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카드 탐방 1편 - 팬데믹 시대의 트레이딩 카드 수집 문화
입력 : 2021.11.3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스포탈코리아] 포켓몬 카드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방과 후 놀이터에서 모인 아이들은 더 이상 무리를 지어 활동적인 놀이를 하지 않는다. 깨끗한 바닥이나 벤치에 모여 앉은 후 소장하고 있는 포켓몬 카드를 꺼낸다. 부모님이 어렵게 구해준 희귀한 카드를 보여주며 자랑을 한다. 얻고 싶은 카드가 있으면 교환을 한다.

포켓몬 카드는 인기 캐릭터 '포켓몬'을 소재로 만들어진 카드다. 가지고 있는 일정 수의 카드들로 덱을 구성하여 상대방과 대전하는 게임용으로 만들어졌다. 각각의 카드에 체력과 공격력이 적혀있는 카드도 있고, 이 카드들의 공격과 수비를 보조하는 서포트 카드도 있다.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서로 모여 대회를 치르고, 국제 대회도 활발하게 개최될 정도로 인기있는 스포츠 컨텐츠다.

그런데 최근 포켓몬 카드 가격이 더 올라갔다는 이야기들이 들려온다. 기존에도 게임용뿐만 아니라 수집용의 성격이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수집가들이 더 많이 뛰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희귀한 카드를 모으는 것에 더 열광하고 있다. 구매력이 강한 어른들이 학부모의 입장이 아니라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수집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은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포켓몬 카드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이번 시리즈를 통하여 포켓몬 카드의 인기몰이, 현재를 진단하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한다.


포켓몬스터의 인기

포켓몬스터의 역사는 1996년 일본에서 닌텐도 게임보이용 게임으로 발매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만화 등 수많은 미디어 컨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2021년 현재 전 세계에서 미디어 믹스 총매출 1,000억달러(119조원)를 돌파한 유일한 컨텐츠다. 포켓몬은 2위 헬로키티(885억달러), 3위 미키마우스와 친구들(829억달러)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격차는 더 많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포켓몬 컨텐츠에는 트레이딩 카드 게임용으로 제작된 포켓몬 카드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게임용으로 제작된 카드(매직 더 개더링, 유희왕 등)가 수집용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인기의 중심에는 포켓몬 카드가 있다. 1996년에 제작된 어떤 카드가 수천만원에 팔렸다는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지난 봄에는 포켓몬의 인기 캐릭터 피카츄 카드가 4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2021년 2월 4억 4천만원에 낙찰된 피카츄 카드 / 출처=골딘 옥션>


경매 규모로 봤을 때 포켓몬 카드는 저연령층뿐만 아니라 구매력이 상당한 성인용 수집품이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심지어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목격되고 있다. 성인들이 고가의 카드를 사고 파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포켓몬 카드는 왜 인기가 많은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포켓몬 카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트레이딩 카드'를 수집하는 문화 확산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팬데믹 시대의 수집 문화

포켓몬 카드는 게임용으로 제작된 카드지만 캐릭터 인기에 매력적인 디자인을 더하여 수집용으로 인식되고 됐다. 주 타겟인 저연령층 장난감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성인층에게도 매력있는 수집품이기도 하다.

포켓몬 카드의 수집 인기는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과 후 활동이 줄어들자 타인과의 유흥 소비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취미 활동에 투자할 금전적인 여유가 생겼다.

물론 기존부터 포켓몬 카드 게임을 해온 플레이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기존부터 포켓몬 카드를 수집해왔다. 자녀에게 포켓몬 카드를 사주는 학부모도 예전부터 존재했다. 포켓몬 카드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졌으니, 자연스럽게 카드를 구매하는 학부모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과는 별개로 스스로 포켓몬 카드를 찾아서 모으는 어른들이 있다. 최근에 늘어난 포켓몬 카드 수집가들은 스포츠 카드 수집에서 넘어온 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

1990년대 미국 프로 농구(NBA) 카드를 모으던 추억이 있는 어른들이 있다. 주로 30~50대에 걸쳐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모아두었다 버린 카드가 오늘날 수백 배로 뛰는 걸 최근에 자주 목격하고 있다.

2020년 1월 26일, NBA를 대표하는 선수였던 코비 브라이언트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카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그 날 이후 스포츠 카드는 NBA, MLB(미국 프로 야구), NFL(미국 프로 풋볼)를 가리지 않고 시세가 올랐다. 스포츠 카드의 인기와 팬데믹 시대와 맞물리면서 시세 폭등이 일어난 것이다.

카드를 미리 모으지 못했던 이들은, 아쉬음을 뒤로 한 채 다시 농구나 야구 카드 등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를 수집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스포츠 카드는 역사상 유례 없는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 출처=J스포츠 카드샵>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를 거래하기 위해 네이버 카페를 들락거렸다. 국내에서 구하지 못하는 카드를 구매하려고 이베이를 하루종일 상주했다. 그토록 원했던 카드를 국제 배송을 통해 힘들게 받을 때의 성취감은 대단했다. 이후 초보 수집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거래되는 카드는 '싱글 카드'라고 불린다. 카드 박스를 개봉하여 나온 카드들이다. 이런 카드들은 개인 간 거래가 되기도 하고, 특정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경매로 구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취미의 영역이었다.


취미에서 투자의 영역으로, 그러나

이렇게 싱글 카드를 구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트레이딩 카드는 확률형 소비재이기 때문에 특정 박스를 구매하여 개봉할 경우 카드를 무작위(랜덤)로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랜덤으로 나오는 카드들은 대부분 중고 시장에서의 가치가 없는 카드다. 그러나 간혹 얻게 되는 희귀한 카드들은 박스 구매료를 회수하고도 남을 정도로 시세가 형성되어 있다. 이 때부터 초보 수집가는 박스 구매에 뛰어들게 된다.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지만 운이 좋아 가끔 대박이 터질 때가 있다. 이 맛을 잊지 못하고 계속 박스를 구매하여 개봉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직 프로 야구 1군 무대에 데뷔하지 못한 유망주 카드에도 관심이 생긴다.

농구는 엘리트 아마추어 유망주가 프로에 오면 바로 1군 무대에서 뛰게 된다. 하지만 야구는 프로 입단 후 최소 2년 이상은 2군에서 담금질을 하며 차근차근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유망주 카드의 존재 또한 중요하다.


<2021년 5월, 2억 2천만원에 팔린 완더 프랑코 카드 / 출처=골딘 옥션>


특정 야구 유망주 선수의 카드를 저점에 매수한다. 이 선수가 프로 무대에 데뷔하여 활약하게 되면 카드 값이 올라간다. 스포츠 선수의 카드는 프로 입단 후 발행되는 첫 카드와, 1군 무대에 데뷔했을 때 나오는 루키(신인) 카드 가격이 비싸게 형성된다.

결국 유망주 선수들 위주로 발행되는 박스를 손대게 된다. 이 박스는 비교적 비싸게 형성되어 있는데, 수백 명의 유망주 중 프로 무대에서 멋진 활약을 펼칠 선수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즉, 나머지 수백 명의 카드는 휴지 조각이 되는 것이다.

이 단계까지 오게 되면, 더 이상 취미의 영역이 아니다. 투자의 영역으로 한단계 올라선 것이다. 그런데 스포츠 트레이딩 카드 수집가들이 올해 여름즈음부터 갑작스럽게 포켓몬 카드에 뛰어들게 된다. 포켓몬 카드 거래 시장이 한층 더 활발해지게 되었고, 특정 카드의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올랐다.

도대체 그들은 왜 포켓몬 카드에 열광하게 된 것일까?

*이 글은 <포켓몬 카드 탐방> 시리즈 2편에서 이어집니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