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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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와 김하성. |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몸을 아끼지 않고 내던지는 투혼의 플레이를 펼쳤지만 끝내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다. 그런 이정후가 떠오른 이름, 바로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은 지난 18일(한국시간) "왼쪽 어깨가 탈구된 이정후가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엘라트라체 박사는 이정후에게 '어깨 와순이 찢어져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권했다(Jung Hoo Lee saw Dr. Neal ElAttrache yesterday in Los Angeles and he recommends that Lee has his shoulder surgically repaired for a torn labrum)"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는 향후 2주 안에 시즌을 마치게 되는 수술을 받을 것이다. 이어 2024시즌에는 복귀하지 않을 예정(Lee will undergo season-ending surgery in the next couple of weeks and will not return in 2024)"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후가 결국 수술대에 오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하루 뒤인 19일 "5일 전에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던 이정후가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3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2루타 4개, 3루타 0개, 8타점 15득점 10볼넷 13삼진 2도루(3실패)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출루율+장타율) 0.641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아울러 샌프란시스코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방출된 외야수 라이언 맥케나(27)를 영입하며 외야 자원을 보강했다.
이정후는 전날(18일) 시즌 아웃 소식이 전해진 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했다. 미국 매체 NBC스포츠 베이에어리어와 디 애슬레틱 등에 따르면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지난 한 달 반이라는 시간은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 시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시즌 아웃이라는 결과 때문에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이정후였다. 그런 이정후의 입에서 나온 이름이 있었으니 키움 히어로즈 시절 동고동락했던 선배이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우정을 과시하고 있는 김하성이었다. 둘은 누구보다 절친한 형, 동생 사이다. 이정후는 "항상 어떤 플레이를 하든 100%로 해왔다. (김)하성이 형의 플레이도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이제는 일단 이렇게 될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기에 좀 더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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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과 이정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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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과 이정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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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와 김하성. /사진=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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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왼쪽)과 이정후. |
이정후가 말한 대로 김하성 역시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투혼의 대명사로 잘 알려져 있다. 샌디에이고 팬들이 홈 경기에서 김하성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유독 '하성킴'을 열광하는 이유, 바로 김하성이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매번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전력 질주를 펼치고, 몸을 날리며,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게 김하성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정후 역시 김하성과 마찬가지로 투혼이라면 누구에 뒤지지 않는 책임감 넘치는 선수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저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이는 이정후였다. 그러나 이번에 불의의 큰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이정후는 앞으로 플레이를 펼칠 때마다 좀 더 신중한 자세를 갖추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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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지난 13일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를 펼치다가 어깨가 탈구되는 부상을 입었다. 사실 이정후는 9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맞은 채 왼발 타박상을 입은 상태였다. 이후 3경기 연속 결장한 뒤 4경기 만에 출장하며 의욕을 더욱 불태운 이정후였다.
이정후의 부상 상황은 경기 초반 팀이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 나왔기에 더욱 큰 의미를 전했다. 신시내티의 1회초 공격. 선두타자 TJ 프리들이 초구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2번 엘리 데 라 크루즈는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계속된 1사 1루에서 프리들이 스펜서 스티어 타석 때 2루 도루에 성공한 뒤 상대 실책을 틈타 3루까지 갔다. 스티어가 볼넷으로 출루하며 1사 1, 3루 기회를 이어갔다. 계속해서 스티어가 2루를 훔친 가운데, 4번 타자 조나단 인디어는 삼진으로 물러났다. 2아웃.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선발 카일 해리슨이 계속해서 흔들리며 5번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에게 볼넷을 내줬다. 2사 만루 위기.
다음 타석에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들어섰고, 3-1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5구째를 타격했다. 타구는 우중간 외야를 향해 쭉쭉 뻗어나갔다. 칸델라리오는 홈런임을 직감한 듯 타구를 잠시 감상하며 천천히 1루 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이정후도 스타트를 끊었다. 공을 잡기 위해 전력 질주를 펼쳤다. 담장으로 쇄도한 이정후. 이미 가속이 붙은 상황. 타구가 펜스를 넘어가는가 싶던 찰나, 이정후가 몸을 아예 담장 쪽으로 던지며 공을 낚아채려 했다. 그러나 글러브에 살짝 닿은 채 넘어가면서 펜스 위쪽을 맞은 뒤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왔다. 동시에 몸을 날렸던 이정후는 담장에 설치된 그물망과 크게 충돌한 뒤 그 자리에 떨어진 채 쓰러졌다. 어깨를 움켜쥔 채로. 이 사이 3루 주자는 물론, 2루 주자와 1루 주자까지 득점했다. 타자는 2루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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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 교체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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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왼쪽에서 두 번째)가 1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 파크에서 펼쳐진 신시내티 레즈와 2024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서 1회초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 교체 아웃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이정후는 왼쪽 어깨 부위를 부여잡은 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곧이어 샌프란시스코 구단의 트레이너와 통역이 그라운드로 들어와 이정후에게 뛰어갔다. 팀 동료 외야수도 모여들었고,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까지 이정후에게 다가온 뒤 상태를 살폈다. 결국 이정후는 더 이상 뛸 수 없었다. 트레이너가 이정후의 왼팔이 움직이지 않도록 꽉 붙잡으며 고정한 채로 걸어들어왔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오라클 파크에 운집한 홈 팬들은 이정후를 향해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정후 대신 타일러 피츠제럴드가 중견수로 긴급하게 투입됐다. 당시 경기가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의 왼쪽 어깨가 탈구됐다(Dislocated Shoulder)'며 이정후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앞서 15일 이정후의 MRI(자기공명영상) 결과에 대해 왼쪽 어깨의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 확인됐다고 밝혔다. 결국 이정후는 17일 이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어깨 수술을 받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닐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한화 이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에 어깨(2015년)와 팔꿈치 괴사 조직 제거 수술(2016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2022년) 등을 집도한 바 있다.
그래도 멜빈 감독은 이정후가 부상을 당하는 과정에서 보여줬던 투혼 정신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정후가 안전하게 펜스에 몸을 날리지 않으며 실점을 감수하는 펜스 플레이를 펼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정후는 자기 몸을 아끼지 않았다. 멜빈 감독 역시 이런 이정후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앞서 멜빈 감독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정후는 1회부터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다가 다쳤다. 이정후는 누구보다 팀을 많이 생각하고, 팀을 위해 뛰고 싶어 하는 선수"라고 찬사를 보낸 뒤 "그래서 더욱 실망이 컸던 것 같다"면서 이정후의 정신력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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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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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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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김우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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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MLB닷컴 공식 SNS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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