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울산] 곽힘찬 기자= "여기서 차마 말을 못 하겠어요"
"쌍욕을 하고 그랬나요?"
"제겐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29일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청용과의 문답 내용 중 일부다. 이청용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말을 원정석에서 들었다.
울산현대는 29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8강전에서 부천FC와 전후반 1-1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승부차기에서 승리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울산은 대혈투를 펼친 끝에 더블 우승의 가능성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날 경기는 전후반 한 골씩 주고받고 파울이 난무한 대혈투였다. 하지만 120분이 모두 지날 때까지는 그저 ‘치열한 경기’ 중 하나였다. 문제는 승부차기가 시작되고 일어났다. 키커로 나선 이청용은 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뒤 원정석 쪽으로 걸어가 부천 팬들을 향해 ‘쉿’ 세레머니를 선사했다.
울산 선수들이 킥을 준비할 때 부천 팬들이 무어라 계속 외쳤는데 왜 유독 이청용만 그런 세레머니를 한 것일까.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겠지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청용은 “부천 팬들이 너무 시끄러웠다. 승부차기에 앞서 별의별 얘기를 다 들으면서 킥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내게 큰 지장이 없었다. 들으면서도 부끄럽더라. 경기장에 아이들도 있는데. 물론 본인의 팀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듣기 거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이청용은 기자회견 때 이렇게 워딩이 센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얼마나 심한 말이었기에 이청용은 공개적으로 부천 팬들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일까. 질문을 던져봤지만 이청용은 말을 아꼈다. 그저 “여기서 차마 말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다시 “쌍욕이었나”라고 묻자 “내겐 무서운 말이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천 팬들은 대체 어떤 말을 한 것일까. 취재를 통해 승부차기 당시 음성 파일을 입수해 들어봤다. 이청용을 향한 조롱과 각종 거친 말이 뒤섞여 들렸다. 당시 원정석 쪽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이청용의 볼턴원더러스 시절을 언급하고 아픈 추억을 상기시키는 듯한 말까지 했다.
과거 이청용은 볼턴에서 프리 시즌 도중 톰 밀러에게 ‘살인 태클’을 당했고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한참 후에 복귀했지만 볼턴은 결국 강등됐다. 이후 이청용은 최고의 기량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보훔을 거쳐 K리그로 복귀했다. 톰 밀러의 ‘살인 태클’ 사건은 이청용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일이었다. 부천 팬들은 이 말 외에도 경기 도중 “Fuxx”을 외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훌리건과 서포터는 한 끗 차이다. ‘이것도 축구의 문화다’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최근 K리그는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팬들이 많이 찾는다. 경기 전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유니폼을 입고 믹스트존, 기자회견실을 찾아 탐방하고 갔다. 여긴 유럽과 다르다. 유럽식 훌리건 팬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물론 야유를 포함해 가벼운 트래쉬 토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응원도 선은 지켜야 한다. 이날 부천은 이영민 감독의 뛰어난 지략과 선수들의 투혼을 앞세워 멋진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팬들의 어긋난 팬심이 이를 헛되게 했다. 이청용의 말처럼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보인 이들은 팬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날 부천과 울산 팬들은 상반된 팬 문화를 보여줬다. 부천 팬들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한 것에 반해 울산 팬들은 멋진 선방쇼를 보여준 부천 이주현 골키퍼를 향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고 이주현은 울산 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최근 K리그는 잘못된 팬 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 삼성 팬들이 FC서울 팬을 폭행해 큰 비난을 받았고 다수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내놨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다.
앞서 ‘유럽식 훌리건 문화’를 언급했지만 사실 유럽도 다를 바 없다. 유럽에서도 일부 팬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선수들의 가족을 건드리고 나치 행동까지 취해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한다. 선진화된 유럽에서도 올바른 팬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팬 문화가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뉴비’들의 유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선비처럼 가만히 앉아서 박수만 짝짝 치라는 게 아니라 소리 지르고 야유해도 좋으니 선만 넘지 말자는 거다. 이번 일로 뜨끔했을 팬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쌍욕을 하고 그랬나요?"
"제겐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29일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청용과의 문답 내용 중 일부다. 이청용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할 정도로 심한 말을 원정석에서 들었다.
울산현대는 29일 오후 7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8강전에서 부천FC와 전후반 1-1로 비긴 뒤 이어진 연장+승부차기에서 승리해 4강행 티켓을 따냈다. 울산은 대혈투를 펼친 끝에 더블 우승의 가능성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날 경기는 전후반 한 골씩 주고받고 파울이 난무한 대혈투였다. 하지만 120분이 모두 지날 때까지는 그저 ‘치열한 경기’ 중 하나였다. 문제는 승부차기가 시작되고 일어났다. 키커로 나선 이청용은 킥을 깔끔하게 성공시킨 뒤 원정석 쪽으로 걸어가 부천 팬들을 향해 ‘쉿’ 세레머니를 선사했다.
울산 선수들이 킥을 준비할 때 부천 팬들이 무어라 계속 외쳤는데 왜 유독 이청용만 그런 세레머니를 한 것일까. 동료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행동이기도 했겠지만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청용은 “부천 팬들이 너무 시끄러웠다. 승부차기에 앞서 별의별 얘기를 다 들으면서 킥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내게 큰 지장이 없었다. 들으면서도 부끄럽더라. 경기장에 아이들도 있는데. 물론 본인의 팀을 사랑해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듣기 거북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이청용은 기자회견 때 이렇게 워딩이 센 발언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얼마나 심한 말이었기에 이청용은 공개적으로 부천 팬들에게 불만을 표시한 것일까. 질문을 던져봤지만 이청용은 말을 아꼈다. 그저 “여기서 차마 말을 하지 못하겠다”라고 했다. 다시 “쌍욕이었나”라고 묻자 “내겐 무서운 말이었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천 팬들은 대체 어떤 말을 한 것일까. 취재를 통해 승부차기 당시 음성 파일을 입수해 들어봤다. 이청용을 향한 조롱과 각종 거친 말이 뒤섞여 들렸다. 당시 원정석 쪽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이청용의 볼턴원더러스 시절을 언급하고 아픈 추억을 상기시키는 듯한 말까지 했다.
과거 이청용은 볼턴에서 프리 시즌 도중 톰 밀러에게 ‘살인 태클’을 당했고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한참 후에 복귀했지만 볼턴은 결국 강등됐다. 이후 이청용은 최고의 기량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크리스탈 팰리스와 보훔을 거쳐 K리그로 복귀했다. 톰 밀러의 ‘살인 태클’ 사건은 이청용에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만한 일이었다. 부천 팬들은 이 말 외에도 경기 도중 “Fuxx”을 외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훌리건과 서포터는 한 끗 차이다. ‘이것도 축구의 문화다’라고 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생각이다. 최근 K리그는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의 팬들이 많이 찾는다. 경기 전에도 유치원~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유니폼을 입고 믹스트존, 기자회견실을 찾아 탐방하고 갔다. 여긴 유럽과 다르다. 유럽식 훌리건 팬 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물론 야유를 포함해 가벼운 트래쉬 토크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응원도 선은 지켜야 한다. 이날 부천은 이영민 감독의 뛰어난 지략과 선수들의 투혼을 앞세워 멋진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팬들의 어긋난 팬심이 이를 헛되게 했다. 이청용의 말처럼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아이들 앞에서 부끄러운 행동을 보인 이들은 팬으로서 도리를 다하지 못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날 부천과 울산 팬들은 상반된 팬 문화를 보여줬다. 부천 팬들이 선을 넘는 행동을 한 것에 반해 울산 팬들은 멋진 선방쇼를 보여준 부천 이주현 골키퍼를 향해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고 이주현은 울산 팬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최근 K리그는 잘못된 팬 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 삼성 팬들이 FC서울 팬을 폭행해 큰 비난을 받았고 다수 언론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를 내놨다.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사안이 심각했다.
앞서 ‘유럽식 훌리건 문화’를 언급했지만 사실 유럽도 다를 바 없다. 유럽에서도 일부 팬들이 인종차별을 하고 선수들의 가족을 건드리고 나치 행동까지 취해 경기장 출입금지 조치와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한다. 선진화된 유럽에서도 올바른 팬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K리그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팬 문화가 중요하다. 소위 말하는 ‘뉴비’들의 유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선비처럼 가만히 앉아서 박수만 짝짝 치라는 게 아니라 소리 지르고 야유해도 좋으니 선만 넘지 말자는 거다. 이번 일로 뜨끔했을 팬들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