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전혀 예기치 않은 시점에서 벤치 클리어링이 발생했다. 구자욱(31·삼성 라이온즈)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양 팀 선수들은 하나 같이 흥분한 구자욱을 진정시키는데 집중했다.
14일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격돌한 인천 SSG랜더스필드. 9-2로 크게 앞선 SSG가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9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타석에 구자욱이 들어섰고 SSG 언더핸드 투수 박민호(32)의 초구가 그의 몸 뒤쪽으로 향했다. 구자욱을 크게 벗어나며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구자욱은 크게 흥분했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몸에 맞지 않았고,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구자욱이 박민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고 SSG 포수 김민식이 이를 말려봤지만 구자욱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짐작이 가능한 상황들이 있었다. 앞서 SSG는 4-0으로 앞선 7회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스리런 홈런으로 점수 차를 7-0으로 벌렸다. 이보다 앞선 3회말 투런 홈런을 날린 한유섬이 타석에 등장했고 삼성 투수 이승민의 1구 체인지업이 한유섬의 몸 쪽으로 향했다. 이내 2구 속구가 한유섬의 몸을 강타했다.
잠시 발끈한 한유섬은 1루로 향했고 이승민은 고의가 아니라는 듯 모자를 벗고 한유섬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 뒤 인사를 건넸다. 한유섬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승민에게 괜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
SSG의 9-0 대승으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던 9회초 삼성이 투런 홈런을 날리며 반격했다. 무사 1루에서 최현석에게 공을 넘겨받은 박민호는 이성규와 김지찬을 범타처리하며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구자욱을 상대로 초구가 몸 뒤쪽으로 날아들었다. 타자의 몸 뒤쪽으로 공이 향하는 일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우긴 하다. 그러나 이미 팀이 9-2로 크게 앞선 가운데 승리가 코앞에 온 상황에서 굳이 빈볼을 던질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구자욱은 앞서 한유섬에게 향했던 몸에 맞는 공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는지 발끈했다.
격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질 상황은 아니었다. 구자욱이 공에 맞지 않았고 고의라고 판단할 만큼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양상이 아닌 구자욱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된 상황이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구자욱을 말린 건 한유섬이었다. 한유섬은 구자욱을 끌어안으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고 '나도 맞았다'고 말하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구자욱을 진정시켰다. 한유섬을 향해 억울한 마음을 내보이던 구자욱도 이내 진정을 했다.
큰 사고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 양 팀 선수들도 각자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곧이어 경기는 재개됐고 박민호가 구자욱에게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구자욱이 왜 그토록 흥분했는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든 공이 고의적이라고 확신한 듯 보였다. 몸에 맞는 공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고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앞서 몸에 맞는 공에도 묵묵히 1루로 걸어나갔던 한유섬이 누구보다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기에 구자욱도 흥분한 마음을 애써 달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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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SSG전에서 삼성 구자욱(왼쪽)이 9회초 2사에서 박민호의 위협적인 투구에 격분하고 있다. 이를 말리는 SSG 한유섬. |
14일 SSG 랜더스와 삼성 라이온즈가 격돌한 인천 SSG랜더스필드. 9-2로 크게 앞선 SSG가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를 하나 남겨둔 9회초 2사 1루 상황이었다. 타석에 구자욱이 들어섰고 SSG 언더핸드 투수 박민호(32)의 초구가 그의 몸 뒤쪽으로 향했다. 구자욱을 크게 벗어나며 몸에 맞지는 않았지만 구자욱은 크게 흥분했다.
여러모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몸에 맞지 않았고, 경기 종료를 코앞에 두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구자욱이 박민호에게 성큼성큼 다가섰고 SSG 포수 김민식이 이를 말려봤지만 구자욱은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짐작이 가능한 상황들이 있었다. 앞서 SSG는 4-0으로 앞선 7회말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스리런 홈런으로 점수 차를 7-0으로 벌렸다. 이보다 앞선 3회말 투런 홈런을 날린 한유섬이 타석에 등장했고 삼성 투수 이승민의 1구 체인지업이 한유섬의 몸 쪽으로 향했다. 이내 2구 속구가 한유섬의 몸을 강타했다.
잠시 발끈한 한유섬은 1루로 향했고 이승민은 고의가 아니라는 듯 모자를 벗고 한유섬이 자신을 바라볼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 뒤 인사를 건넸다. 한유섬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승민에게 괜찮다는 듯 손짓을 했다.
SSG의 9-0 대승으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었던 9회초 삼성이 투런 홈런을 날리며 반격했다. 무사 1루에서 최현석에게 공을 넘겨받은 박민호는 이성규와 김지찬을 범타처리하며 승리까지 아웃 카운트 하나만을 남겨뒀다.
이어 타석에 등장한 구자욱을 상대로 초구가 몸 뒤쪽으로 날아들었다. 타자의 몸 뒤쪽으로 공이 향하는 일이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경우긴 하다. 그러나 이미 팀이 9-2로 크게 앞선 가운데 승리가 코앞에 온 상황에서 굳이 빈볼을 던질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구자욱은 앞서 한유섬에게 향했던 몸에 맞는 공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했는지 발끈했다.
격한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질 상황은 아니었다. 구자욱이 공에 맞지 않았고 고의라고 판단할 만큼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양 팀 선수들이 충돌하는 양상이 아닌 구자욱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데 집중된 상황이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이 상황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구자욱을 말린 건 한유섬이었다. 한유섬은 구자욱을 끌어안으며 흥분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고 '나도 맞았다'고 말하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구자욱을 진정시켰다. 한유섬을 향해 억울한 마음을 내보이던 구자욱도 이내 진정을 했다.
큰 사고로 이어질 만한 상황은 아니었고 양 팀 선수들도 각자 더그아웃으로 물러났다. 곧이어 경기는 재개됐고 박민호가 구자욱에게 중견수 뜬공을 유도하며 경기는 마무리됐다.
구자욱이 왜 그토록 흥분했는지는 명확히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자신을 향해 날아든 공이 고의적이라고 확신한 듯 보였다. 몸에 맞는 공은 자칫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이 고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흥분하는 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다만 앞서 몸에 맞는 공에도 묵묵히 1루로 걸어나갔던 한유섬이 누구보다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섰기에 구자욱도 흥분한 마음을 애써 달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구자욱(가운데)이 SSG 박민호를 향해 불만의 표시를 하고 있다. |
삼성 구자욱(왼쪽)을 달래고 있는 SSG 한유섬. |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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