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타수 4안타' 류현진도 헛웃음 지은 천적인데…김태형은 왜 평가를 유보할까
입력 : 2024.03.1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 2024.03.17 / foto0307@osen.co.kr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조형래 기자] “열심히 치더라.”

천하의 류현진(한화)도 헛웃을을 짓게 했다. 표본은 적지만 빅리그 시절부터 천적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빅터 레이예스(롯데)를 향한 얘기였다. 

지난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류현진의 시범경기 마지막 리허설. 류현진은 타선의 14득점 지원을 등에 업고 5이닝 76구 6피안타 무4사구 6탈삼진 2실점의 호투를 펼치면서 정규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3회 우익수 임종찬의 실책성 수비를 제외하면 크게 문제삼을 게 없는 최종 리허설 무대였다. 다만, 류현진을 헛웃음 짓게 하고 까다롭게 만든 인물이 있었다. 빅리그 시절에 자신을 괴롭혔던 레이예스였다.

류현진이 12년 동안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현재 리그에서 뛰는 대부분의 타자들은 류현진과의 만남이 생소하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류현진을 만난 선수가 레이예스였다. 

2021년 8월22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경기에 류현진은 토론토의 선발 투수로, 레이예스는 디트로이트의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3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한 레이예스는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류현진의 4구째 76.4마일(약 123km) 커브를 받아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타구속도 98마일(약 158km)의 안타였다.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서서 두 번째로 만난 류현진을 상대로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낮은 코스의 79.1마일(127km)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맞대결 결과, 레이예스가 류현진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로 완승을 거뒀다. 

이 만남이 관심을 갖게 했고 기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레이예스는 다시 한 번 류현진의 천적임을 한국에서 확인시켜줬다.

1회 1사 1루 타석에서 1볼 2스트라이크 카운트에서 레이예스는 6구째 142km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때려냈다. 정타 코스였다. 그리고 3회 2사 1루의 두 번째 타석에서도 레이예스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6구째를 받아쳐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상대전적에서 4안타를 치게 된 레이예스다.

5회 맞이한 3번째 타석에서는 류현진이 승리했다. 레이예스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날 맞대결을 마무리 지었다. 

[OSEN=부산, 이석우 기자]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한화 이글스 류현진이 3회말 2사 1,2루 롯데 자이언츠 전준우의 타구가 높게 날아가자 아웃될 것으로 판단,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다 레이예스가 3루를 돌며 홈인하자 뒤를 돌아보고 있다. 2024.03.17 / foto0307@osen.co.kr[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 2024.03.17 / foto0307@osen.co.kr대부분의 롯데 타자들이 류현진의 아우라에 기를 못 폈던 경기, 레이예스만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스윙을 펼쳤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측 폴 옆을 스쳐 지나가는 큼지막한 파울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레이예스가 기억이 난다. 여전히 열심히 치더라”라고 말했다. 

총액 95만 달러(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10만 달러, 인센티브 25만 달러)에 롯데와 계약한 스위치히터 외야수 레이예스는 타선에서 힘 있는 타격들을 해줘야 한다. 거포가 부족한 타선의 특성상 레이예스는 홈런을 많이 때려줘야 한다. 

하지만 전형적인 거포 유형의 타자는 아니다. 롯데는 레이예스를 “라인드라이브의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다”라고 소개했다. 레이예스는 지난 2018년부터 5시즌 동안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소속으로 타율 2할6푼4리(1214타수 321안타) 16홈런 107타점 OPS .673의 기록을 남겼다. 2018년 가장 많은 100경기에 나섰고 2019년에는 69경기에 나서서 타율 3할4리(276타수 84안타) 3홈런 25타점 9도루 OPS .767로 준수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트리플A에서 128경기 타율 2할7푼9리(502타수 140안타) 20홈런 83타점 OPS .792의 기록을 남겼다.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커리어 최다의 홈런을 기록했다. 36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124개의 삼진을 당했다. 

트리플A 시즌만 한정 지을 경우 4시즌 230경기 타율 2할9푼8리(896타수 267안타) 34홈런 156타점 OPS .830에 볼넷 64개, 삼진 193개를 당했다.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선구안에서는 아쉬움을 남긴 지표들이었다. 그러면서 “삼진 비율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컨택 능력 자체가 떨어지는 선수는 아니다. 스위트 스팟에 맞히는 확률이 높은 선수”라는 게 구단의 설명이었다.

현재까지 시범경기를 치른 결과, 구단의 스카우팅 리포트는 어느 정도 맞는 듯 하다. 현재 시범경기 8경기를 치르면서 타율 3할5푼(20타수 7안타) 2루타 2개 OPS .885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홈런은 없다. 지난 12일 사직 두산전 대형 홈런을 뽑아냈지만 우천 노게임으로 기록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볼에 스윙을 함부로 돌리지 않는다. 볼넷 3개를 얻어내면서 3개의 삼진 밖에 당하지 않았다.[OSEN=대구, 이석우 기자]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가 3회초 무사 1,2루 3루 땅볼을 치고 있다. 2024.03.14 / foto0307@osen.co.kr[OSEN=부산, 이석우 기자]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 2024.03.09 / foto0307@osen.co.kr물론 시범경기이기에 표본도 적고 본래 모습을 확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낙제에 가까운 선구안은 없었다. 김태형 감독도 스프링캠프 기간 지켜보면서 “공을 잘 친다. 컨택이 좋다. 붕붕 휘두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신중하다고 볼 수는 없는데 라이브 배팅 때나 청백전을 봤을 때 낮은 공에 잘 안 따라나가더라”라고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시범경기를 치르고 있는 현재, 김태형 감독은 컨택 능력에 대해서는 흡족해 하면서도 섣부른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는 “컨택은 괜찮은 편이다. 안 만나본 팀들은 모르겠지만 만나본 팀들은 레이예스의 장단점을 어느 정도 파악할 것이다. 만약 약점을 파고 들어갔을 때 이 선수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시즌 때 지켜봐야 한다”라면서 확실한 평가를 유보했고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래도 레이예스는 스스로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18일 수원 KT전에서 처음 만난 강속구 우완 선발 엄상백을 상대로 3구 삼진을 당했다. 높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143km-143km-146km 패스트볼에 타이밍을 맞히지 못하고 3개 연속 헛스윙을 했다. 하지만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조금씩 타이밍을 맞혀 나갔다. 패스트볼 타이밍을 완전히 잡아내지 못했지만 계속 커트를 해냈다. 패스트볼, 커터, 체인지업 가리지 않고 커트를 해내며 11구 승부까지 이어갔다. 결국 11구째 130km의 체인지업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강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냈다. 레이예스도 투수들의 데이터를 하나씩 머릿속에 입력해나가고 곧바로 출력값을 만들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OSEN=부산, 이석우 기자]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의 시범경기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레이예스가 훈련을 하고 있다. 2024.03.09 / foto0307@osen.co.kr수비에서는 중견수가 아닌 코너 외야수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초반 까지만 하더라도 김태형 감독은 “몸 상태가 괜찮고 외야에서 타구를 쫓아가는 움직임이 괜찮으면 중견수를 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4~5월 양쪽 햄스트링 부상을 연달아 당하면서 다리 쪽 상태를 지켜봐야 했다. “레이예스의 다리 상태에 따라서 포지션이 바뀔 수도 있다”라는 여지도 열어둔 김태형 감독이었다.

일단 최근 시범경기들에서는 중견수가 아닌 우익수로 주로 출장하고 있다. 14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우익수를 보던 윤동희가 중견수, 레이예스가 우익수로 들어섰다. 15일 경기 레이예스는 대타로 타석에 나섰지만 수비에서 윤동희가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16~17일 한화전, 18일 KT전까지, 레이예스는 모두 우익수로 나섰다. 이제는 포지션 정리가 되어가는 듯한 모습이다.  

다른 외국인 타자들처럼 확실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사령탑의 평가도 아직이다. 과연 레이예스는 롯데가 기대하는 타선의 기둥, 중심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롯데 자이언츠 제공/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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