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의 자유계약선수(FA) 장사가 또 한 번 흉작이 됐다. 사이영상 투수 출신 블레이크 스넬(32)이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동료에서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MLB 네트워크 인사이더의 존 헤이먼 기자는 19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블레이크 스넬이 자이언츠와 2년 6200만 달러(829억원), 옵트아웃 조항 포함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위협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이정후(6년 1억 1300만 달러)를 시작으로 투수 조던 힉스(4년 4400만 달러),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 3루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에 스넬까지 데려오며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 시즌 웹을 제외하면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선수가 아무도 없었고 부상자도 많았으나 이젠 스넬과 지난해 NL 사이영상 투표 2위 로건 웹으로 다저스를 넘어서는 최강의 원투펀치를 구축하게 됐다.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오프시즌 초반 계약한 구원투수 조던 힉스가 3선발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7차례 빅리그 선발 등판에서 가능성을 보인 22세 신예 카일 해리슨의 부담도 스넬의 합류로 어느 정도 완화됐다. 베테랑 우완 알렉스 콥도 올스타 브레이크 전엔 로테이션에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넬은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선발 투수다. 2016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한 스넬은 빅리그 통산 8시즌 동안 191경기에 등판해 71승 55패 평균자책점(ERA) 3.20의 성적을 거뒀다. 992⅔이닝 동안 1223삼진을 잡아내며(9이닝당 11.1탈삼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평균 시속 95마일(152.9km)의 패스트볼에 낙차 큰 커브까지 더해 타자들을 괴롭히는 투수다.
2021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해서도 훨훨 날았다. 특히 지난해 180이닝 동안 234탈삼진으로 14승 9패 ERA 2.25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냈다. 조 머스그로브(어깨)와 다르빗슈 유(팔꿈치) 등 믿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팀 내 유일한 규정이닝 투수로 로테이션을 지켰다.
시즌 후엔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 8장을 받으며 총점 204점을 기록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앞서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에도 21승 5패 ERA 1.89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차지한 그는 역대 7번째 양대리그 수상자가 됐다.
스넬의 유일한 단점은 건강이다. 사이영상을 차지한 두 시즌(2018, 2023년)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규정이닝을 소화한 적이 없다는 건 충격적인 사실이다. 사이영상 시즌인 2018년에도 이미 어깨 피로 증세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고 2019년 역시 두 차례 IL에 등재됐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도 2021년에는 부상과 제구 난조(9이닝당 4.8볼넷)로 128⅔이닝 소화에 그쳤고, 이듬해 역시 24경기에서 128이닝을 던졌다.
그렇기에 당초 2억 4000만 달러(3210억원) 규모의 계약을 원했던 스넬이 개막을 코앞에 둔 최근까지 개막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물론 스넬의 가치를 믿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스넬은 1년 후 옵트 아웃을 발동해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충분히 원하는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를 제외하면 슈퍼 에이전트인 보라스의 고객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시카고 컵스와 다시 손을 잡은 코디 벨린저도 3년 8000만 달러(1070억원)에 불과했다. 당초 6년 1억 6200만 달러(2167억원) 규모 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위해 줄다리기에 나섰지만 결국 백기투항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벨린저도 매년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지난해와 같은 뛰어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가치가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8회를 차지한 샌프란시스코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올 시즌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시즌 초반 "이정후 하나 뿐"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샌프란시스코지만 이젠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서울 시리즈(3월 20~21일)에 참가하는 샌디에이고와 LA 다저스를 제외한 구단들의 MLB 개막은 3월 말이다.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스넬로선 최소한의 팀 적응 기간을 보장받게 됐다.
또 하나 흥미로운 건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다. 스넬의 샌디에이고 첫 시즌인 2021년 김하성이 빅리그에 도전하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3년 동안 좋은 동료 사이로 함께 했다.
특히나 스넬은 지난해 7월 김하성을 향한 특별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하성을 사랑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라고 고백했다. 김하성의 밝은 성격과 실점을 최소화해주는 완벽한 수비까지 갖췄으니 투수로서 좋아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런 그가 이젠 김하성과 이별하고 또 다른 빅리그 루키 이정후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밥 멜빈 감독과 인연도 특별하다. 2022년부터 2년 동안 그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스넬은 먼저 샌프란시스코를 향한 스승을 따라 이적한 셈이 됐다. 헤이먼에 따르면 최근 멜빈 감독은 "스넬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뛰어난 투수"라고 응원했는데 다시 한 번 강력한 1선발로 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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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
MLB 네트워크 인사이더의 존 헤이먼 기자는 19일(한국시간)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블레이크 스넬이 자이언츠와 2년 6200만 달러(829억원), 옵트아웃 조항 포함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샌프란시스코는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위협할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이정후(6년 1억 1300만 달러)를 시작으로 투수 조던 힉스(4년 4400만 달러), 지명타자 호르헤 솔레어(3년 4200만 달러), 3루수 맷 채프먼(3년 5400만 달러)에 스넬까지 데려오며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지난 시즌 웹을 제외하면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선수가 아무도 없었고 부상자도 많았으나 이젠 스넬과 지난해 NL 사이영상 투표 2위 로건 웹으로 다저스를 넘어서는 최강의 원투펀치를 구축하게 됐다.
이정후(왼쪽)의 홈런 이후 고마움을 전하는 투수 로건 웹. |
스넬은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선발 투수다. 2016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한 스넬은 빅리그 통산 8시즌 동안 191경기에 등판해 71승 55패 평균자책점(ERA) 3.20의 성적을 거뒀다. 992⅔이닝 동안 1223삼진을 잡아내며(9이닝당 11.1탈삼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평균 시속 95마일(152.9km)의 패스트볼에 낙차 큰 커브까지 더해 타자들을 괴롭히는 투수다.
2021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해서도 훨훨 날았다. 특히 지난해 180이닝 동안 234탈삼진으로 14승 9패 ERA 2.25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냈다. 조 머스그로브(어깨)와 다르빗슈 유(팔꿈치) 등 믿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했으나 팀 내 유일한 규정이닝 투수로 로테이션을 지켰다.
시즌 후엔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 8장을 받으며 총점 204점을 기록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앞서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에도 21승 5패 ERA 1.89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AL) 사이영상을 차지한 그는 역대 7번째 양대리그 수상자가 됐다.
지난해 NL 사이영상 수상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
그렇기에 당초 2억 4000만 달러(3210억원) 규모의 계약을 원했던 스넬이 개막을 코앞에 둔 최근까지 개막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물론 스넬의 가치를 믿지 않는 건 아니다. 결국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스넬은 1년 후 옵트 아웃을 발동해 다시 F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와 같은 활약을 펼친다면 충분히 원하는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후를 제외하면 슈퍼 에이전트인 보라스의 고객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25일 시카고 컵스와 다시 손을 잡은 코디 벨린저도 3년 8000만 달러(1070억원)에 불과했다. 당초 6년 1억 6200만 달러(2167억원) 규모 계약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를 위해 줄다리기에 나섰지만 결국 백기투항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벨린저도 매년 옵트 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지난해와 같은 뛰어난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시장에 나오더라도 오히려 가치가 깎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시리즈 우승 8회를 차지한 샌프란시스코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올 시즌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프시즌 초반 "이정후 하나 뿐"이라며 비판을 받았던 샌프란시스코지만 이젠 강력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 |
또 하나 흥미로운 건 한국 선수들과의 인연이다. 스넬의 샌디에이고 첫 시즌인 2021년 김하성이 빅리그에 도전하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둘은 3년 동안 좋은 동료 사이로 함께 했다.
특히나 스넬은 지난해 7월 김하성을 향한 특별한 감정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김하성을 사랑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다"라고 고백했다. 김하성의 밝은 성격과 실점을 최소화해주는 완벽한 수비까지 갖췄으니 투수로서 좋아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런 그가 이젠 김하성과 이별하고 또 다른 빅리그 루키 이정후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밥 멜빈 감독과 인연도 특별하다. 2022년부터 2년 동안 그와 사제의 연을 맺었던 스넬은 먼저 샌프란시스코를 향한 스승을 따라 이적한 셈이 됐다. 헤이먼에 따르면 최근 멜빈 감독은 "스넬이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팀으로 갔으면 좋겠다. 정말 좋은 사람이고 뛰어난 투수"라고 응원했는데 다시 한 번 강력한 1선발로 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블레이크 스넬(오른쪽)와 김하성(왼쪽 위) 등이 함께 더그아웃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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