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3이닝+ERA 6.60' 선발진 악몽 겪은 韓야구...'SSG행' 화이트, 2026 WBC 대표팀 히든카드 될까
입력 : 2024.11.20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5년 만에 다시 열린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서 한국 야구대표팀(이하 한국)은 오프닝 라운드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마주했다.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할법한 성적이었다.

엔트리 구성 때부터 이번 대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을 겪은 한국은 이후 세대교체 작업이 집중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거치면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한국은 이번에도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하지만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이의리(KIA 타이거즈) 등 국제대회 경험을 쌓은 젊은 투수들이 부상으로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올 시즌 두각을 드러낸 좌완 손주영(LG 트윈스)마저 팔꿈치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되면서 선발진의 무게감은 더욱 떨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국은 B조 조별리그에서 3승 2패로 3위에 머물며 슈퍼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가장 큰 문제는 선발진의 부진이었다. 5경기서 4명의 선발투수(고영표 2경기, 최승용, 곽빈, 임찬규)가 마운드에 올라 1패 평균자책점 6.60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쿠바전에 등판한 곽빈(4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이 그나마 제 몫을 했을 뿐이었다.



5경기서 선발투수가 소화한 이닝은 15이닝으로 경기당 3이닝에 불과했다. 고영표가 대만전 2이닝 6실점, 최승용은 일본전 2⅓이닝 2실점, 임찬규는 도미니카 공화국전 3이닝 3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져 경기 초반부터 분위기를 상대 팀에게 내줬다. 그나마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불펜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은 팀 평균자책점 4.81(43이닝 24실점 23자책)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5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차지한 일본은 팀 평균자책점 2.80, 4승 1패로 2위를 차지한 대만은 팀 평균자책점 1.80으로 강력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세대교체의 중간 점검이었던 프리미어12에서 아쉬운 성적을 거둔 한국은 2026년 WBC에서 진정한 시험 무대에 선다. 3월에 열리는 WBC부터 같은 해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 게임, 2027년 프리미어12, 2028년 LA 올림픽까지 굵직한 대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 프리미어12와 달리 WBC는 세대교체의 성과가 성적으로 나타나야 하는 중요한 대회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전임 감독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은 프리미어12 대회를 마치고 다음 국제 대회 선전을 위해 강한 선발투수 육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구 강국'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제 무대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지만, 다음 WBC까지는 불과 15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2025시즌을 치르고 나면 2026년 3월 곧바로 대회가 눈앞에 다가온다. 한 시즌 만에 새로운 국대급 선발 자원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은 쉽지 않다.



WBC 대회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선발투수 자원을 찾을 수 있다. 최근 SSG 랜더스와 총액 1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 무대 입성을 앞둔 '한국계 3세' 미치 화이트(30)다. WBC는 부모나 조부모의 혈통에 따라 대표팀 선택이 가능하다. 지난 2023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던 토미 '현수' 에드먼(LA 다저스)도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선수였다. 당시 화이트도 한국 대표팀에 합류할 뻔했지만,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불안정한 상황 때문에 WBC 출전이 불발됐다.





2016년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65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화이트는 팀 내 유망주 랭킹에서 2018년 4위, 2019년 9위에 올랐을 정도로 큰 기대를 받던 투수다. 2021년 여러 차례 강등과 콜업을 반복하는 환경 속에서도 21경기(선발 4경기) 1승 3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화이트는 2022년 15경기(선발 10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빅리그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는듯했다.

그러나 다저스에서 화이트의 자리는 없었다. 부상 선수들이 복귀해 자리를 잃은 화이트는 결국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됐다. 올해는 토론토에서 시작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메이저리그서 5시즌을 보낸 화이트는 통산 71경기(선발 22경기) 185이닝 4승 12패 평균자책점 5.25의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26경기(선발 99경기) 471⅔이닝을 소화하며 26승 21패 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했다.



화이트는 평균 152km/h, 최고 156km/h의 강속구를 던지는 '파이어볼러' 유형의 투수다. 투심, 슬라이더, 커브, 스위퍼 등 변화구 완성도도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 9.85개를 기록할 정도로 삼진을 빼앗는 능력도 뛰어나다.

화이트가 2025시즌 KBO리그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한다면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에서 지난해 고사했던 대표팀 합류를 긍정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만약 화이트가 합류한다면 한국은 문동주, 곽빈에 이어 또다른 파이어볼러 투수로 선발진 한 자리를 채울 수 있다. 과연 2026년 WBC 무대에서 '박찬호 도플갱어' 화이트가 태극마크를 달고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뉴스1, OSEN,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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