬던 기존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중앙으로 단번에 연결하는 패스만 시도했다. 그러다보니, 패스의 정확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끊기기 일쑤였고, 이에 러시아의 역습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정성룡이 자신감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성룡의 불안한 심경은 그대로 경기력에 투영됐다. 정성룡이 경기 후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부진에 대해 나도 모르겠다. 준비를 하는데 안 따라준다. 산에라도 올라가 마음을 다스려야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표한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아직 월드컵까지는 반년 이상 남았다.

따라서 홍명보 감독의 말처럼 여전히 대표팀의 주전 수문장을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포지션의 특정상 당시 컨디션이 선발 여부를 좌우한다. 떄문에 정성룡이 찾아야 할 것은 컨디션과 경기력 향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가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지.

글=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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