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숨은 아내 살해한 70대 남편…’징역 20년’

아내를 향해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70대 남성 이모씨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명재권)는 18일 오후 2시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이씨는 지난 2월8일 아내 A씨에게 무리한 금전적 요구를 거듭했고 이에 A씨가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그자 열쇠로 열고 들어가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와 이씨 측 변호인은 "범행 당시 맥주 5병 이상을 마신 상태였다"며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가 베란다 수납장에서 흉기를 꺼낸 뒤 열쇠로 문을 열고 범행을 저지른 후 흉기를 다시 베란다에 놓았다"며 "범행 이후 이씨가 죄책감에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극단선택을 시도한 것을 보면 윤리적 의미를 판단하는 의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는 수사기관에서 범행 당시의 주요 상황과 A씨와의 대화 내용 등을 명확하게 진술했고 전문 심리 위원은 이씨가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해 의식이 저하된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며 "이씨가 범행 당시 심신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자녀 중 한 명은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며 자녀들은 이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씨는 50년간의 혼인 생활 동안 가족을 위해서 헌신해 온 피해자의 귀중한 생명을 빼앗았다"며 "혼인 관계에 기초한 법적, 도덕적 책무를 원천적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씨가 병원에서 알코올 증후군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었던 점 등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을 인정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