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불명예스럽게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KBO리그 선수들의 ‘일타 강사’로 떠오른 강정호. NC 손아섭이 지난해 강정호를 찾은 뒤 생애 첫 타격왕을 차지했다. 2022년 NC로 이적한 뒤 ‘에이징커브’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스스로도 한계에 봉착한 느낌을 받았던 손아섭은 강정호의 지도와 훈련을 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손아섭의 부활로 입소문을 탄 ‘강정호 스쿨’은 올해 수강생이 더 늘었다. 가장 먼저 강정호를 찾은 선수는 두산 김재환이었다. 132경기 타율 2할2푼 10홈런 46타점 장타율 .331의 부진과 함께 시즌 막바지 오른손 부상이 겹쳐 두산의 순위싸움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충격적 부진에 김재환은 이례적으로 이천 마무리캠프에 참가했고 묵묵히 강훈련을 소화했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의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고 김재환의 훈련을 전담했다.
잠시도 쉬지 않았다. 김재환은 마무리캠프가 끝나자마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강정호의 아카데미를 찾았다. 이후 강정호의 조언을 들으면서 약 한 달 반 가량 실내외 훈련을 병행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당장의 성과를 말하기는 섣부르다. 아직 실전을 치러보지 않았다. 실전을 치르면서 강정호 스쿨에 다녀온 효과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만 김재환은 “사실 지금 성과를 바로 말하긴 그렇다. 시즌을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라며 “그래도 잘하고 왔다. 느낌을 잘 배우고 왔다. 무엇을 배웠는지 일일이 설명할 순 없지만 다녀오길 잘했다. 잘 배웠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라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성과를 보여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깨달음을 얻었고 자신의 방향성이 올바른지 확인할 시간만 남았다.
손아섭은 지난해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안주하지 않기 위해 다시 강정호를 찾았다. 그리고 팀 동료인 박세혁도 강정호를 찾았다. 박세혁 역시 지난해 NC로 FA로 이적한 첫 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입지가 줄었다. 그는 지난 8일 신년회 자리에서 박세혁은 강정호를 찾는 이유에 대해 “아섭이 형도 안좋은 시즌을 거치면서 벽을 느낀 점이 있어서 미국을 갔다 왔을 것이다”라면서 “사실 시기상 더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신년회가 있어서 빨리 떠나지 못했다. 그래도 20일 정도 시간이 있으니까 많이 준비를 하고 많은 도움을 받아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작년 막판에 경기에 뛰고 싶었지만 못 나간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나 역시도 후회없이 준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떻게 시즌을 준비할 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고 준비를 빨리하고 또 많이 해보자”라면서 ‘강정호 스쿨’을 찾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강정호 스쿨을 찾는 또 다른 선수가 있다. 롯데 한동희다. 한동희 역시도 지난해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한동희는 지난해 108경기 타율 2할2푼3리(319타수 71안타) 5홈런 32타점 OPS .583의 성적에 그쳤다. 커리어 최악의 부진. 매년 우상향을 하던 한동희의 성적은 급전직하 했다.
변화를 시도했지만 변화가 긍정적으로 흘러가지 않았고 성적과 자신감 모두 바닥을 쳤다. 이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이대호는 한동희의 변화를 위해 미국 훈련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리고 강정호 스쿨을 찾을 계획까지 세웠다.
이대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동희를 데리고 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선수들이 기술은 다 되어 있는데 내 기술이 나한테 확실한지 안 확실한지 긴가민가하는 경우가 많다. 확신을 못 가지면 다른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정호한테 데리고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게 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고 타격 이론이 좋다고 소문이 나 있다. 아섭이가 정호한테 가서 좋은 성적을 냈고 다들 정호가 잘 가르친다고 한다. 동희가 정호의 한 마디에 자기 기술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확 날 것”이라고 전하며 한동희와 함께 미국 훈련을 준비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동희 역시 “일단 미국에 가서 (이)대호 선배님이 기술적인 얘기는 안한다고 하셨다. 어차피 저도 감독님도 새로 오시고 알려주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먼저 정립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이제는 리프레시 하는 느낌으로 얘기를 많이 나눠보자고 말씀을 하셨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강)정호 선배님이 저에 대해서 얘기를 많이 해주시고 관심을 많이 보여주셨다. 미국에 가게 됐으니 정호 선배님 얘기도 들어보려고 한다. 대호 선배님, 정호 선배님과 함께 다 같이 보고 레슨장 실내에서 함께 배팅 훈련도 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에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출국한 한동희는 이제 곧 열흘 간의 훈련이 마무리 될 예정이다. 모두가 “잘 갔다 왔다”고 말하고 후회없는 시즌을 보내기 위해 개인 훈련을 받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동희 입장에서 올 시즌 절치부심해야 한다. 군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고 확실하게 내세울 만한 커리어를 완성하지 못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한동희 커리어의 중대한 변곡점이 올 수도 있다. 과연 한동희는 깨달음을 얻고 2024년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