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km→158km→159km 뱀직구에 150억 타자도 속수무책...'긁히면 언터처블' 김서현, 한화 5강 도전의 열쇠
입력 : 2024.09.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154km, 158km, 159km. 전광판에 찍힌 구속이 올라갈 때마다 관중들의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화 이글스 '파이어볼러' 김서현(20)의 제대로 긁힌 '뱀직구쇼'가 야구팬들의 가슴에 제대로 꽂혔다.

김서현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원정경기에 7회 구원등판해 2이닝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한화는 연장 10회 말 한승주가 서건창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줘 3-4로 졌지만, 김서현의 괴력투는 패배 속에서도 빛났다.

양 팀이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7회 말 무사 1, 2루에 김서현은 이상규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득점권 위기서 KIA 4번 타자 최형우와 맞선 김서현은 3구 연속 150km/h가 넘는 패스트볼을 뿌려 좌익수 뜬공으로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최고의 명장면은 나성범과 승부에서 나왔다. 초구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154km/h 뱀직구, 2구째 158km/h 하이 패스트볼에 나성범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3구째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을 던진 김서현은 4구째 강속구로 정면승부를 펼쳐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전광판에는 무려 159km/h의 이날 최고 구속이 찍혔다.

순식간에 2아웃을 잡은 김서현은 이우성을 상대로 이번에는 변화구 위력을 뽐냈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바깥쪽으로 달아나고, 아래로 뚝 떨어지는 140km/h 대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 1-2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다. 3구째 바깥쪽 패스트볼을 하나 보여준 김서현은 4구째 타이밍을 완전히 뺏는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 존에 찔러 넣어 루킹 삼진으로 위기를 정리했다.



8회도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서건창을 1루수 땅볼, 김태군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았다. 마지막 타자 박정우를 상대로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높은 코스 ABS 존 모서리에 걸치는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잡으면서 퍼펙트 투구를 마무리했다.

김서현은 2이닝을 단 23구로 깔끔하게 정리하며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트라이크 비율도 무려 73.9%(17구)에 달했다. 힘으로 누를 땐 압도적인 구위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상대가 빠른 볼을 기다릴 때는 적절히 변화구를 섞는 강약 조절이 돋보였다. 9월 첫 등판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친 김서현은 시즌 평균자책점을 2.54로 끌어내렸다.



2023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서현은 데뷔 첫해 20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7.25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남겼다. 올 시즌도 전반기는 제구력 난조에 발목이 잡혀 1군 정착에 어려움을 겪었다.

흔들리던 김서현은 김경문 감독과 양상문 투수코치의 믿음 속에 자신감을 되찾으며 7월 9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0.96으로 한화의 필승조 한자리를 궤찼다. 8월 13일 LG 트윈스전까지는 무려 13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치는 등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승승장구하던 김서현은 8월 17일 SSG 랜더스전에서 홀드를 기록했지만 1이닝 2피안타 1실점으로 무실점 행진이 깨졌다. 이후 23일(⅔이닝 1피안타 2볼넷 1사구 3실점 비자책)과 24일(⅓이닝 4볼넷 4실점) 두산 베어스전에서 대량 실점하며 페이스가 꺾였다.



주춤했던 그는 다시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페이스를 되찾고 있다. 특히 5일 KIA전에서는 빠른 투구 템포로 타자들과 싸워나가며 주도권을 가져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신의 공을 믿고 과감하게 뿌린 결과 '긁히면 언터처블'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김서현의 자신감 회복은 한화에도 중요한 부분이다. 5위 KT 위즈(63승 2무 54패 승률 0.496)를 2경기 차로 바짝 뒤쫓고 있는 6위 한화(59승 64패 2무 승률 0.480)는 후반기 평균자책점 2위(4.23)를 기록하고 있는 강력한 불펜의 힘을 앞세워 5강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박상원-주현상으로 이어지는 셋업-마무리 앞에서 김서현이 확실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는 가을야구 도전에 큰 힘을 받을 수 있다.



사진=OSEN,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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