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나연 기자] 연말 시상식에서 누가 수상의 주인공이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시청자들의 가장 큰 즐길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지상파 연말 시상식에서는 유달리 '공동수상'이 많았다. 대상부터 최우수상, 신인상과 같은 주요 부문까지 공동수상이 남발하는 풍경에 "시상식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열린 '2023 KBS 연기대상'에서는 '고려 거란 전쟁' 김동준과 '혼례대첩' 로운이 남자 최우수상을 공동 수상했다. 뿐만아니라 베스트 커플상은 무려 다섯 쌍의 커플에게 주어졌다. 그해 가장 케미가 좋았던 작품 속 커플들에게 주어지는 상임에도 다섯 커플에게 퍼주기식 수상을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밖에도 남녀 인기상은 일곱명의 배우들이 받았으며, 우수상과 조연상, 신인상 역시 공동수상이 잇따랐다. 결국 '2023 KBS 연기대상'은 총 21개의 부문 중 11개 부문이 공동수상을 하는 김 빠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앞서 'SBS 연기대상'에서는 '모범택시2' 이제훈과 '악귀' 김태리의 대상 공동수상으로 엇갈린 평를 얻었다. 대상의 경우 '연기대상'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최고의 자리인 만큼 시상식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그 주인을 향한 초유의 관심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끝내 두 사람이 함께 대상을 품에 안는가 하면, 가위바위보로 소감 순서를 정하는 진풍경을 선보이기도.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데 동의하는 반응이 많지만 반면 그래도 우열을 가렸어야 한다는, 아쉽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공동대상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신인상을 일곱 명이 무더기로 수상하는 등 상을 남발한 것이 이번 'SBS 연기대상' 논란의 기폭제가 됐다. 더군다나 신인상은 평생 단 한번밖에 받지 못하는 상으로, 신인 연기자들에게 있어서는 대상만큼이나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후보자 모두에게 상을 주는 모양새는 MC까지 당황케 만들었다. 여기에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조연상 등도 '쪼개기 수상'으로 빈축을 샀다.
'MBC 연기대상'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신인상은 남녀 각각 두명이 수상했고,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최우수 연기상은 '연인' 안은진과 '열녀박씨 계약결혼뎐' 이세영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미니시리즈와 일일 부문을 나눴음에도 또 한번 상을 나눠갖게 된 것.
또 'MBC 방송연예대상'에서는 초유의 관심사였던 신인상 부문이 덱스와 김대호의 공동수상으로 막을 내렸으며, 'SBS 연예대상'은 상 쪼개기는 물론 올해에도 듣도보도 못한 이름의 상을 무분별하게 내세우며 '퍼주기식 수상'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KBS 연예대상' 역시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 우수상, 최우수상 모두 공동수상이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고, 어느 누구의 노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몇몇 부문에서는 우열을 가릴수 없을정도로 후보가 쟁쟁했고, 그렇기에 "둘 다 받을만 했다"는 여론도 많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상을 나눠갖는다면 그만큼 상의 가치는 떨어지고, 시상식의 의미는 사라져버리는 것도 사실. 후보가 치열할수록 시청자들은 더욱 누가 상을 받을지 촉각을 세운다. 하지만 그 결과가 공동수상으로 돌아오자 "누가 받을지 궁금했는데 김빠진다", "보는 사람 힘빠지게 만든다"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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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SBS,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